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자리
- 이덕주를 추모하며
윤 제 철
시 비평집「톱날과 아가미」에서
세상을 향해 외치던 말들이
아직도 가슴에 살아 용솟음치는데
돌아오지 못하는 길을 떠나면서
아무 연락 없이 가버린 덕주야
나는 너로 하여 나를 바라보는
혜안(慧眼)을 주었지만 아직 난 너에게
아무 것도 해준 것이 없으니
빚을 못 갚는 빚쟁이로 남았다
언제나 모이면 왔냐며 잡아주던 손
이제는 이 잡듯 뒤져도 찾을 수 없다
같은 길을 걸었다는 빌미로
난해한 시어(詩語)들이나 던졌던 부담이
메아리로 돌아와 아프게 파고든다
색이 바라지 않는 사진처럼
나의 앨범에 꽂아두고 간직하려 하지만
빈자리가 이렇게 휑할 수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