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실 불이 꺼지면
윤 제 철
아침을 열던 동쪽 산은
먼 아파트 단지 창마다 새나오는
불빛에 가려 보이지 않았다
번화하던 대낮의 도로는
이따금 질주하는 차량 전조등
반딧불이 마냥 날아든다
밤은 모든 걸 감추고
가릴 수 없는 것들만 실루엣으로
흔적만 남아 졸고 있다
침실 불이 꺼지면
나마저 그 암막에 덮여
침실은 이 세상을 떠나는 공항이 되었다
침대에서 잠이 들어야
육신은 나락처럼 깔리고
기록이 없는 시간으로 쌓일 뿐
영혼은 다른 세상을 향해 이륙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