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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관 탐방

2010년 봄 동작문인협회 영월 문학기행을 다녀와서

2010년 봄 동작문인협회 영월 문학기행을 다녀와서

 

 

 

 

 

 

 

 동작문인협회 회원들 40명은 5월 22일 아침 7시에 문학기행을 사당역에서 버스를 타고 목적지인 청령포, 장릉, 난고 김삿갓 문학관으로 향하였다. 부처님오신 날로부터 시작한 3일연휴의 어려움 속에서도 많은 회원들이 참여하였다. 회장님의 초대로 참석하신 양천문인협회 회장이신 오희창님께서 참석해주셨다.

 최중재회장님의 인사말씀에 이어 운영위원의 임원승격과 한국문인협회 지부 가입 건에 대한 논의를 임시총회로 하게 되었다. 전임 중요임원들이 새 임원들께 인계하는 과정에서 붙여진 이름이라는 설명과 수고한 분들에 대한 예우가 필요하다는 의견으로 압축되었다. 한국문인협회 지부 가입 건은 만약을 대비할 뿐만 아니라 여러 차원에서 볼 때 가입하는 것이 좋겠다는 긍정적인 반응이었다.

 

 이어서 2010년 봄 동작문인협회 영월 문학기행 제 18회 시 낭송회가 사무총장 정동진님의 사회로 진행되었다. 봄을 노래한 시 낭송 중에 팔자의 마음을 끈 부분들이 기억에 남아 적어본다.

 

그대

피어나라 하시기에

한 송이 꽃으로 피어납니다

 

산이 되어라하면

이른 봄 생강나무 꽃도 지고

물이 되라 하면

신 새벽 오솔길에 이슬 꽃도 되었습니다

- 신영옥님의「그대, 피어나라 하시기에」에서

 

누군가

저 산 넘어

봄 물 올려

달려 올 연초록 바람

 

산 능성이 능성이

아기 숨같이 피어오르는

연초록 뭉게구름

- 신의식님의「봄」에서

 

봄바람 타고

두려움과 무심한 가슴으로

살며시 다가온 그대

 

향기로운 분홍빛 봄눈 사이로

나뭇잎에 덜어지는 경쾌한 빗방울 소리가

아름다운 사랑으로 다가오는 날

- 이다은님의「봄날에」에서

 

 낭송회가 끝날 무렵 버스는 청령포에 도착하였다. 단종의 유배지인 이곳은 동, 남, 북면이 물로 둘러싸이고 서쪽으로는 육육봉이라는 험준한 암벽이 솟아있어 나룻배를 이요하지 않고서는 밖으로 출입할 수 없는 섬 같았다. 단종은 숙부인 수양대군에게 왕위를 찬탈당하고 상왕으로 있다가 , 그 다음해에 사욱신의 상왕복위의 움직임이 사전에 누설되어 상왕은 노산군으로 강등되어 이곳에 유배되었다. 망향탑을 쌓고 노산대를 오르내리며 15세의 나이로 어려움을 겪어야했던 아픔을 느껴야했다.

 점심식사는 보리밥집에서 각종 나물과 야채로 비벼 먹는 보리밥에 막걸리를 한 잔씩 반주로 즐길 수 있었다. 한 밥상에 앉아 식사한 동지기념사진을 신의식님께 부탁하여 찍기도 하였다. 문학에 관한 진한 토론이 기억에 담아둘 만한 것이었기에 이루어진 것인지도 모른다.

 

 식사가 끝나고 단종의 능인 장릉으로 향했다. 단종의 탄생과 유배, 죽음과 복권에 이르는 관련 자료가 전시되었다. 장릉은 왕릉으로 조성한 능이 아니기에 다른 왕릉의 구조와는 다르다. 홍살문에서 정자각으로 이어지는 참도는 일반적으로 일자로 되었는데 이곳은 기억자로 꺾여있었다.

 장릉을 내려오면서 필자의 마음을 움직인 것은 왕의 어명을 어기면서까지 강에 떠내려가는 단종의 시신을 아들과 함께 건져 매장한 영월 호장 엄홍도의 충성심이었다. 그 후 세상을 등지고 숨어 살아야한다는 것을 잘 알면서도 결행한 그의 행동이 빛나고 있는 것이다.

 장릉을 비롯하여 조선왕릉은 모두 42기 능 어느 것 하나도 훼손되지 않고 보존되어 우리의 전통문화를 담은 독특한 건축양식과 아름다운 자연이 어우러진 공간으로 600여 년 전의 제례가 오늘날까지 이어져 내려오고 있는 문화유산일 분만 아니라 유네스코세계유산으로 등재되었다.

 

 난고 김삿갓은 허름한 삿갓을 쓰고 조선팔도 방방곡곡을 돌아다니면서 당시 양반귀족들의 부패상과 죄악상, 비인도성을 폭로 풍자한 방랑시인, 본명은 김병연 호는 난고이다. 5세 때 홍경래의 난으로 삼족이 멸하는 처지에 놓이자 종이었던 김성수가 그를 구출하여 황해도 곡산에서 키웠다.

