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버리며
이사를 하려고 한다
마음대로 못하는 책들
손길이 닿은 잡지나 인연의 끈이 쩜매진
시집, 수필, 평론집들이 손에 잡혀
버리는 줄에 서서 눈물을 흘린다
인정에 끌려 다시 주워 올리다
하루 종일 책을 마주하고 앉아
이야기하고 있다
매정하게 뿌리치지 못하고 가지고간들
다시 버려질지도 모르는 너희들에게
멀쩡한 정신으로 생사를 결정하는
어려운 일은 여태 없었다
오래도록 내 집에서
살길 바라지만
이별의 아픔을 남기느니
차라리 나를 버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