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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기행

천리포 사랑방시낭송회를 참석하고 나서

 

천리포 사랑방시낭송회를 참석하고 나서


윤제철


 2012년 4월 21일 토요일 오전 8시에 5호선 광화문역 8번 출구 앞에 신일관광버스로 태안 천리포 수목원에서 열기로 한 사랑방시낭송회를 위하여 오전 7시가 되어 집에서 나왔다. 비가 떨어지기 전이어서 회원 여러분들께 드리려고 최근에 발간한 필자의 제 4시집「가려지지 않는 흠집」30여권을 양손에 들고 있었다.

 8번 출구로 나와 버스 앞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비가 떨어지고 정창희 님과 박일소 총무님의 모습이 보였다. 버스 안에는 많은 회원들이 자리를 함께 하고 있었다. 참석하신 분들은 김건일 회장을 비롯하여 모두 서른 한 분이 참석하였다. 약속은 되었으나 몇 분은 다른 일로 못 오신다는 연락이 왔다. 꼭 오시리라 생각했던 노선관, 최홍규, 포공영 시인들 모습이 보이지 않아 무슨 탈이 없으시길 빌었다.

 아침식사를 못하신 분들을 위해 떡과 음료수, 과일을 나눠줘 출출하던 차에 요기가 되었다. 게다가 포도주를 담아와 조금씩 마실 수 있어 좋았다. 필자는 시집에 사인을 하여 오신 분들께 한 권씩 나누어 드렸다. 밖에는 비가 본격적으로 쏟아져 창을 내리치고 버스는 미끄러지듯 달리고 있었다.   

 버스 안에서 정창희 시인의 진행으로 간단한 의식이 있었다. 김건일 회장과 박일소 총무의 인사말과 정창희 시인의 천리포 수목원에 대한 안내를 들었다. 그리고 참석한 분들의 인사말이 앉은 좌석 순으로 이어지다 보니 어느새 버스는 서해안고속도로 행담도 휴게소에 진입하였다. 우비까지 준비하여 나누어 준 관심에 감사드리고 싶다.

 비가 끊이지 않고 내려 찬 기운을 느낄 정도였다. 화장실을 서둘러 다녀와 버스는 천리포로 계속 달려야했다. 몇 번이고 다녀온 곳이지만 갈 때마다 다르고 누구와 같이 가느냐에 따라 달랐다. 새삼스럽게도 많이 보고 많이 생각해야하는 것이 문인들의 사명이라는 말이 떠올랐다. 서로 통하는 사람끼리 자리를 같이 함은 얼마나 마음 편하고 즐거운 일인가를 말로 하지 않아도 가슴 벅찬 일이었다.

 

 

 

 

 

 

 태안 천리포 푸른 바다를 접한 수목원에서의 행사가 비록 비로 인하여 강당에서 하게 되더라도 설렐 수밖에 없었다. 더구나 푸른 눈의 이방인이 가꿔놓은 정성을 생각하면 가슴이 찌릿찌릿하였다. 아름다운 삶의 향기를 수목원에 심고 가꾼 민병갈 박사의 사랑이 깃든 곳이기 때문이다. 천리포 앞 식당에서의 식사는 여러 가지가 함께 어우러져 입맛을 돋우었다.

 

 

 

 

 

 

 

 

 

 우비를 입고 우산을 쓰고 앞장선 안내팀장을 따라 나서야했다. 민병갈 원장의 생애와 정성이 깃들어진 수목들을 살펴보며 빗길에도 안전한 코스를 만들어 주는 팀장의 해박하고 친절한 설명을 숨죽이고 들었다. 목련에 대한 일반적인 상식을 뒤집는 내용들을 들으며 주제를 잡아 시를 쓸 때 단어 하나하나를 사전을 찾아 확인해 써야겠다고 마음먹었다. 뿐만 아니라 그 분의 여러 가지 사고방식이 우둔했던 지난 시간을 일깨워주었다. 다양한 종류의 수목을 살펴보면서 꽃이나 나무가 아닌 사람들을 만나는 기분이 들었다.     

