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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기행

시와 서예 여행

시와 서예 여행

 

 

1.마산예술제 문학의 밤

 

 

 

 

 

 

 

 

  마산문인협회(회장 김병수)가 주최하는 마산예술제 문학의 밤 행사와 도심명산장(道心名山藏)개관기념 율산(栗山) 리홍재 신비전(新秘展)을 축하하기 위해 문학기행을 마련하여 2013년 10월 11일 금요일 서울역에서 오후 1시에 만나 3․15아트센터에서 오후 6시 30분에 참석하기 위하여 케이티이엑스 열차를 타야했다.

  그 어느 지역 보다 마산의 문학기행은 의미를 갖고 있다. 6․25를 겪으면서 한국문학의 디딤돌이 되었던 지역으로 꺼져가는 불씨를 살려놓으려는 의지가 강한 곳이었다. 아직도 뜨겁게 타오르는 문학열정을 유감없이 보여주고 있다.

  함께 한 분들은 윤지훈 사단법인 세계문인협회 사무총장과 최병영 평론가, 홍진표 시인, 그리고 필자였다. 오후 1시 45분 열차는 미끄러지듯 서울역을 뒤에 두고 달렸다. 서로 마주보며 앉아 가고 싶으나 매표가 어려운 상태라 망설이고 있던 참에 비즈니스 석에 부부가 양보를 해주셔서 해결되었다.

  문학기행 일정과 문학행사 내용에 대한 전반적인 것에서부터 세부적인 것까지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마산역까지 얼마 안 되는 밀양역에서 얼마 전에 시집「게는 앞으로 가지 않는다」는 제 7시집을 발간하신 박희익(세계문인협회 이사) 시인이 승용차로 기다리신다는 전화연락이 왔다. 자신의 보고 정한 방향이 옳은 줄 알고 게처럼 다른 쪽만으로 가는 시인들을 일컫는 말이 아닌가 싶었다. 박시인은 경상도 어느 지역을 내려와도 현지 문인처럼 언제나 함께 참석하셨다. 넉넉한 마음쓰임이 늘 마음을 편하게 만들었다.

  작년에「마산의 시와 시비」출판기념 및 문학대축제에 참석했던 바로 그 국제회의장 앞에서 김병수 회장을 접했다. 낯익은 문인들과 인사를 나누고 특강을 맡으신 김진규 교수님과 필자의 은사이신 안명호 선생님은 서로 공주사대 동문이셨던 인연과 월간 문학세계로 문단에 발을 디뎠기에 많은 이야기를 옆 좌석에 앉을 때까지 나눌 수 있었다.

  식전공연으로 판소리「심청가」중 심봉사 아이 어르는 대목(창/ 진아, 고수 남일성), 플루트 연주(강승희, 정수경, 강수현), 내빈소개, 경과보고, 그리고 마산예총회장과 마산문인협회 회장의 인사말, 축사 순서로 제 1부 순서가 있었고 제 2부 문학의 밤에는 임채수 시인과 김영락 시인의 시낭송이 이어졌다. 그리고「사랑하는 자여 일어나 함께 하자」는 주제로 김진규(문학박사, 전 공주사범대학장)교수의 특강이 있었다.

  문학은 가치 있는 인간의 체험의 기록이며 언어라는 수단으로 문학적 전통을 통해 인간의 삶이 녹아 내려야한다고 전제하고 나태주의「풀꽃」과 고은의「그 꽃」을 예로 들어 서론을 이끌었다. 문학의 교훈성과 쾌락성, 문학의 참다운 기능, 그리고 묘사와 설명을 본론으로 전개하였다. 시인은 누군가의 손을 잡아주는 존재, 문학은 누군가를 진실하게 사랑하는 데서 시작된다고 결론을 맺었다.

 

 

2.김병수 화장님댁

 

 

 

 

 

 

 

 

 

 

 

 

 

 

 

 

 

  참석 문인들과 한데 어울려 저녁식사를 하고 행사가 마무리 되는 것을 보고 김회장님과 함께 일행은 금산리에 있는 댁으로 발향을 잡았다. 마산문학을 이끌고 있는 그는 경남 창원시 마산합포구 진북면 금산리 대밭골에 거주하고 있었다.

  밤늦게 도착한 그 시간에도 반갑게 맞아주신 사모님은 오디로 담근 술을 내놓으시면서 자리를 함께 하셨다. 시청에서 퇴임하고 나서 우선 먼저 살던 집을 살기 편리한 집으로 개조하는 일을 남의 힘을 빌리지 않고 손수 공사를 해내는 지성으로 변화시키는데 성공하였다. 그리고 정원을 비롯하여 출입구에 대한 미적 감각을 살려 자유롭게 드나들던 이들은 예를 갖추게 되었다.

