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2013창작시

눈칫밥

눈칫밥

 

윤제철

 

벚꽃이 내 마음 언저리를 채울 때까지

찬바람은 차곡차곡 쌓였다

며칠 내내 늦었다는 눈총만 맞다가

땅바닥에 나동그라져

밟혀도 녹지 않는 눈발은

힘없이 떨어지는 봄이다

 

어느새 하늘도 철없이

우리네 두꺼운 겉옷을 벗기고

얼굴 한 번 못 내민 계절은 간판을 내렸다

 

겨울과 여름 사이에서

더부살이 하다만 눈칫밥,

눈에 띄는 성과 없이 문을 닫은

나의 인생 구멍가게처럼 배가 고프다

 

'2013창작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수박  (0) 2013.07.11
후회 1  (0) 2013.06.06
어느 개나리꽃  (0) 2013.04.22
응봉산 개나리 축제  (0) 2013.04.18
그 후, 내 봄  (0) 2013.03.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