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공원 산책과 4.19 공원
일요일 아침이다. 우리 동내나 현충원은 벚꽃이 만개하였으나 서울대공원은 아직 활짝 피지 않았을 것이라는 짐작이 되었지만 한 바퀴 돌아보자는 의미를 갖고 출발하였다. 미술관 앞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아내와 나는 호수를 한 번 돌아보기로 했다. 진달래나 개나리, 산수유꽃은 눈에 한창이었건만 벚꽃은 일부만 피고 붉은 꽃봉오리만 맺혀있었다.
다른 곳 보다 항상 피는 시기가 늦은 곳이다. 산 안에 있다 보니 상대적으로 공기가 차다는 것일까? 준비한 구운 계란 한 개씩 물을 마시며 먹었다. 아침 일찍 돌다보니 호수 둑길로 천천히 걸어도 평소보다 훨씬 일찍 도는 것 느낌이었다. 리프트는 탄 사람이 없이 빈 채로 돌고 있었다. 운동 삼아 나선 길이었으나 싱그러운 봄날의 녹색 빛 나무이파리들이 혈액순환을 완성하게 촉진 시키고 있었다.
오전 10시쯤 노인요양병원에 계신 장인어른과 장모님을 보러 딸아이와 함께 가려했으나 피곤해하는 걸 보고 무리할 수는 없어 집으로 돌아와 30분쯤 늦게 출벌하였다. 식사도 제대로 하시지 못하고 누워계시는 모습이 안쓰러웠다. 칠십대 후반까지도 자식들에게 손 안 내미시겠다고 유치원버스를 운전하시던 분이었는데 정말 안타깝기만 하였다. 인근에 요양원에 계시는 장모님을 찾아 뵙고 나왔다. 두 분들의 기억도 믿을 수가 없었다. 일주일에 한 번씩 돌아가면서 병원에 방문하는 딸들이 다녀갔는지 그 사실 하날 잊고 사신다.
우리는 다시 심장수술을 받은 조카아이에게 오늘은 꼭 성공적인 수술을 축하해주고 싶었다. 동부간선도로를 타고 하계동 나들목으로 나와 봄빛이 만연한「북서울 꿈의 숲」을 지나쳤다. 길음동 처제의 집을 찾아 조카 병두를 만났다. 키가 훤칠하게 큰 아이는 흔하지 않은 심장병으로 어렵게 지냈다. 자식의 병 수발로 처제의 얼굴이 반쪽이 되어 보였다.
점심을 먹으려고 길을 나섰다가 4.19 공원쪽으로 들어섰다.「산사랑」이라는 수지의 어떤 식당과 이름이 같았다. 정갈한 소나무 정원 속에 고가옥을 개조하였다. 아직도 환자인 병두는 식사에 제약을 받는다고 한정식집으로 가야했다. 그러나 생각보다는 적어서 혈압을 높이는 식품은 조심해야하는 것이었다. 처음 들어갔어도 마음에 흡족하여 다음에 다시와도 되겠다는 평가를 주었다.
소화시킬 겸 공원에 들어서니 오늘이 하루 전이라 식장을 설치하느라 분주한 분위기였다. 조국의 위기를 그냥 볼 수 없어 일어선 청년들의 봉기였던 4.19혁명이었다. 깔끔하게 꾸며진 공원을 돌면서 그들의 정신을 가슴에 담을 수 있었다. 서울에 살면서 이제야 찾은 공원이었다. 안쪽에는 그들의 묘역이 이름과 출신학교나 지역이 비석에 사진과 함께 모셔졌다. 추모시를 새긴 큰 돌에 여섯 편의 시가 위로하고 있었다.
다시 차제집으로 돌아와 새로 이사한 집을 구경하고 차와 과일을 먹고 나서 도로가 막히기 전에 돌아와야 했다. 수술을 잘 마쳤다는 이야기를 전해 듣고 찾지 못하다가 이제라도 사람노릇 한 것 같아 마음이 가벼워졌다. 더 건강한 몸이 되어 하던 대학교 생활을 열심히 하는 청년으로 되돌아오기를 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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