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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집해설

이상구 제 2시집「줄서기」서평

이상구 제 2시집 줄서기 서평

 

시인의 꿈과 감상(感傷)

 

윤제철(시인, 문학평론가)

 

1.들어가는 글

 

세상에 존재하고 있는 사물이나 사건 그리고 사람들은 서로 간에 만남과 대화를 나누었다. 서로 외면하고 싶어도 그럴 수 없는 인과관계로 맺어진 인연들이다. 한시도 그냥 내버려두고는 견딜 수 없는 호흡과 같은 상호작용을 하고 있다. 혼자서는 살 수 없는 사회적인 동물로써 지내왔던 시기에 정보매체가 끼어들면서 커다란 변화를 예고하는 시점에 놓여있을 뿐만 아니라 사회와 가정이란 생활공간의 개념과 가치관의 변환은 우리를 당혹스럽게 한다.

시인은 일반적으로 느껴지는 생각을 벗어나 앞선 의식을 일깨워주는 역할을 한다. 일반적으로 기쁨과 슬픔이 자신에게만 유독이 몰려와 우월감에 사로잡히거나 열등감에 사로잡혀 자신만의 아집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괴로워하며 스스로 쌓는 벽을 허물어주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자신의 존재를 사물을 대상으로 관찰을 통하여 자신을 발견하는 기회를 만들 수 있다. 그로 인해 겉만으로는 정확히 볼 수 없었던 자신의 내면까지도 찾아보면서 치유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되는 것이다. 그 결과 윤택한 삶과 맑은 영혼을 영위하는 즐거움을 누릴 수 있게 하는데 큰 역할을 한다. 이상구 시인의 시세계가 품고 있는 향기가 수많은 독자들의 가슴을 가볍고 경쾌한 운율로 깨끗하게 씻어내 강하고 건강하게 할 것이다.

 

2.시인의 꿈과 감상(感傷)

 

시의 꿈

 

꿈은 실현시키고 싶은 희망이나 이상이 이루어지기를 바라거나 꾀하는 바를 묘사한다.받는 것 보다 주는 것에서 함께 했었던 추억을 간직하고 실타래를 풀듯 함께 하지 못해 궁금한 나름대로의 속앓이를 치유한다.봄의 서곡(序曲)에서 재미가 있고 자신감이 생겼다. 마치 움이 트고 나뭇가지에 물이 오르는 봄이 마음에 스며들기 시작했다.

가로수에서 보행자나 운전자에게 안정감을 주거나 공기를 정화하고 소음차단효과 외에 보행자에게 그늘도 준다.잡초의 꿈에서 개천에서 용이 나거나 쥐구멍에도 볕들 날 있다는 옛말뿐이다. 화자는 자신이 놓인 상태나 자리를 사물과 비유를 한다.

 

눈비가 오고 태풍이 불어도

빠짐없이 보이는 몸 전체

 

그것은 가깝든 멀든 관계없다

눈에 보이는 표정 하나로

드려다 볼 수 있는 마음속

 

수만리 떨어져 있어도

바로 옆에 있는 듯 들리는 말소리

 

그 것은 가깝든 멀든 관계없다

영향 받지 않는 시간

계절 따라 변하는 일기예보처럼

마음먹기에 달라진다

 

맑고 흐리거나

따뜻하고 차가움에 따라

-받는 것 보다 주는 것전문

 

생활 주변이 어떤 상황에 놓여도 이것을 훼방 놓을 수 없다. 어디에 있던 표정 하나로 마음속을 훤히 들여다 볼 수 있고, 언제나 가까이에 있는 듯 속삭이는 목소리가 들을 수 있다면 자신이 마음먹은 대로 맑고 흐리고 따뜻하고 차갑게 받아들일 수 있다.

좋아한다는 것은 상대로 마음이 기울거나 호의를 가지는 것이다. 상대방의 기호를 가리지 않고, 주고 싶은 대로 거리낌 없이 행하는 모든 일들이 즐겁다. 함께 했었던 추억을 간직하고 실타래를 풀듯 함께 하지 못해 궁금한 나름대로의 속앓이를 치유한다.

