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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칼럼

가을의 교정을 사진에 담으며

가을의 교정을 사진에 담으며


 벌써부터 필자가 근무하고 있는 학교 교정의 단풍을 사진으로 담고 싶은 생각을 했었지만 피일차일 이루지 못했다. 세월이 점점 빠르게 간다는 느낌을 받으면서부터 더욱 절실하였다. 주변 가로공원과 어우러져 보기 좋은 풍경이 오래도록 지속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마침 살고 있는 아파트 가로수인 은행나무가 노란 빛깔을 띠면서 간밤에 내린 비로 우수수 떨어지던 날 아침이었다. 출근길에 디카를 들고 나와 동내 은행나무 낙엽을 찍고 나서 학교 교정을 한 바퀴 돌며 나름대로 보기 좋은 곳을 골라 찍을 수 있었다. 체감온도 영하의 찬바람을 맞으며 담고 싶은 장면을 찾았다.

 근무하고 있는 학교사진을 찍는 목적은 단순히 보관하는데 있지 않았다. 교육활동을 해온 생활 현장을 마음속에 담아두고 싶은 까닭이다. 1979년 3월, 낯선 서울에 발을 딛고 시작한 영등포공업고등학교에서 삼십 년이 넘는 시간을 오늘에 이르도록 다가오는 눈앞에 일과 함께 하였다. 그 동안 교장, 교감선생님, 그리고 여러 동료 교사들과 학생들과의 만남을 위하여 하루도 빠지지 않고 시간에 맞추어 어김없이 출퇴근하였다. 변화무쌍한 교육정책과 학생들의 의식구조 사이에서 많은 어려움도 감수해야했다.

 그러나 항상 긍지로 삼는 것은 필자를 필요로 하는 데 있었다. 그 만큼 임무완수에 최선을 다하여 성의를 다했던 곳이다. 마치 자신의 겉모습을 보는 것 같아 지난 11월 8일 아침에 찬 공기를 마시며 찍은 사진이다. 저물어가는 늦가을의 향취를 느껴 보는 기회를 언제나 맞이하기 위한 방편이 아닐지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