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문학관 탐방

경암 이철호 문학기념관 관람기


경암 이철호 문학기념관 관람기



                                                                                                                               윤제철(사단법인 세계문인협회 부이사장)


1. 들어가는 글


  12월 31일, 끝자락에 밀린 2014년이 차가운 오후로 날리고 있었다. 내일이면 2015년이 열리는 1월 1일이다. 새해라는 이름은 늘 꿈과 희망을 가져다주면서 나이와는 상관없이 설레게 한다. 이수사거리 횡단로를 건너다 외출한 김에 서문여고 방향으로 발길을 돌려 서울 서초구 방배동 1345번지에 있는 경암 이철호 문학기념관을 찾았다.

  건물 3층 사단법인 새한국문학회 사무실에 들러 김소월문학기념사업회 회장이신 김종대 회장, 격월간 한국문인 표중식 편집주간, 강신옥 편집국장님께서 맞아주셨다. 따뜻한 커피 한 잔에 언 몸을 녹였다. 어느 편집실이나 그렇겠지만 책으로 성을 이룬 벽으로 둘러 향기를 내뿜는 듯 한 해를 마무리하고 있었다.


2. 경암 이철호 문학기념관


 한 층 위에 문학기념관은 경암 이철호 선생의 반세기 넘게 창작활동을 통한 문학적 위업, 또한 사단법인 새한국문학회를 창설하여 다채로운 문학행사를 개최하는 등 한국문학발전에 이바지하였을 뿐만 아니라 부설 한국문인 아카데미 연수원에서 문학 강좌를 통해 후진양성에 열성을 기리고자 선생님의 문학적 발자취를 집대성하여 문단의 원로 및 중진, 그리고 지역 기관장 등을 모시고 개관되었다. 

  관람은「한의학자이면서 소설가, 수필가로서의 경이로운 그의 삶과 문학, 경암 이철호 문학기념관」이라고 쓰인 타이틀로 시작되었다. 1939년 1월 25일 인시(寅時) 서울 봉래동 출생이다. 연혁으로 작가, 저서, 방송, 상훈으로 구분하고, 경암의 오십년 문학세계를 조명한 소설가인 고 김동리, 문학평론가 김양수, 소설가 유현종, 수필가 정주환의 주목할 만한 평설이 올라 눈길을 끌었다.



  그리고 삶의 이정표가 될 만한 일을 기념하기 위한 휘호가 액자 몇 점으로 걸려 있고, 문단 오십년사가 저서로 진열되어 빛나고 있었다. 전시를 다하지 못하였지만 엄선한 서른 권이었다. 한의사로써 사십년의 업적을 빼놓을 수 없었다. 진료를 통한 집필 의료서적 또한 서른 권이나 되었다.

  이제는 어느 서랍 구석에나 숨어 있거나 버려진지 오랠 육필원고가 수북하게 쌓인 하얀 편지봉투가 눈에 번쩍 띄었다. 워드작업을 하느라 손으로 쓴 원고를 구경하기 힘든 이 시대의 진정한 보물을 간직하시는 모습에서 진정한 문인의 정신이 보였다.

  아무나 할 수 없는 의정활동을 시의원으로 하셨고, 바누아투국 명예영사로 임명되기도 했다. 그 외에도 공로를 인정하는 여러 개의 훈장을 비롯 상패, 공로패, 감사패, 손으로 셀 수 없는 단체의 임명장, 표창장, 선임장, 위촉장 등이 가득하였다.



3. 한국문인협회에 대한 고심


  평범한 인생을 산다는 것은 생업을 위한 것으로 마감되지만 소개된 바와 같이 작가, 한의사, 의정활동 등 3모작 이상을 꾸린 경암 이철호 선생은. 얼마 전에 함께 하시던 부인을 잃으시고 몰두해야할 일이 무엇인가를 고심하셨다.

  한국 문인들의 본산인 한국문인협회의 떨어진 위상을 다시 올릴 수는 없을까? 왜 문인들은 한국문인협회를 외면하고 있는 것일까? 해답을 얻는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한 번에 바꿀 수는 없어도 조금씩 시도해볼 필요가 있다. 임원들이 현실에 안주하며 눈에 띄는 업적하나 쌓지 못하고 임기만 채우고 몇 푼 안 되는 지원금이나 회비로 봉급이나 타내는 일로 답습되어서는 안 된다. 그리고 국가기관에서 이래도 흥 저래도 흥하며 줏대 없이 눈치나 보는 자세로는 이미 문인이 아니다.

  봉급을 받는 임원 보다는 자신의 돈을 쓰면서 운영하고 한국문인협회의 자본금을 늘리는 역할에 앞장서서 적극적으로 활동하여 문인의 위상을 높이는 임원이 필요하다. 전국에 산재되어 있는 지부와의 결속관계는 무엇으로 끈을 묶을 것인가? 빈껍데기 밖에 안 되는 연방의 실태를 좌시해서는 안 될 것이다. 이미 그 체제에서 질 들여진 사람보다는 새로운 바람을 몰고 올 인물이 필요하다.

  필자는 약속도 없이 불쑥 찾아와 문학기념관에 전시된 내용을 둘러보며 혼잣말로 누구에겐가 말을 하듯 동의를 구하고 있었다. 내가 바라는 나다니엘 호돈의「큰 바위 얼굴」은 언제나 내 앞에 나타날 것인지 이번에는 바람이 이루어지리라 믿고 싶다. 

 

4. 나오는 글


  이렇듯 문학기념관을 만들 수 있는 흔적들을 처음부터 끝가지 부럽게 지켜본 사람들은 그 안에 담긴 삶의 정열과 진실이 그냥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 만한 역량의 그릇을 지닌 경암 선생의 고심이 가져야할 궁극적인 목표는 길을 내는 일이다.

남들이 길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길을 내면서 가는 것이다. 그 뒤를 따라 많은 사람들이 다니면 길이 되는 것이다. 이미 출사표는 던져졌다 일생을 통해 구한 모든 능력을 동원하여 문인 모두를 위한 위대한 업적을 남기길 바란다. 그 것이야말로 앞으로 남겨야 할 유일한 전시물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