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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문학사를 빛낸 시인들

한국문학사를 빛낸 시인들 - 김종상 편

한국문학사를 빛낸 시인들

 

김종상 편

 





1.만남

 

  2016627일 오후 2시 지하철 5,6호선이 교차하는 환승역인 공덕역 7번 출구 지하에서 만남을 가졌다. 616일 강서문학의 밤에서 뵈었을 때 인터뷰를 쾌히 허락하시고 아직도 창작의 일선에서 열성을 다하여 활동하시느라 바쁜 일정에도 귀한 시간을 내주심에 감사드린다. 언제 뵈어도 편한 마음으로 대할 수 있도록 베풀어주시는 배려에 마음이 따뜻해진다.

  김종상 선생님은 한국아동문학 교육을 위해 예시로 글을 쓰다가 작가라는 이름을 얻으실 정도로 어린이를 위한 글쓰기와 동요 부르기에 초석을 깔아주신 분이다. 팔순이 넘은 지금도 매주 목요일이면 오전 1030분부터 12시까지 강서문화원에서 문예창작강의를 맡아 후학들에게 경험을 나누신다니 , 건강은 물론 그 열정에 고개가 절로 숙여졌다. 아직 약속시간 전 인데 나오셔서 메모된 작품을 다듬고 계시는 모습을 발견하고 발걸음을 재촉해야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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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선생님은 평생 교직에 계시면서 시와 동시, 동화와 소년소설 등 여러 장르에 걸쳐 많은 창작을 하셨는데 그 동기는 무엇인가요?

 

  문학과 교육은 같은 축에 붙은 두 개의 바퀴라고 생각해요. 안동사범 본과를 졸업한 나는 1955331, 상주 외남국민학교에 부임하였지요. 625전쟁 뒤라서 어린이들은 모두 굶주렸습니다. 숙직실 옆에 가마솥을 걸고 미국이 보내주는 전지분유와 옥수숫가루로 죽을 끓여 주린 배를 채웠지만 집에 가면 낮에는 농사를 도와야 하고 밤에는 석유를 아껴 등잔불을 켜지 못하므로 공부를 못 했습니다. 자연히 고학년에도 문맹자가 있었습니다.

  사람은 타고난 선천적 개체요인보다 후천적 환경요인이 능력이나 품성을 결정하고, 능력과 품성에 따라 보답이 달라지지요. 이것을 인연과보(因緣果報)라고 하잖아요. 나는 선생이 되었으니, 나를 따르는 어린이들에게 좋은 환경이 될 것을 다짐했습니다. 열악한 환경에서 헐벗고 굶주려서 학습이 뒤떨어지고 정서가 메마른 어린이들에게 희망과 긍지를 갖게 하려면 글쓰기를 가르치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했지요. 일기를 쓰이고 짧은 글을 써주고 외게 했습니다. 글자를 모르는 어린이는 내가 써준 글을 외며 글자를 익히게 했지요. 외남은 감고장이기에 그들이 경험했을 ?감 따기?를 시로 써주고 외게 한 후 그것을 참고로 자기들의 경험을 쓰게 했습니다.

 

동생과 텃밭에서/ 감을 땁니다.

삭혀서 먹으면/ 끼니를 때우고

내다 팔면 공책과 연필이 됩니다.

―「감따기전문(1955)

 

  이렇게 하니, 어린이들은 자기들의 생활에 관심을 갖게 되고 문맹자도 글자를 익히고 쓰기에 재미를 붙여갔습니다. 감이 빨갛게 익을 무렵에는 놀에 물든 마을과 하늘 풍경을 써보였지요.

 

파랗던 풋감도/ 홍시로 익듯

하늘도 그렇게/ 익는 것일까?

 

하루해가 서산에 질 때면

하늘도 빠알갛게 물이 드네.

―「노을일부(1956)

 

  이렇게 보고 행동한 것을 그림으로 그리듯이 쓰게 했습니다. 나는 이렇게 쓴 짧은 글을 사생시(寫生詩)라고 했습니다. 그러자니 내가 문학공부를 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어린이들에게 보여줄 동시와 동화는 물론이고 시와 소설도 습작을 했습니다. 노을은 나중에 퇴고를 거듭해서단풍이란 제목으로가돌릭소년에 발표했는데, 그것이 청양의 고은식물원에 시비로 세워졌어요.

