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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창작시

하귀리에서

하귀리에서

 

윤제철

 

 

허름한 겉모습과는 달리

철썩이는 파도소리 나직한 음성

비릿한 체취로 눈높이를 맞춰가며

정감어린 모습으로

사흘을 돌봐준 고향집 그대로

 

창문 가린 발 사이로 들어와

덥지 않게 보살피는 바람

지금은 모두 떠난 돌담마저

이곳에선 포근함 나눠주고

 

태풍이 지나간 뒤라지만

맑고 깨끗한 자리 펴놓고

멀리 나갔다가도 기다렸다가

쉴 곳이 되어주었던 그 곳

 

살던 집을 아낌없이 내놓으며

편하고 즐거운 시간 만들라고

베푼 넉넉한 정을 읽으며

 

가슴 한 쪽 갈피에 써 놓은 일기처럼

돌아온 일상에서 뒤적여 볼

소중한 친구가 되었다

 

 

*하귀리 : 제주시애월읍에 있는 동내 이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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