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장 난 에스컬레이터
윤 제 철
고장 난 7호선 높은 에스컬레이터
걸어 올라야 하는 계단
나의 삶을 짊어지고 올랐던 길보다
지게에 나를 짊어지고 오르는 것 마냥
나의 무게는 훨씬 더 무거웠다
여태 살아온 사람들 하고
오늘까지 버틸 수 있었다는 걸 몰랐다
도움 받지 않고 혼자 올라와
얼마나 힘들었는지를 이제야 알았다
하나 오르면 또 하나 오르고
얼마나 올랐을까 궁금해 하지도 않고
꼭대기를 볼 필요 없이 올라야할
남은 날의 여정(旅程) 하나 인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