  그 후 낙후되어 있는 마을을 보다 살기 좋은 곳으로 만드는 일에 골몰하였다. 동네 입구에서 진입로를 넓혀 차량이 드나들게 되었고 버스로선 까지 관심을 갖게 되었다. 마을의 입지는 엄청나게 향상되었다. 몸에 배어있는 시의 향기가 번져나가 김회장은 마을의 정신적인 지주가 되었다. 주민들은 그의 공로에 감사하는 시비를 세워 생활의 지표로 삼고 있다.

 

 

여명이 트는 서북산하에/ 산새 울음이 정을 돋우는데/

살다보면 아니 그리운 고향 있으랴//

두렛일 벗 삼아/ 문전옥답 일궈낸 세월 덧없을까 만은/

무지개빛 인생을 찬란히 피운 여기//

한 마음 깊은 인연의 꿈을 엮어서/ 동구 밖 돌거북이 날아다 지켜갈/

영원히 변치 않을 금산에 살리라

- 일즉 김병수의「금산에 살리라」전문

 

 

  그의 시 정신은 거기에서 멈출 수는 없었다. 나무 밑둥을 소재로 한 목각 공예를 위한 작업실이나 전시실을 갖추고 있다. 무한한 창작의 세계는 점차적으로 영역을 넓혀 활짝 피어날 것을 기대하며 주위 뜻 있는 분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

  다음 날 아침 식사를 위해 차를 타고 안내되어 간 곳은 횟집이었다. 바다가 내려다보이는 해안가에서 내 마음은 날개를 달고 갈매기처럼 날았다. 내외분은 어제 밤에 들어서면서 이제까지 한 티끌이라도 불편한 것이 없을까 염려하여 일일이 찾아다니며 보살펴주셨다.

  미역국을 막으며 박희익 시인은 가정의 어려운 사정에도 불구하고 부인의 배려에 힘입어 참석하게 되었음을 고맙게 여기는 아침 안부전화를 걸어드렸다. 박시인의 시가 태어난 바탕에는 많은 내조가 함께 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식사를 하는 동안 해안으로 들어오는 바닷물이 묻혀있던 배를 밀어대고 있었다.

 

 

 

3. 자유인 공정식 시인 움막

 

 

 

 

 

 

 

 

 

 

  감기를 앓으셨던 공정식 시인의 전화가 식사 중에도 여러 번 왔다. 번듯한 집을 가까운 곳에 놓아두고 자신의 창작을 위한 움막을 지어 그 안에서 상당한 기간을 지내왔다. 손수 농사도 지어가면서 사는 공시인은 남보다 다른 생각과 생활 모습으로 알려졌다.

  그의 시가 만들어 지는 온상이 움막이다. 그리고 시화를 위한 글씨를 보릿대로 사용하여 이 세상에 어느 누구도 흉내를 내지 못하는 글자를 만들어 내고 있다. 보릿대를 눌러 접어 칼로 갈라 넓게 한 면으로 만들어 종이에 붙여 글씨를 쓰고 오려내는 방법으로 쓰는 글자가 아름답다. 삶의 모든 시간은 시와 그림과 아무도 상상 못할 방법으로 만드는 시화와 시서라고 할 수 있다.

  박시인의 차를 타고 아리랑 움막에 도착했다. 하얀 백발의 신선처럼 환하게 웃으시더니 특유의 욕을 꺼낸다. 정이 가득 담긴 말투에 섞인 욕은 오히려 거리감을 좁혀주고 가까운 사이가 되는데 도움을 주었다. 다다 놓은 감을 대여섯 개 나즈막한 탁자에 올려놓았다.

  없는 살림에 일행을 대접하시겠다고 나가자고 하시는 걸 늦은 아침이라 점심을 먹기에 거북하여 만들어 놓으신 시화를 보며 만드는 방법에 대한 간단한 견학을 하였다. 이젠 널리 알려져 기능을 보호받으시는 듯하였다. 일행은 제작비를 다만 얼마라도 받아 시화전을 열기를 제의했다. 긍정적으로 받아들이시는 걸로 보아 멋진 전시가 이루어질 것 같았다.

  더 많은 시간을 머무르고 싶은 곳이지만 대구에서 열리고 있는 리홍재 서예전을 관람할 시간으로 예정되어있어 아쉬움을 간직한 채 나와야했다. 가끔씩 친척들이 들려 보살펴드리고 있긴 해도 나이가 높아지면서 우려스러운 면이 보여 마음이 놓이지 않았다. 나오는 길에도 결창차량이 서면서 잘 지내고 계신지 궁금하여 올라오셨다는 말씀을 하셨다. 귀하디귀한 분의 존재감을 인식하면서 차에 올랐다.

