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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창작시

누가 안보면 누가 안보면 윤 제 철 누가 본다는 건 조심스럽고 잘못이 알려질까 봐 두렵지만 아무도 바라보지 않는 곳 평소에 하지 않던 짓까지 한다 들키지 않는다고 긴장을 풀어 버린다 그러나 들여다보는 CCTV 모두 다 고해바치고 있다 그럴 리가 없는 존재들도 망가져서 양심을 집어던진 채 하지 말아야 할 짓까지 하고도 안한 것처럼 시치미 뗀다 정말 그러고 싶지 않아도 누군가 그렇게 하라고 부추겨대면 해도 괜찮은 줄 안다 잠금 새가 망가지고 버티고 있던 바지랑대가 속수무책으로 부러져나간다 더보기
자존심(自尊心) 자존심(自尊心) 윤제철 자연은 더 이상 인간의 이기적 문명의 발달에 견딜 수가 없었다 기후라는 도구를 분노의 모습으로 태풍이나 폭우로 몰려와 마구 허문 삶의 근간을 복구 불가능한 상태까지 밀어붙였다 무엇이든 지나치면 재앙을 부르듯 멈추는 시점을 찾아내고 참을 줄 아는 지혜가 필요하다 지켜줘야 할 자연의 자존심 외면하지 말아야 한다 참는데 한계가 있다. 그들도 더보기
반달 반달 윤 제 철 까만 밤 하늘에 숨어 있는 반달 먹물에 떨어트린 물감인가 뿌연 안개 속에 매달린 가로등인가 꺼질 줄 모르는 불빛이 밝혀주는 밤 들어오는 잠을 쫒는다 점점 갉아먹는 밤참인가 먹어도 배가 고프다 더보기
나를 흔드는 힘 나를 흔드는 힘 뜻하지 않은 불편 속에 얻은 모든 것으로 부터의 자유는 긴장을 탈출하는 유일한 기회였다 풀어져버린 끈을 쪼이고 싶어도 평상을 되찾을 수 없는 까닭은 그동안의 일상이 나 자신을 너무 지나치게 속박한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 것이 아니었다면 아무 것도 나다운 면모라 손꼽을 만한 것이 없었을 것이다 바람이 불어도 그냥 보내버릴 뿐 어디로 갈까 무엇을 할까 내가 찾아 나서야할 하루를 짜고 또 짜내야 살았을 것이다 자유가 소중한 것이 아니라 나를 흔드는 외부의 적당한 힘이 바람으로 불어오면 그 힘에 밀려 갈 곳을 알았고 할 일을 잡았다 더보기
아픔을 주고 아픔을 주고 나로 인하여 아플 사람들의 아픔을 함께 하면서 떳떳하게 자수하지 못하고 낮아져야만 하는 이 시간을 어쩌지 못한다 남들에게나 있을 일이 나에게 다가왔음에도 그게 아닌 줄 알고 아무 상관없는 것처럼 눈 감아버렸으니 어쩌나 그저 아무 일없이 지나가기를 마음을 조아리며 시일만 지나기를 매달리고 싶은 모든 분들에게 무릎을 꿇어본들 소용이 없다 가까우면 가까울수록 더 아플 뿐 더보기
나만 쓰고 말 詩 나만 쓰고 말 詩 - 어느 동아리 모임에서 윤 제 철 詩가 뭐냐, 남들은 관심도 안 갖는데 나만 식량 떨어지면 안 되는 것처럼 달고 사는지 모르겠다 모임 날에 끌려나오는 것을 왜 나는 기다려서 불러낼까, 나만 쓰고 말 詩 뭐에 쓰겠다고 머리를 쥐어짜느냐 몹쓸 놈에 詩들아 장맛비 타고 꺼져라, 남들을 놓아주게 나를 말려라 더보기
내비둬라 내비둬라 윤제철 담배 피는 사람 나무랄 것 없다 커피 한 모금에도 하늘이 보이고 바다가 보이는데 그들도 구름과자 안에 세상을 낚을 것이다 좋아하는 것 내비둬라 그 속에 행복을 품는 것 말리지 마라 더보기
결혼축시 결혼축시 윤 제 철 하객들의 사랑이 든든한 삶의 언덕을 만들고 앞길을 밝히는 박수로 피어난다 이제는 넓은 대양으로 항해할 시간 오늘을 만든 헌신에 감사하고 우리 편이 될 관심을 잡아라 혼자는 허술한 것 오래 버티지 못한다 이기려 말고 지면서 이기는 넓은 시야를 열어라 행복은 정의로운 것 마음먹기로 맑은 날 흐린 날 되어 우리 옆에서 기다리고 있다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