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곳에 오면
- 대전고 49회 서부모임에 가면서
윤 제 철
초등학교, 중학교시절은
너무 어려서 무얼 모른다는데
고등학교를 같이 다닌 친구들을 만난다면
아침부터 마음이 먼저 가있다
누가 오고 누가 어떤 모습을 하고 오나
마치 사랑하는 사람이라도 만날 것 같은
기대감에 부푸는 가슴이다
안 오거나 못 오는 친구라도
마음은 옆에 와 있다
누군들 감정이 없고
누군들 지나간 추억이 그립지 않겠냐
그런데 얼굴을 내밀 수 있는 처지가 아닌
말 못할 여건이나 건강 때문에
못 오는 친구가 있지만
이곳에 오면 살맛이 난다
오류가 생긴 컴퓨터를
오류발생 이전으로 돌려달라는 프로그램을 써서
정상으로 돌아가듯이
친구들 얼굴에서 소년의 얼굴이 나오고
친구들 목소리에서 풋풋하고 앳된 음성이 들린다
이곳에 오면 술 맛이 난다
2016년 3월 23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