화자는 혼자 있거나 의지할 대상이 없어 고독하고 쓸쓸한 상태에 있을 만큼 외롭다. 지인들과 소통하고 원만한 일상을 영위한다 한들 가려운 곳을 긁어주지는 못할 것이다. 받는 것 보다 주는 것에 만족하자는 편향된 취지이나 합리적인 방법이 아닐까 동의하고자 한다.

 

빈가지 서릿바람 달려

숲속을 사라진 새소리

 

돌무더기 뒹구는 개울 바닥

목말라 정적만 감도는

시련의 계절

 

설치다 쌓인

새벽잠 무거워질 때

 

다가오는 봄의 서곡(序曲)

어둠 저편 눈길

소보소복 쌓인다

-봄의 서곡(序曲)전문

 

겨울은 추운 계절로 존재한다. 서릿바람만 남아 숲속의 새들도 사라지고 개울 바닥조차 드러내고 정적만 감돌았다. 긴긴 밤은 새벽잠을 아무 대책도 없이 깨워 고달팠다. 똑 같은 계절로만 덥거나 춥다면 불가능하지만 어김없이 다가오는 계절의 순환은 추위와 어둠을 벗어나 새롭게 맞이할 기대감으로 어려움을 견뎌내고 있다.

화자는 뜻하지 않게 갑자기 가을이 떠나고 겨울에 접어들어 적응하지 못했다. 예사로운 일 조차 엄청난 위협과 충동으로 받아드려야 했고 떨치지 못했다. 계절과 관계없는 정서적 개념에서 본 겨울이 들이닥쳐 자신을 지키지 않으면 안 되었다. 하고 싶은 일로 하나 둘 쌓아갔다. 재미가 있고 자신감이 생겼다. 그 것은 마치 움이 트고 나뭇가지에 물이 오르는 봄이 마음에 스며들기 시작했다. 시적 상상력과 비유에서 비롯한 선명한 이미지가 빛나고 있다.

 

베란다 창문 너머

프라다너스 가로수

 

봄 햇살 채근에

죽순처럼 너도나도 새순 돋아

훌쩍 커버린 연초록 이파리

미풍에 하늘하늘 율동

 

이글거리는 뜨거운 태양 아래

버스 기다리는 시원한 그늘

 

풀 한포기 나지 않는 사막처럼

민둥산 이발을 해 버린지

어제 같은데

 

숨 막히는 미세 먼지로

컴컴해진 하늘 아래

구슬땀 흘리는 삶의 현장

청량감 걸러주며

묵묵히 서있는 가로수

-가로수전문

 

가로수는 시가지의 도로를 따라서 줄지어 심어 놓은 나무다. 프라다너스 가지가 자라서 이파리가 무성해지면 가지치기를 하는데 민둥산 이발한 것처럼 볼품없어도 금방 자란다. 도로가에서 다른 곳으로 옮겨 가지 못하고 제자리를 지키며 역할을 다하는 가로수가 신통하다.

베란다 창문 넘어 프라다너스를 틈이 나면 내다보며 화자는 말동무로 생각한다. 미세먼지 때문에 컴컴해진 하늘 아래서 묵묵히 맡은 본분을 다하는 그가 미덥고 안쓰럽다. 보행자나 운전자에게 안정감을 주거나 공기를 정화하고 소음차단효과 외에 보행자에게 그늘도 준다.

화자는 매체인 가로수에게 자신이 하고자하는 말을 대신하도록 비유를 통하여 독자들에게 이미지로 전달하려 한다. 시의 묘사는 응시의 산물이지만 응시에는 시인의 시적 언어가 필요하다. 하나의 가로수가 깊은 사고력을 펼쳐내도록 혜안을 뜨게 하고 우리 마음을 울려주었다.

 

털어도 털어지지 않는

자욱이 쌓인 먼지

바싹바싹 타들어가는

여름 뙤약볕 보도 불럭 틈새

 

찌는 여름 날

누리지 못한 시원한 그늘

난폭한 발에 짓밟혀

아무는 날이 없는 상처

 

자식들에게

화려하게 핀 꽃으로

구경 한번 시켜주지 못한 꿈

어려운 환경을 극복

끈질긴 생명력으로

꽃 피우는 그날을 기다린다

-잡초의 꿈전문

 

가꾸지 않아도 저절로 나서 자라는 여러 가지 풀을 잡초라 한다. 명분도 없이 척박한 보도 불럭 틈새에 뿌리를 내려 살아야 하는 삶은 넉넉할 수가 없다. 주린 배를 움켜쥐고 자식들과 가족에게 보이기에도 떳떳하지 못하고 부끄러워 볼 낯이 없어 눈치나 보고 굽실거렸다.

