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안개
밤을 새우고 잠이 든 가로등에
기대어 서있는 은행나무 앙상한 가지마다
자욱한 안개가 내려앉고
허공을 가로지르는 태양은 눈이 멀어
낮달인양 말을 잃고 아득히 떠있다.
불투명한 미래를 따라
허우적거리는 행인들이 쫓아 가보지만
뒷걸음질로 성큼성큼 물러서는
태양을 따라잡을 수 없었다.
한 가지 문을 열어주어도 좋으련만
더욱더 짙어 가는 베일에 가려
몸을 감추려는 속을 알 수 없다.
예전처럼 어려웠던 하소연 받아주는 친구로
가까워지기를 바라지만 마주하지 못하고
가던 길을 돌아서 포기하고 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