20세가 되기도 전에 백일장에서 장원이 되었으나 조부를 욕보였다는 죄책감으로 40여 년 간을 떠돌이 생활을 하며 읊은 그의 시는 전국적으로 널리 퍼졌다. 인도주의적인 감정과 평민사상에 기초하여 지배층에 대해서 강한 반행 정신을 나타낸 그의 시는 서민들에게 폭발적인 사랑을 받았다. 전라도 화순군에서 57세를 일기로 생을 마감하였고 3년 후 아들 익군이 영월군 하동면에 묘를 이장하였다.

 

회원들은 문학관에 들러 그의 생애와 즉흥적으로 쓴 여러 편의 시 작품들을 가이드의 설명으로 음미하였다.

개성에서의 일이다. 어느 대문 앞에서 하룻밤 묵기를 청했으나, 주인이 땔감이 없어 재워 줄 수 없다고 하며 쫓아내므로 지은 詩이다.

 

邑號開城何閉門; 읍호개성하폐문

山名松嶽豈無薪 산명송악개무신

黃昏逐客非人事 황혼축객비인사

禮義東方子獨秦 예의동방자독진

 

고을 이름 개성인데 어찌 문을 닫으며 산 이름 송악인데 어찌 나무 없다는 고.

황혼에 손 쫓는 것은 사람도리 아니니 동방예의지국에서 너 홀로 진시황이냐.

 

추운 겨울날 서당에 찾아가 재워주기를 청하나 훈장은 미친 개 취급하며 내쫓자 인정 없는 훈장을 욕하는 시입니다. 소리 나는 대로 읽어야 제 맛이 납니다.

 

辱說某書堂 욕설모서당

 

書堂來早知 房中皆尊物 서당내조지 방중개존물

生徒諸未十 先生來不謁 생도제미십선생내불알

 

서당 욕설시

 

서당을 일찍부터 알고 와보니 방 안에 모두 귀한 분들일세.

생도는 모두 열 명도 못 되고 선생은 와서 뵙지도 않네.

 

詠笠(영립)

 

浮浮我笠等虛舟 一着平生四十秋 부부아립등허주 일착평생사십추

牧堅輕裝竪野犢 漁翁本色伴白鷗 목수경장수야독 어옹본색반백구

醉來脫掛看花樹 興到携登翫月樓 취래탈괘간화수 흥도휴등완월루

俗子依冠皆外飾 滿天風雨獨無愁 속자의관개외식 만천풍우독무수

 

내 삿갓

 

가뿐한 내 삿갓이 빈 배와 같아

한번 썼다가 사십 년 평생 쓰게 되었네.

목동은 가벼운 삿갓 차림으로 소 먹이러 나가고

어부는 갈매기 따라 삿갓으로 본색을 나타냈지.

취하면 벗어서 구경하던 꽃나무에 걸고

흥겨우면 들고서 다락에 올라 달 구경하네

속인들의 의관은 모두 겉치장이지만

하늘 가득 비바람 쳐도 나만은 걱정이 없네.

 

 버스는 고씨동굴로 향하고 있었으나 예정시간을 넘어 서울로 돌아가는 걸 걱정하게 되었다. 고속도로가 정체될지 모르니 서둘러야겠다는 의견이 나와 강가에 앉아 단합의 별다른 모임에 의의를 두고 즐겨야했다. 개인과 나의 발전을 위하는 덕담도 주고받았다.

 비가 조금씩 내리기 시작하면서 자연스럽게 버스는 서울로 향하고 있었다. 노래방기계가 들려주는 반주로 회원들의 노래실력은 유감없이 발휘되었다. 도심에서 움츠렸던 심신을 활짝 펴고 문학기행의 일정은 절정에 올라있었다.

 이렇게 끝나는가 싶은 상황에서 모두는 다시 문인으로서의 미래를 생각하는 시간을 맞았다. 사회자의 지목을 받아 몇몇 회원들의 고견을 들었다. 미처 생각해 보지 못한 부분들은 가슴에 새길만한 것들이 많았다. 3분씩이어서 전개되는 진지한 세미나였다. 문학기행에서 꼭 필요한 결실을 얻는 순간이었다. 죽전에서부터 남부터미널, 사당역, 이수역으로 기사님의 배려로 편리한 곳에서 하차하면서 아쉬움을 남기는 회원들의 인사말들이 귀에 맴돌앗다.   

 마지막까지 남아 마을버스를 기다린 같은 동네 회원은 김미옥님, 조태현님, 그리고 필자였다. 더욱더 발전하는 동작문인협회가 되길 빌며 헤어지는 발길은 가볍기만 했다.

 

2010년 5월 22일 비오는 밤

윤제철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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