먼지만 뿌연 이곳 뙤약볕 행인들의 발에 밟혀 상처는 아물 날이 없고, 언젠가 피워낼 꽃을 보여줄 날이 오기를 간절히 빌고 빈다. 꽃 피우는 그날이 당장 오는 것도 아니어서 현실의 어려움을 견뎌내야만 한다. 개천에서 용이 나거나 쥐구멍에도 볕들 날 있다는 옛말뿐이다.

화자는 자신이 놓인 상태나 자리를 사물과 비유를 한다. 매체로 선택되는 것이 어떤 것이냐에 따라 기분이 밝아지기도 하고 어두워지기도 한다. 그렇다고 해서 너무 얼토당토아니한 것에 비유할 수는 없다. 극복한 뒤에 꽃을 피우겠다는 희망을 간직하고 있다.

 

시인의 감상(感傷)

 

감상(感傷)은 사물이나 사건에 대해 느낀 바가 있어 마음속으로 슬퍼하거나 아파함을 묘사한다.줄서기에서 줄을 서도 길이에 따라 희망 줄이 어디서 끊어질지는 알 수 없어도 희망과 기대를 버리지 않는다.가을편지에서 대나무 이파리처럼 칼을 갈면서 그리움을 불러들여 부치지 못하고 만지작거렸다.

만추 2에서다시 만난다는 기약 없는 이별의 빈 터를 채워줄 만한 대상을 찾지 못한다.안경에서 자책은 자신에 대한 실망에서 비롯된다. 나사 풀어진 기계처럼 허술한 면면이 가슴을 아프게 한다.폐허에서 돌담 오르막길 언덕은 마중 나온 아내의 낭낭한 목소리와 삽쌀 강아지 짓는 소리가 허공에 맴돌고 있다.

 

기차 타려고 줄 서 있는

피난민 사진으로 본 6. 25 피난민

 

계속된 가뭄으로 농사 망쳐

식량배급 줄 서 기다리는

보릿고개 농민

 

명절 귀성차표 예매하려

앉거나 서있는 서울역 광장사람

밤샘도 힘들었는데

 

아직도 종로 탑골공원

무료 점심 기다리는

검정색 긴 행렬과

 

일생 동안 줄 서서 기다려도

돌아오지 않는 차례

이루지 못한 꿈과 희망

세상 등진 수많은 사람도 모자라

 

이글거리는 폭염 속

코로나 감염검사 긴 줄

웬 말이냐

-줄서기전문

 

한 줄로 죽 벌이거나 늘어섬. 또는 그런 상태를 한 줄 서기라 한다. 줄을 서는 데는 목적이 있다. 생사가 달린 피난길이나 고향을 가는 승차예매권 끊는 줄이다. 한 끼의 끼니가 걸려 있는가 하면, 평생을 두고 줄을 서도 차례가 오는 걸 못보고 세상 뜬 것도 모자라 폭염 속 코로나 감염검사 긴 줄은 누가 만들었단 말인가.

앞에선 사람부터 기회가 주어지는 원칙에 따라 원하는 걸 얻을 수 있다. 줄을 서도 길이에 따라 희망 줄이 어디서 끊어질지는 알 수 없어도 희망과 기대를 버리지 않는다. 우리의 삶은 거의 대부분 줄서기 아닌 것이 없다. 성적순이나 선착순, 아니면 스펙 순이나 백그라운드 순, 그밖에 금전이나 혈연, 학연까지 끼어드는 새치기는 눈에 띄지 않는다. 그나마 건강 순 하나 만이라도 앞줄에 설 수 있기를 바라지만 당장 양성이 아니길 가슴 죄는 것이다.

