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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창작시

빈자리 - 이덕주를 추모하며

빈자리

- 이덕주를 추모하며

 

윤 제 철

 

 

시 비평집「톱날과 아가미」에서

세상을 향해 외치던 말들이

아직도 가슴에 살아 용솟음치는데

돌아오지 못하는 길을 떠나면서

아무 연락 없이 가버린 덕주야

 

나는 너로 하여 나를 바라보는

혜안(慧眼)을 주었지만 아직 난 너에게

아무 것도 해준 것이 없으니

빚을 못 갚는 빚쟁이로 남았다

 

언제나 모이면 왔냐며 잡아주던 손

이제는 이 잡듯 뒤져도 찾을 수 없다

같은 길을 걸었다는 빌미로

난해한 시어(詩語)들이나 던졌던 부담이

메아리로 돌아와 아프게 파고든다

 

색이 바라지 않는 사진처럼

나의 앨범에 꽂아두고 간직하려 하지만

빈자리가 이렇게 휑할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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