 

 

산에 산에/ 피는/ 꽃은/ 나를 반겨/ 웃는데

산에 산에/ 산새는/ 누굴 위해/ 저렇게/ 슬피 울까

- 공정식의「산심(山心)」전문

 

 

  움막을 뒤로 하고 산을 돌아 나오는 동안 두런두런 읊고 있는 그의 시 구절이 내 마음 안에 날다가 앉아 슬프게 울고 있었다. 모습이 보이지 않을 때까지 손을 흔드는 모습이 눈앞에 선하게 보이는 듯하였다.

 

 

4.율산 리홍재 신비전(新秘展)

 

 

 

 

 

 

 

 

 

 

 

 

 

 대동방서예술문화중심(大東邦書藝術文化中心) 도심명산장(道心名山藏)이라는 현판 아래로 들어가 서명을 하고 율산 선생을 만나 개관기념을 진심으로 축하하고, 이곳에 오기 전에 인터넷에서 찾아본 대구 율림서원에서 후학을 지도하시는 선생님의 붓이 움직이는 모습을 담은 동영상이 떠올렸다.

  건물 두 채에 나누어 전시된 작품들은 붓에 온 몸을 실었음인지 획 하나하나에 힘이 느껴지는 서예 작품 액자에서 율동이 서려있었다.「붓은 노래하고 먹은 춤춘다」는 전서체 필법을 바탕으로 한 창작체를 액자 안에 담아 벽에 붙이거나 받침대에 세워 전시되었다. 회화적으로 그림을 보는 듯한 글씨들이 있는가 하면 염주나 은행 알에 가는 붓으로 써넣은 글씨는 실로 생명이 스며들어 있는 듯 꿈틀거리고 있었다.

  많은 하객들에 둘러 싸여 눈코 뜰 새가 없는 상황이라 시간을 빼앗을 수가 없었다. 필자는 허락을 받아 손님들과 마주 앉아 담소하시던 중 모습을 촬영할 수 있어 고마웠다.

「반야심경」270자가 64폭으로 펼쳐진 한국 서예 사상 최대 크기로 제작된 병풍을 서울 인사동 한국미술관에서 ‘율산 리홍재 美親서예술自古’展을 열었었다.「틀에 갇힌 서예를 깨는 것이 곧 아상을 깨는 것이라는 일념으로 서예 인생을 살고 있다」는 소신과 「그는 붓을 잡고 미쳐 즐겨 노는 사람」이라며 자신의 모습을 비유했다.

  대한민국미술대전 서예 초대작가, 심사위원 등 여러 단체의 폭넓은 활동과 수차례에 걸친 타묵(打墨) 퍼포먼스, 전국의 중요 사찰의 휘호와 중요 비문을 쓰기도 했다. 필자는 율산 서예의 세계를 넘나들며 상상의 날개를 펼쳐야했다.

  전시장을 돌아 나오며 더욱더 정진하셔서 두고두고 빛을 내는 명필로서 자리메김하시길 마음속으로 빌었다. 무궁무진한 예술의 경지를 되새기고 항상 정진의 필요성을 하는 소중한 체험의 현장이었다. 

 

 

5.문학기행을 마치고 나서

 

 

  문학기행은 일반여행과는 다르다. 여행지에서 체험하는 다양한 상황에 대한 생각들을 바탕으로 상상력을 동원하여 새롭게 피어나는 영상을 찾아내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사뭇 그 사물을 대상으로 많은 이야기를 나누어야 한다.

  흔히 여행을 사진이나 찍고 나중에 남는 것은 그 것 뿐이라며 현지 자연이나 유적을 살펴보지 않는다. 그러다 보면 자리를 함께 하는 여행이면서 한 사람은 문학기행이지만 다른 한 분은 일반여행이 되고 만다. 문학기행은 관찰에 의한 대화로 인하여 둘러본 곳을 기억할 수 있지만 일반여행은 시간이 흘러가면 모두 잃어버리고 만다. 다시 말하면 문학기행은 많은 이야기 거리를 가지고 오면서 글감이 되지만 일반여행은 여행지와 관계가 없는 일행들과의 추억만 되새기는 경우로 변질된다.

  숙소를 정해놓고 인근의 식당에서 저녁식사를 하며 일정을 마무리하는 자리가 되었다. 문학과 서예의 장을 둘러본 일정으로 남게 되었다. 보고 들은 내용들을 통하여 일행은 문학의 격을 높이는 거름으로 요긴하게 사용됨은 물론 많은 이들에게 전달해야할 것이다.

  항상 문학기행을 기획하고 실행하는데 중추역할을 해주신 윤지훈 사무총장님과 일행의 발이 되어주신 박희익 시인께도 감사를 드리고 싶다.

 

 

2013년 10월 17일

윤제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