  외남학교 뒤로는 오봉산 다섯 봉우리가 병풍처럼 둘려있는데 그 골짜기에 살고 있는 어린이들이 많았어요. 나는 그 곳을 소재로부처손이란 이야기를 썼어요. 서울에서 피난 온 어린 소녀와 그 곳에서 자란 순박한 소년과의 만남인데 황순원의소나기와도 같은 분위기의 소년소설이었어요. 또 그 골짜기 풍경을 그려낸 시와 동시도 여러 편 썼습니다.

  그것을 어린이글쓰기 교재로 사용한 후 더 고쳐서 문학작품 현상공모에 보냈어요.부처손1958새교실문예작품모집에 곽종원 선생님 심사로 뽑혔고, 저녘 어스름과 동시산골1959민경친선신춘문예새벗7주년 문예작품모집에 뽑혔어요. 이어서 이듬해에서울신문신춘문예에 동시산 위에서 보면이 당선 되었습니다. 모두 어린이글짓기교육을 위한 사생시(寫生詩)였습니다. 그래서 나는 작가가 되기 위해 글을 쓴 것이 아니라 교육을 위해 글을 쓰다가 작가라는 이름을 덤으로 얻게 된 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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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선생님의 시론에 대하여 한 마디 해주십시오.

 

  나는 글을 쓸 때면 왜 쓰나? 를 생각해요. 내가 쓴 글이 어린이들의 정서를 풍요롭게 가꾸고 정신적으로 즐거움을 주며, 좋은 품성을 갖추어가는 자양이 되기를 희망해서지요. 글을 통한 간접경험이 생활의 지혜와 도덕적 교훈이 되어 사람을 훌륭하게 길러줄 수 있다고 믿어서입니다. 아동문학은 모든 것을 사랑의 대상으로 파악하고 거기에서 느끼고 생각한 것을 곱고 아름다운 말로 보여주는 글이므로 쓰는 사람이나 읽는 사람 모두에게 곱고 아름다운 언어생활과 풍요로운 사랑의 마음을 가꾸어 주는 글입니다.

  좀 오래된 일입니다. 전국 어린이글 현상모집에 대전 복수초등학교 어린이글이 큰 상을 받은 적이 있습니다. 내용이 이러했습니다.

 

  학교에서 돌아오는데 길 가던 어른이 어느 학교에 다니느냐고 물었습니다. 어린이는 복수초등학교요 하고 자랑스럽게 대답했습니다. 그런데 어른은 고개를 갸웃거리더니 너희 학교는 무슨 원수가 그리 많아서 이름까지 복수냐?” 했습니다. 이 말을 듣는 순간부터 어린이는 크게 실망했습니다. 원수를 갚는다는 복수란 말이 머릿속을 맴돌며 학교가 싫어지고 공부도 되지 않았습니다. 어린이의 태도가 이상하다고 느낀 어머니가 무슨 일이 있느냐고 물었습니다. 어린이는 학교 이름 이야기를 했습니다. 가만히 생각에 잠기던 어머니는 복수보다 더 좋은 말이 어디 있느냐고 했습니다. 어머니는 깊은 사랑이 담긴 조용한 말투로 행복과 목숨이란 뜻이니 세상에서 제일 좋은 이름이라고 했습니다. 이 말을 들은 어린이는 그 때부터 태도가 달라져 공부도 잘 하는 모범생이 되었다는 것입니다

 

  문학 작품, 특히 아동문학작품은 사랑이 담긴 이 어머니의 말과 같은 것이어야 합니다. 거칠게 막말을 잘 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높은 자리에 있는 사람들 중에 그런 사람이 많아요. 거칠고 막된 말은 듣는 사람에게 상처를 주지만 스스로에게도 가시가 됩니다. 그러나 곱고 상냥한 말은 자신을 돕고 상대에게도 기쁨을 주지요. 말이 고우면 마음씨도 곱고 마음씨가 고운 사람은 태도도 곱습니다.

  그러나 거친 말이나 막된 말을 하는 사람은 마음씨도 거칠고 행동도 막된 경우가 많아요. 본디는 마음이나 행동이 그렇지 않던 사람도 거친 말, 막된 말을 하게 되면 마음씨도 행동도 말을 따라가게 됩니다. 그래서 나쁜 말은 남을 해치는 흉기이기도 하지만 종내는 자신마저도 병들게 하는 독이 됩니다.

