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은 마음으로 보는 것
- 천병은 소설「백색의 악령」출판기념회에서
윤제철
잠시 정전만으로
성냥이나 초를 허둥대며 찾는 세상에서
스무 살 나이까지 보던 기억으로
앞을 밝히며 딸 넷을 낳아 키우다가
백혈병에게 아내마저 빼앗기고 말았다
안마사 벌이로 먹이고 입히고 가르치겠다는
아내와의 약속을 지키느라
어둠에서 빛으로 자주 만나야했다
산 이야기를 글자로 들려주리라
컴퓨터 자판을 두들겼다
멀쩡한 사람도 쓰기 어려운 소설을
눈물로 써 내렸다
고통스러웠던 기억을 더듬어
한 겹 한 겹 벗겨내면서
표현되지 않는 한 구절 때문에
고통에 굴러 떨어지기 수차례였지만
아무도 찾지 않았다
세상은 마음으로 보는 것
눈으로 보는 세상은 거짓이 많아
믿을 수 없는 껍데기만 볼 뿐
보이지 않는 눈을 가졌다고
아쉬워하거나 실망을 할 새가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