개울가 갈대 흔든

차가운 바람 소리 따라

떠나고 있는 계절

 

끊어진 사연 마디마디 이어가며

밤잠 설치던 텅 빈 방

 

현실과 꿈이 뒤섞여

방안 구석구석

가슴 알이 된 흔적

 

기억 저편 사라질까

그리움 불러

써놓고 부치지 못한

색 바랜 가을 편지

-가을편지전문

 

함께 하고 있는 세상의 모든 것은 언젠가 내 곁을 떠난다. 떠나면서 아무런 통보도 없지만 계절은 그냥 가도 되련만 눈앞에 보여주었다. 차가운 바람 따라 갈대를 흔들며 떠나는 모습이 선하다. 가버린 뒤에 끊어진 마디를 잊겠다고 잠 못 이루는 텅 빈 방, 가슴 알이 된 흔적이 떠돈다. 매정하게 잊어버려도 누구의 원망이나 비난을 받을 사유는 아니더라도 주어진 사연의 구절들이 대나무 이파리처럼 칼을 갈면서 보내기는커녕 그리움을 불러들여 써놓고 부치지 못한 편지를 만지작거리는 가을이다.

나뭇가지에 무성하게 피어 맺었던 인연이 식어 한잎 두잎 떨어져 어디로 멀리 떠나가고 앙상하게 남은 빈자리가 아프다. 가슴 안에 쓰고 또 써도 무슨 할 말이 그리 많은지. 여행 갔다 돌아올 것 마냥 눈에 밟히는 가을은 보릿고개를 넘는 고달픔 보다 넘기 힘들었다.

 

드높은 푸른창공 나는 한 무리 철새

앞산 계곡 불탔던 고운 단풍

찬란했던 한 계절 뒤로 하고

 

싸늘한 한줄기 바람에 사라져

자구만 허허로워지는 숲속에

세월은 가고 그리움만 남는다

 

하늘은 저렇게 끝없이 뚫렸는데

몇 장의 갈잎파리

무심한 바람결에 흔들리고

새하얀 손 흔들며

살포시 미소 짓는 모습

 

창밖은 시들어가는 갈밭

이토록 절절히 솟구치는 힘든 아픔에

산촌의 깊어가는 양지 뜰에 앉아

눈을 감는다

-만추 2전문

 

늦은 가을 풍경 중에 유독 푸르고 깊은 하늘이 빤히 보인다. 오죽하면 하늘만 빠끔하게 바라다 보이는 두메산골이라 부를까, 그 한가운데 철새가 불탔던 한 계절 보내고 싸늘한 한줄기 바람에 날아갔다. 앙상한 가지만 드러내고 손을 흔들며 떠나는 미소를 발견하고 깊어가는 산촌 양지 뜰에 앉아 아픔을 가리려 눈을 감는다.

잊으리라 다짐해보지만 어찌 이별을 그리 쉽게 잊을 수 있겠는가, 이 세상 어디라도 따라 와서일까, 아니 못 보내고 함께 있으려 애를 태우는가, 가버린 계절을 붙잡고 싶어도 어쩔 수 없는 것을 놔주지 못한단 말인가, 다시 만난다는 기약 없는 이별의 빈 터를 채워줄 만한 대상을 찾지 못한다. 화자는 아직 멀리 가지 못했으리라 여기며 마냥 그립기만 하다. 가을은 화자의 여러 모습의 심적 갈등을 다 보듬어 주었던 친구이며 안식처였다.

 

몸은 벌써 성큼성큼 대문 밖

뒷동산 입구

 

코로나 19에 문 닫은

노인 복지관 의자 위로

지기 시작한 단풍잎

소근 대는 낙엽소리

 

매달린 붉은 색 단풍

정신 뺏긴 순간

갑자기 어두워진 숲속

 

허전한 기분

생각나게 한 잃은 물건

어찌 눈알을 빼놓고 다니냐며

 

주인을 바꾸려했다는 말에

정신이 번쩍 들어

비호처럼 다시 내려가

살핀 앉았던 의자

-안경전문

 

골똘히 생각을 하다보면 그 외 일은 관심을 두기 어렵다. 한참 때는 정신이라도 맑아 기억력으로 버틸 수 있었지만 나이 들어가면서 그 상태를 유지한다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런 실수를 하고나면 불편한 심기가 만만치 않다. 더구나 단풍놀이는 코로나로 갈 데도 모두 차단되어 없던 터에 끼고나간 안경을 챙길 여유가 나서지 않을 것이다.

