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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기행

전화국 처제와 라모에 주변

전화국 처제와 라모에 주변

 

 퇴임이란 말을 다시 되새겨보는 기회를 가졌다. 전화국 처제가 명퇴를 하여 당분간 어수선한 마음을 추스르는 데 시간이 필요하였다. 아내는 사간을 내어 놀러오라며 위로의 기회를 만들었다. 나나 아내가 그랬지만 아침밥만 먹으면 자동으로 일어나 나가던 직장을 어느 날 갑자기 나이 때문에 더 나갈 수 없게 되어 준비도 안 된 상태로는 마음의 갈피를 잡기 어려울 수밖에 없다.

 오전에 영덕이를 등교시키고 나서 10시가 좀 넘어 도착하였다. 이야기 하다 보니 다행히 같이 퇴임한 동료들 중에 번역사무실을 내는데 얹어서 자리를 얻었다는 사실에 이구동성으로 잘되었다고 마음속으로 박수를 치고 있었다. 언제든지 찾아가 몸을 맡기고 마음을 쉴 수 있는 공간이 있다는 건 큰 재산이다. 나 또한 출판사에 자리를 얻어 나가고 있지만 퇴임 후 적응을 하는데 큰 역할을 해주었다.

 필자는 아내의 병원 진료문제로 진료의견서를 떼기 위해 동내병원을 다녀와야 했다. 환자진료처럼 기다렸다가 순서가 되어 의사의 소견을 받을 수 있었다. 기다리는 시간이 길었다. 집으로 돌아와 점심식사를 위해 가까운 곳에 위치한 백운호수주변에 한정식 전문식당「송이향」을 가기로 했다. 평일이어서 막히지 않고 순조롭게 목적지에 도달할 수 있었다.

 오랜만에 찾은「송이향」은 조금 변화된 음식 종류와 맛을 확인하면서 즐거운 식사를 나누었다. 찾아오고 있는 식당이 몇 개 되지만 손을 꼽자면 몇째 안가는 곳이다. 야무지게 살아온 처제는 퇴임을 덤덤하게 받아들였다. 그리고 미리 대비하여 각오를 다져왔던 것 같았다.

 

 

 

 

 처를 마시기 위해「다모에」를 찾았다. 길 어귀에서 해병대 전우 회원들이 행사를 위한 통제를 하고 있었다. 그러나 식사를 한다니까 열어주었다.「카푸치노」두 잔에「블루베리」주스를 시켰다. 창밖의 하얀 찔레꽃이 호기심을 갖고 들여다보고 있었다. 그리고 밖에 도로는 승용차들로 붐비고 있어 무슨 행사였는지 짐작을 할 만하였다.

 

 

 

 

 

 

 점심식사 소화도 시킬 겸 동내 산책을 나서기로 했다. 아카시야 꽃향내가 은은하게 코끝을 간질이고 있었다. 필자는 햇살이 좋은 시골길을 걸으며 비타민 D가 모자라 뼈에 영향을 줄 수 있다하여 햇볕을 쬐었다. 비가 오지 않은 탓인지 차가 지나치면 먼지가 푸석푸석 날렸다. 봄날의 연록색 이파리들이 제법 진한 초록으로 물들었다.

 

 

 

 

 

 

 

 

 잘 가꾼 정원의 모습이 눈길을 잡았고 경제적인 부를 함께 누리고 있다는 실감을 하였다. 마음먹은 대로 꾸미고 산다는 것은 즐거움을 떠나 행복으로 연결되고 있음을 직감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