  특히 동시는 인간정신을 정화시키는 사랑의 문학이라고 생각합니다. 스웨덴의 신학자이고 천문학자였던 E.스베덴보리사랑은 영혼의 불꽃이라고 했습니다. 불꽃은 광명의 원천으로 모든 생명체를 원초적인 공포인 어둠으로부터 구원하여 따뜻한 사랑으로 품어 줍니다. 어린이들에게 주는 시는 영혼의 불꽃이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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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서울로 직장을 옮기게 된 게기는 무엇이었으며 그 후의 생활은 어떠했나요?

 

  상주의 글짓기교육이 외부에 알려진 것은 1959년 부터였어요. 195812월에 대구일보 남욱 기자가 상주를 현장취재해서꽃피는 동시의 마을이란 제목으로 신문에 특집을 꾸몄어요. 그러자 같은 해 5월에는 한국일보 장정호 기자가 역시 현장을 와보고 한국일보에어린 문사의 고장, 여류작가의 묘판등의 제목으로 3회에 걸쳐 보도하자 같은 해 10월에는 새싹회(윤석중) 주최로 서울중앙공보관에서 상주어린이시화전을 개최하고 서울의 5대 일간지가 지상전을 해주었어요.

  소백산맥 끝자락에 운둔하고 있던 상주가 어린이글짓기교육으로 비상을 한 것이지요. 1960년이 되자 여러 사람이 상주를 떠났으므로 어쩔 수 없이 내가 상주글짓기회를 맡게 되었어요. 1960년대는 교육수요는 천정부지인데 국가재정은 따르지 못하자 사립학교 설립을 권장했어요. 그러자 신설되는 사립학교에서 손길이 뻗어왔습니다. 서울 생활은 자신이 없어 여러 번 거절했지만 끝내는 예상치 못한 낚시에 걸린 셈이지요.

  나를 채용한 학교는 글짓기교육으로 학교 위상을 높여보려는 계산이었어요. 이왕이면 해보자고 팔을 걷어붙였지요. 전교생에게 일기를 쓰여 문장력을 높이고 학교신문을 발행하고 문예반을 강화했지요. 그 결과 새싹회 주최 제2(1970) 대통령상타기글짓기공모에서 대통령상(5년 신명희 동시), 문공부장관상(2년 박용범 일기) 등 전국 최다 입상자를 냈지요. 또 학급어린이들에게 붓글씨지도를 해서 1977년에는 서울서부교육청 주최 어린이서예대회 학급단체 1, 일요신문과 현대경제일보사 주최 제1회 전국어린이붓글씨대회에 단체 1등을 하고 학급 어린이 전원의 붓글씨와 묵화(사군자)를 모아 한국교육출판사에서어린이 서화집을 출판했으며 연말에는 전교생의 육필일기를 양장으로 제본하여 개인일기문집으로 만들어 주었습니다.   

 나를 특채한 재단과 학교측의 배려가 힘을 실어주었고 나도 그 값을 한 셈이지요. 내가 정년이 지나고 70살이 될 때까지 학교에 근무한 것도 그 때문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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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직장을 옮긴 후에 문학작품에는 변화가 없었습니까?

 

  사람의 정서도 보호색을 갖는 것 같아요. 생활환경이 바뀌니 작품에도 변화가 왔습니다. 1959년 민경친선신춘문예에 뽑힌 저녘 어스름새벗7주년기념현상공모 입상한 산골을 보면 모두가 자연의 풍광을 스케치한 사생시(寫生施)입니다.

 

두메마을 등불 두셋/ 꿈이련 듯 아득한데//

잔잔한 실안개 속/ 흐르는 달그림자//

돌담 끝 밀 보리밭/ 산꿩이 깃을 치고//

산머리 별이 뜨면/ 추억처럼 익는 이슬.

-저녁어스름전문-

 

  이렇게 한가롭고 낭만적인 풍경이지요. 그런데 서울로 와서 쓴 글은 똑 같은 자연을 대상으로 쓴 글이라도 달랐습니다. 아래 글들은 서울로 온 직후에 쓴 글들입니다.

 

서울의 달은/ 아무도/ 보아 주는 이 없어/

쓸쓸하고 맥빠진 표정이다.//

억새숲을 헤치며/ 솔가지를 딛고 오르면/

왁자하게/ 손 흔들어 반겨 주던/ 시골 어린이들을/ 생각하며,//

빌딩 숲 사이로/ 소란스러운 거리를/ 두리번거리는/ 서울의 달은,//

매연에 그을려/ 부석하고 짜증난 얼굴로/ 고가도로 난간에 앉았다가/

슬그머니 떠나간다.

