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귀리에서
윤제철
허름한 겉모습과는 달리
철썩이는 파도소리 나직한 음성
비릿한 체취로 눈높이를 맞춰가며
정감어린 모습으로
사흘을 돌봐준 고향집 그대로
창문 가린 발 사이로 들어와
덥지 않게 보살피는 바람
지금은 모두 떠난 돌담마저
이곳에선 포근함 나눠주고
태풍이 지나간 뒤라지만
맑고 깨끗한 자리 펴놓고
멀리 나갔다가도 기다렸다가
쉴 곳이 되어주었던 그 곳
살던 집을 아낌없이 내놓으며
편하고 즐거운 시간 만들라고
베푼 넉넉한 정을 읽으며
가슴 한 쪽 갈피에 써 놓은 일기처럼
돌아온 일상에서 뒤적여 볼
소중한 친구가 되었다
*하귀리 : 제주시애월읍에 있는 동내 이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