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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창작시

세상은 마음으로 보는 것

세상은 마음으로 보는 것

- 천병은 소설「백색의 악령」출판기념회에서

 

윤제철

 

 

잠시 정전만으로

성냥이나 초를 허둥대며 찾는 세상에서

스무 살 나이까지 보던 기억으로

앞을 밝히며 딸 넷을 낳아 키우다가

백혈병에게 아내마저 빼앗기고 말았다

 

안마사 벌이로 먹이고 입히고 가르치겠다는

아내와의 약속을 지키느라

어둠에서 빛으로 자주 만나야했다

산 이야기를 글자로 들려주리라

컴퓨터 자판을 두들겼다

 

멀쩡한 사람도 쓰기 어려운 소설을

눈물로 써 내렸다

고통스러웠던 기억을 더듬어

한 겹 한 겹 벗겨내면서

표현되지 않는 한 구절 때문에

고통에 굴러 떨어지기 수차례였지만

아무도 찾지 않았다

 

세상은 마음으로 보는 것

눈으로 보는 세상은 거짓이 많아

믿을 수 없는 껍데기만 볼 뿐

보이지 않는 눈을 가졌다고

아쉬워하거나 실망을 할 새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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