-서울의 달전문-

 

물소리도 똑 같은 자연이지만 서울과 시골에 따라 그 모습이 이렇게 달라졌습니다. 나를 아는 사람들은 내가 서울로 오던 해인 1969년부터는 내 시에서 풀 향기가 사라지고 매연이 묻어난다고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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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선생님의 시가 작곡되어 노래로 불리어진 활동에 대하여 말씀해주십시오.

 

  노래는 사회 기풍과 국민정신을 이끌어가는 주술적인 힘이 있다고들 말하지요. 건전한 노래는 건전한 사회를 만들어주지만 그렇지 못한 노래는 생활을 문란케 하여 국가사회를 나약하게 만들 수도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어린이들에게는 그들에게 맞는 노래를 주어야 합니다. 유아들은 젖을 먹어야지 술을 먹여서는 안 되지요. 그런데 우리 어린이들은 동요를 버리고 유행가로 가버린 지가 오래되었습니다.

  그래서 한 때에는 아동문학가와 일반시인들이 모여 동요부흥운동을 한 적도 있습니다. 나도 그 일에 참여하면서 한국동요작곡연구회가 주최하는 초등교사 동요작곡 강습회에서 특강이라는 이름으로 동요 노랫말에 관한 강의를 종종 했습니다. 그 때면 나는 글로서의 노랫말은 수명이 짧지만 좋은 곡을 만나면 영생을 얻게 되니 어린이들에게 사랑을 받을 수 있는 좋은 곡을 부탁한다며 내 동시집을 나누어주곤 했습니다. 같은 노랫말에 여러 작곡가가 곡을 붙인 것이 그 때문인데, 노랫말 끼리끼리10분의 작곡가가 곡을 붙이기도 했습니다.

  이렇게 작곡된 것이아기잠자리,별을 긷지요,꽃과 별과 노래,꽃처럼 별처럼4권의 노랫말 동요곡집에 1285곡이 실렸고, 아직 책으로 엮지 못한 곡도 290여곡 되니 총 1.500여곡 정도가 작곡이 되었어요. 그 중에 학교 음악교과서에 수록된 것은 소라피리(1992년 초등 5학년),끼리끼리(1997년 초등 6학년),즐거워지네(2002년 초등 3학년), 어머니(2002년 중등 1학년)꽃과 별(2002년 고등 1학년)별가족(2011년 초등 6학년) 등이 있지만 널리 불리는 것은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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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가까이 지내셨던 친구 분들은 누구였습니까?

 

  가까이 지낸 친구라면 상주 외남의 동료였던 차광식, 정상묵 등이 나와 삼총사로 불리며 형제처럼 지냈는데 모두 고인이 되었어요. 그 후 친구들은 나이가 좀 든 아동문학가들이 대부분이지요. 그 중에서 동시를 쓰는 신현득은 중학교와 사범학교 동기인데 학교 다닐 때는 그 무렵學園에 연재되던 만화 꺼꾸리와 장다리의 모델이란 놀림을 받기도 했어요. 상주에서 같이 글짓기교육을 했고 내가 서울로 옮기자 그도 대구에서 학교를 그만 두고 소년한국일보로 와서 지금까지 같은 길을 걷고 있어요.

  이영호와 이준연은 서울에서 만나서 가까이 지냈으므로 한 때는 삼총사라는 소리를 듣기도 했는데 이제는 건강 탓으로 만남이 뜸해졌습니다. 또 가까이 지낸 친구 중에는 내가 상주글짓기회 회장이었을 때 나를 도왔던 권태문은 고인이 되었고 그 때 총무를 했고 나와 같은 무렵에 서울로 와서 사업을 하며 동시도 열심히 썼던 강세준도 이제는 건강문제로 요양중이지요. 세월과 함께 모두 너무 빨리 가고 있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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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후배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씀이 있으시다면?

