텅 빈 식품 병
윤 제 철
아버지가 사 오신
노인건강식품 병 두 개
먹어보니 좋다며 주시던 모습이 떠올라
먹다가 두 병이 다 비었다
그 알약 같은 식품에서
아버지 말씀을 다정하게 들었고
약속을 지킨다는 착한 생각을 먹었다
말 잘 듣는 아이처럼
멀리 고향에 계신 아버지에게
기대고 있는 마음을
속주머니에 꼬깃꼬깃 구겨진 채
넣어가지고 다니며 주물렀다
하나 남은 빈 병을 열고
귀를 대보면 아직도 그 음성이 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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