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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창작시

 

 

윤제철

 

 

그녀와 눈이 맞으면 관심을 갖고 읽었다

내 방에 들여놓고 자리를 정해주면 다시 찾지 않지만

다른 대상이 손에 들려 들어와도 역할이 끝나면 마찬가지였다

 

수도 없이 그러다가 자리가 모자라면

맨바닥부터 쌓아놓기도 하고 꼭대기에도 올려놓았다.

오직 나만 바라보고 다시 찾아주길 기다리면서

나의 성은을 입은 궁녀처럼 목이 빠져있다.

 

한 번 보고 다시 보지 못하는 건

게으름이나 필요성을 못 느끼는 핑계 때문이었고

찾아주진 않아도 버린 적이 없는 건

그녀들이 둘려준 이야기를

오래도록 간직하면서 산다는 즐거움에서였다

 

그 중에 몇 번 더 찾아 사랑을 줄 수밖에 없는 몇몇은

직접 만든 것들이니 다 똑같은 운명은 아닌가 보다.

정리 못하고 수북이 쌓여 있는 그녀들의 눈치를 보며

오늘도 외출을 준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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