붉은 빛 단풍은 마음을 빼앗기기에 충분하였고 하필이면 벗어놓은 의자 위로 낙엽이 쌓이는지 원망스럽기만 하다. 눈에 띄었더라도 별 수는 없었더라도 한결 나았으리라 여겨진다. 무언가 허전한 마음 하나가 알려주었다. 눈을 놔두고 다니느냐 면서 주인을 바꾸겠다는 일침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 자책은 자신에 대한 실망에서 비롯된다. 나사 풀어진 기계처럼 허술한 면면이 가슴을 아프게 한다. 자신을 제 삼자로 바라보듯 측은하게 보고 있다.

 

초겨울 긴 밤

흔적조차 희미한 먼 길

물어물어 찾아왔다

 

있어야할 불빛 대신

부서진 블록 뒹구는 돌담길

먹물 갈아 놓은 것처럼

캄캄한 오르막길 언덕

 

여보 늦으셨구려

어서 들어와 식사하셔요

마중 나온 아내의

낭낭한 목소리 따라

허공에 맴돈

삽쌀 강아지 짓는 소리

-폐허전문

 

폐허는 건물, , 시가지 따위가 파괴되어 거칠고 못 쓸 상태에 있거나 정신이나 생활 따위가 거칠어지고 메마름을 말한다. 초겨울 어두운 밤 부서진 블록 뒹구는 돌담 오르막길 언덕은 마중 나온 아내의 낭낭한 목소리와 삽쌀 강아지 짓는 소리가 허공에 맴돌고 있다.

산다는 것은 언제나 한결같지 않다. 나이 들어 혼자되어 사는 정서적 갈등의 길은 어둡고 시간적 전후를 막론하고 장소적 높낮이가 잘 분간이 안 되어 여의치 않다, 사람이 손을 대지 아니하고 그냥 내버려둔 거칠고 쓸모없는 황무지를 헤매듯 허둥거리는 공간이다.

내면의식의 흐름은 일정한 템포를 유지하던 것들이 점차 일이 되어 가는 속도가 늦어지고 일정하지 않은 상태로 명암조차도 분명하지 않아 어려움을 하소연하는 일면의 사태는 수습하지 못한 채 미궁에 빠지고 만다. 온갖 불균형은 히스테리로 전락하고 만다.

 

3.나가는 글

 

시는 생활 주변에서 눈에 자주 마주쳤던 대상의 이야기부터 시작해서 어느 정도 표현에 익숙해지면 시야를 조금 더 넓혀 보다 큰 시를 쓰게 된다. 시야가 넓다는 것은 내 자신의 세상을 보는 안목이 깊어졌다는 의미다. 시는 시상을 얻어서 구체적 시어를 찾기 위해 많은 생각을 미루어 짐작하여 자주적이고 자유로운 성질이나 특성을 가지는 것이다.

이상구 시인의 시를 읽다 보면 계절적 감각이 확연하게 다가온다. 사람이 환경의 변화에 따른 생활의 적응을 위한 민감한 반응은 주목할 만하다. 반응을 바탕으로 한 비유의 세계를 시로 승화하는 구상은 어떤 대상이나 세계에 대해 계절, 풍경, 사실을 먼저 제시한 다음 그것에 대해 뒤에서 시적 화자가 의미나 가치를 부여하고 있다.

비유란 서로 다른 대상들 사이의 유사성을 근거하여 이루어진 진술을 말한다. 그런데 이 유사성에는 두 가지 유형이 있다. 하나는 형태와 모양의 유사성이고, 다른 하나는 성질과 내용의 유사성이다. 다시 말하면 이제까지 살아온 삶의 발생이나 발전하는 데 근거가 되는 토대가 되어 하고 싶은 이야기의 중심에 놓인다.

또한 다양한 주제로 불투명한 현실을 받아들이거나 거부하지도 못하는 현대인들의 내면의식의 흐름을 넓은 시야와 깊은 사고력을 동원하여 풍부한 어휘력과 탁월한 시어를 선택하여 결합한 시의 형상화는 중심내용을 뚜렷한 이미지로 승화하고 있다. 갈고 닦은 시편들을 한권의 시집으로 발간하심에 축하드리며 독자들로부터 사랑받는 시집이 되길 바란다,

 

2022.06.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