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년 시낭송회 겸 개업축하 모임에 참여하고 나서
강서문인협회 산하 시낭송회를 시분과 회장 이름으로 발기모임을 위하여 전화를 필자에게 준분은 은학표 시인이었다. 나중에 동작구로 이사하여 동작문인협회를 만드는데 중심역할을 필자와 함께 하여 사무국장을 맡고 있다. 12월 26일 그가 부인에게 내준 가게「e-프린스 치킨」 개업을 축하하기 위하여 강서, 동작 문인들을 대상으로 시낭송회를 열었다.
약속시간에 맞추어 들어가니 가게에는 좌석이 거의 차고 차려놓은 치킨과 떡 등 음식을 나누며 담소를 나누고 계셨다. 김성열, 구인환 양 협회 회장을 비롯하여 은 시인이 문단에 나오는데 큰 역할을 하신 전 시조협회 이상범회장 등 많은 회원들이 참석하였다. 참석시인을 양 협회에서 소개할 때 필자는 직장이 이곳 강서에 있어 참여하면서 동작구에 살고 있어 양쪽에서 소개를 받게 되었다.
오신 분 중에 특히 이상범 시조시인께서는 월간「문학세계」초기 편집위원이셨기에 사무실에서 뵈었었다. 모임이 끝나고서 은 시인과 부인께 성업을 빌었고 회원들은 송년인사를 나누었다. 대부분 회원들은 노래방으로 갔으나 신 시인과 같이 디카사진에 관한 이상범 시인님의 이야기를 커피 집에서 들을 수 있었다. 준비하셔서 참석시인 모든 분들께 나누어주신 시「아련한 艶聞염문」과 관련사진「개화 직전의 양귀비」를 소개 한다.
혜원惠園의 어린 기녀가 초승달의 봄밤을 간다
거스르면 가문의 꼬리 아직 여자 선비
언약을 장옷으로 가리고 미로의 발 내 딛는다.
붉은 공단 치마로 여민 살냄새가 밤길을 열고
선비의 별당을 향해 아련한 풋내음이 감겨
신윤복 화필이 떨군 염문 하나 가고 있다.
- 이상범의「아련한 艶聞염문」전문
디카 사진 「개화 직전의 양귀비」
주로 남녀 간의 사랑이나 여성의 아름다움을 주제로 그림을 많이 그린 혜원 신윤복, 화려한 색을 사용하여 기생이나 무당의 그림을 즐겨 그렸으며, 시골 주막의 서민적인 풍속 또한 날카로운 화필로 잘 그려냈다.
이러한 그림들은 양반 사회에 대한 풍자로 여겨지기도 하는데, 시인은 그 그림 중의 한 폭에다가 등장하는 여인의 모습을 디지털카메라에 담긴「개화직전의 양귀비」로 비유하여「붉은 공단 치마로 여민 살냄새가 밤길을 열고/ 선비의 별당을 향해 아련한 풋내음이 감겨」로 표현하여「화필이 떨군 염문 하나」를 디카詩로 승화 시키고 있다.
벽시계 초침을 보고
다시 그 자리로 올 때까지 1분 동안
둥근 통에 우유 넣고
아침 선식 가루를 흔들어 녹이는 동안
내 마음은 한 곳에 못 있고
흩날리는 파편조각 마냥
오늘 할일이나 어제 한일
아니면 대중없이 떠오르는 생각에 스며들어
초침이 도달해야할 위치를 잊어버린다.
한 가지 일에만 몰두하여 끝날 때까지
다른 잡념에 끌리지 않기를
간절하게 바래보지만
번번이 나뒹굴어지는 바람에
시각이 다른 사건들이 한자리에서
키 재기 한다. 몸싸움 한다.
못 말리는 나는 어디론가 숨어버린다.
- 졸시「정신분열(精神分裂)」전문
또한 이 날 낭송을 한 필자의 시「정신분열(精神分裂)」은 복잡다난한 시대를 사는 현대인의 의식세계를 그리고자 했다. 한 가지 생각에 몰두하지 못하고「시각이 다른 사건들이 한자리에서/ 키 재기 한다. 몸싸움 한다./ 못 말리는 나는 어디론가 숨어버린다.」고 표현했다.
많은 현대인은 많은 잡무에 시달리면서 그 고초를 솔직하게 털어 놓지 못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현실에 참여하면서 제 나름대로의 생각에 잠겨 詩想을 찾아나서는 문인들의 반 이 훨씬 넘는 수가 정신분열의 상황에 빠져있는 것은 아닐까? 서로 동떨어진 모습을 글로 표현 한다는 것은 절름발이에 지나지 않기 때문이다.
기회가 닿으면 지인들과 함께 들리리라 마음먹고 쌀쌀한 밤바람을 밀며 9호선 지하철을 타러 내려갔다. 이상범 시조시인님과 신 시인에게 끝 인사를 나누고 헤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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