 일행은「광화문 시인들 제 197회 사랑방시낭송회 및 문학기행」이라는 프렌카드가 걸려 있는 강당으로 이동하였다. 쾌적한 환경의 공간에서 시낭송회는 조연환 천리포수목원장님의 인사말씀으로 시작되었다. 그리고 김건일 회장님의 말씀은 그 어느 때 보다 힘이 있고 의욕에 넘치는 모습이었다. 행사 진행을 위해 애쓰신 박일소 총무님과 정창희 님의 노력에 회원 모두가 박수를 보내고 있었다.

 

 

 

 

 

 

 

 

 시낭송회는 준비된 유인물 순서대로 평소에 닦은 역량을 발휘하여 마음껏 펼쳐내고 조연환 원장님과 이 지역 이태호 시인이 함께 어우러져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만들어내고 있었다. 우리들의 시는 목련 꽃을 피워냈고 인생의 봄을 새로 맞는 각오가 충만하였다. 시간이 지체되었지만 어쩔 수 없는 여건이라 여기며 상황 조정을 위하여 필자는 심려하고 있었다. 

 광화문 나무카페에서 열리던 시낭송회가 멀리 천리포 수목원까지 달려와 할 수 있었던 추억을 사랑방시낭송회의 발전을 위한 새로운 전환의 시도로 여기며 기쁜 하루를 보낼 수 있었다. 날씨가 궂기는 했어도 그 것은 우리의 발을 묶을 수 없었다. 참석하신 시인은 모두 서른 분 김건일 회장, 박일소 총무, 정창희, 정다운, 구준회, 박수진, 이순정, 정완화, 장용준, 이오례, 최영애, 임상섭, 박형호, 오만환, 정기보, 김영식 부부, 홍윤희, 한동인, 조종래, 장영준, 김희진, 전용숙, 송동현, 이화국, 김병렬, 김종분, 김종철, 문기봉, 김용예 시인, 그리고 필자였다.  

 

 

 

 

 

 다시 간월도로 향했다. 간월도는 충청남도 서산시 부석면 간월도리에 속한 섬이다. 연안 일대에서는 노래미·도미·새우·숭어 등이 어획되며 김·굴·바지락 등의 양식이 활발하다. 이곳에서 생산되는 굴은 어리굴젓용으로 알맞고, 맛이 좋기로 유명하다. 비와 바람을 이기고 암자까지 다녀와서 식사로 굴밥을 먹기로 하였다. 아직은 물이 들어차지 않아 암자 앞에 도착하였으나 문이 잠겨있어 실망을 하고 돌아 나왔다. 아쉬움을 달래느라 언덕에 올라 사진도 찍고 이 얘기 저 얘기하며 식당으로 자리를 옮겼다.

 굴을 먹지 않던 필자는 이곳에서 굴밥을 먹어보고 그 때부터 먹게 되었던 기억을 떠올리며 입맛을 돋우었다. 김건일 회장, 정창희 시인, 박수진 시인, 박형호 시인과 자리를 같이 한 필자는 굴밥에 막걸리 한 대접에 부러울 것이 없었다. 밖으로 나와 비나 바람을 잠재운 식당 앞 길가에서 어울리던 시인들과 기념사진을 남길 수 있었다. 서로 통하는 문인과 외지로 나와 바람을 쏘이고 보다 신선한 공기를 마시며 지낸 하루의 일과는 무척 싱그러웠다.

 버스는 빗속을 달려야했다. 생각만큼 막히지 않은 도로 덕분에 큰 불편 없이 광화문 세종문화회관에 설 수 있었다. 일정에 맞추어 질서 정연하게 잘 따라주신 회원여러분께 감사드리는 김건일 회장님의 말씀을 뒤로하고 천리포수목원 시낭송회 순서를 모두 접었다. 빗길을 안전하게 댁까지 도착하시길 빌었다. 쉴 새 없이 내리는 비는 장맛비처럼 줄기차게 우리 뒤를 쫓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