 

  참여문학의 목소리에 힘이 실리면서 문학작품의 소재나 표현이 다양해지는 것은 좋으나 순수성을 잃어가는 점은 삼가야 할 것 같아요. ‘학원가기 싫을 때는 엄마를 씹어 먹고, 삶아 먹고 구워 먹고, 심장은 맨 마지막에 가장 고통스럽게 씹어 먹는다는 어린이시가 출판된 일이 있고, 어린이들이 욕지거리로 개사해서 부르는 노랫말을 본 딴 보지 말고 자지라는 제목의 동시가 있는가 하면 남녀의 성기를 소재로 한 동시도 여러 편 봤습니다.

  또 숙제가 많다고 선생님, 밥을 잘못 먹은 거 아니에요? () 우리 엄마 아빠 알면 큰 일 날 거예요/ 잘못하면 선생님 잘릴지도 몰라요엄마의 잔소리는 하루에도 몇 번씩 두 귀를 할퀴고/ 선생님은 이빨 사나운 개처럼 나를 물고 늘어진다라는 동시들이 아무런 저항 없이 어린이들에게 주어지고 있어요. 더구나 이런 동시를 쓰고 출판하는 사람들이 모두 어께에 힘이 실린 아동문학가라는 점이 우리를 우울하게 하고 있습니다. 작품을 쓸 때는 그것을 읽을 어린이들에게 무엇을 보여줄 것인가를 생각해주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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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시세계

 

  김종상 선생님의 시 중에서 애송시로 분류하고 있는 동시미술시간이 제시하는 풍경은 사물들이 머물러 정지한 정태적 풍경이 아니라 일어서고 날고 자라는 풍경이다. , 새들, 곡식 들판은 동시들의 도움으로 살아 움직인다. 이 움직임들은 재주 많은 손에서 나온다. 어린이는 천진한 눈으로 붓이 스쳐간 자리마다 나타나는 바람에 흔들리는 숲, 창공을 활강하는 새들, 곡식이 자라는 들판을 놀람과 즐거움으로 지켜본다. 그림의 즉각적인 효과는 놀람과 즐거움이고 그 심미적 경험의 결과는 내면을 채우는 행복감이다.

  대상을 있는 그대로 그린다 하더라도 그림은 현실과는 다른 세계다. 밀레의 만종이 감동스러운 것은 대상의 세계를 똑 같이 재현하기 때문이 아니라 고요와 숭고함의 찰나를 떠올리게 하는 까닭이다. 그림은 있는 그대로의 대상이 아니라 발현된 기억과 인상과 느낌을 표현한다. 색종이를 오려 붙이자 홀연히 집길 들판이 나타난다. 그림의 세계는 현실의 반영이고, 작은 세계는 절대자가 창조한 우주의 축약이자 그 반향이다. 어린이는 그 사실을 본능으로 깨달은 것일까? 그림을 그리고 색종이를 오려 붙이며 몰입과 창조의 기쁨을 겪는 아린 마음이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세상도/ 아무도 모르는 어느 큰 분이 / 그렇게 만들어서 세운 것이 아닐까?” 라는 물음으로 달려간다. 창조라는 맥락 안에서 어린아이와 우주를 만든 절대자는 하나로 겹쳐진다고 장석주 시인은 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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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김종상 약력

 

경북 안동 출생(1935), 안동사범 본과 졸업(1955)

새교실 소설부처손추천(1958), 월간새벗에 동시 산골 입선(1959), <서울신문> 신춘문예 동시산 위에서 보면당선(1960) 등단, 2회 경향교육상, 교육공로 개인상, 대한만국문학상, 대한민국동요대상, 한정동아동문학상, 세종아동문학상 외 다수수상.

상주군 외남초등학교에서부터 어린이 글짓기 교육의 실천 연구에서 앞장 서서 상주글짓기회 대표, 한국아동문학가협회 회장, 한국어린이 사랑회 회장, 한국동요동인회 회장, 시와여울동인회 회장, 불교아동문학회 회장, 색동회 이사, 어린이문화진흥회 부회장, 국제펜클럽한국본부 부이사장, 길꽃어린이도서관 운영위원장, 한안현 글짓기장학회 운영위원장, 한국어문능력개발원 상임이사, 유석초등학교 교장 등 역임.

 

동시집흙손 엄마(형설출판사, 1964),어머니 그 이름은(세종문화사, 1974),우리 땅 우리 하늘(서문당, 1979),해님은 멀리 있어도(문학교육원, 1982),하늘빛이 쌓여서(가리온출판사, 1984),어머니 무명치마(창작과 비평사, 1985),하늘 첫 동네(웅진출판사, 1986),땅덩이 무게(대교문화, 1987),생각하는 돌멩이(현암사, 1992),매미와 참새(아동문예사, 1993),나무의 손(미리내, 1995),곰은 엉덩이가 너무 뚱뚱해요(문공사, 2000),시가 담긴 우리 꽃 제13(프로방스, 2000),옛날 스님들은 어떻게 살았을까(파랑새어린이, 2003),꽃들은 무슨 생각할까(파랑새어린이, 2003),숲에 가면(섬 아이, 2008),꽃의 마음(대영미디어, 2010),꽃도 사랑을 주면 사랑으로 다가온다(소년문학사, 2011),동물원, 우리 집은 땅땅땅(파란정원, 2011),동물원, 우리 집은 물물물(파란정원, 2012),동물원, 우리 집은 하늘하늘(파란정원, 2012),스님과 선재동자, (고글, 2012),알락달락 나비고기(리젬, 2015),우주가 있는 곳(청개구리, 2015),어디 어디 숨었니(예림당, 2015)

번역판 동시집중영쌍어동시(대만 인류문화공사, 2002),쌍어동물동시(수정판)(대만 인류문화공사, 2003),Graine de bouddha(France, Picquier Jeunesse, 2008sus)

창작동시선집날개와 씨앗(오늘 어린이, 1996), 3.

교육용 동시집동시감상 동시를 감상하세요(청화, 1988) 4.

노랫말 동요곡집동요440곡집 아기잠자리한국음악교육연구회(1995) 3.

기행시집바람처럼 구름처럼(도서출판 비트, 2004) 4.

창작동화집 아기사슴(삼성당, 1980) 38.

수필 교육수상집개성화시대의 어린이, 어린이 문화(잡문당, 1995) 1.

종합문집소리피리(보성출판사, 1969) 1.

작문교재 글짓기 사례기글밭에서 거둔 이삭(세종문화사, 1970)49.

가타 편저국민교육헌장독본(공저)(동아출판사, 1970)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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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김종상 아동문학가 대표작품

 

 

메뚜기

 

 

 

벼논의 메뚜기는

벼메뚜기.

 

노릇노릇 익어가는

벼 이삭처럼.

 

메뚜기도 노랗게

익고 있네요.

 

콩밭의 메뚜기는

콩메뚜기.

 

볼록볼록 알이 드는

콩꼬투리처럼.

 

메뚜기도 토실토실

살이 찌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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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풍

 

 

 

빨갛게 익어가는

감을 닮아서

잎사귀도 빨갛게

물이 들었네

 

감나무에 떨어진

아침 이슬은

감잎에 담겨서

빨강 물방울

 

샛노란 은행알이

달린 가지에

잎사귀도 노랗게

잘도 익었네

 

은행나무 밑으로

흐르는 냇물

은행잎이 잠겨서

노랑 시냇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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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

 

 

 

들로 가신 엄마 생각

책을 펼치면

책장은 그대로

푸른 보리밭

이 많은 이랑의

어디 만큼에

호미 들고 계실까

우리 엄마는

 

글자의 이랑을

눈길로 타면서

엄마가 김을 매듯

책을 읽으면,

 

싱싱한 보리 숲

글줄 사이로

땀 젖은 흙냄새

엄마 목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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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 위에서 보면

 

 

 

산 위에서 보면

학교가

나뭇가지에 달렸어요

 

새장처럼 얽어놓은

창문에

참새 같은 아이들이

쏙쏙

얼굴을 내밀지요

 

장난감 같은 교문으로

재조잘 재조잘

떠밀며 날아 나오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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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은

포도 덩굴

 

몇 백 년이나 자라

땅덩이를 다 덮었다

 

이 덩굴

가지마다

 

포도송이 같은

마을이 있고

 

포도알 같은

집들이 달렸다

 

포도알이 늘 때마다

포도송이는 커 가고

 

갈 봄 없이

자라 가는

이 덩굴을 통하여

 

사람과 사람이 도와 가고

마을과 마을은 이어져서

 

세계는

한 덩이 과일로

토실토실 익어 가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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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가 있는 곳

 

 

 

우주 속에는

, , 별이 있고

그 속에 지구가 있고

 

지구 위에는

식물과 동물이 살고

그들과 함께 내가 살고

 

내 안에는

마음이란 것이 있고

마음 안에 우주가 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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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내용은 2016년 시세계 가을호에 게재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