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한기(農閑期)
윤제철
겨울 한철 농한기
나돌지 못했던 논밭
지금 우리는
또 다른 농한기를 맞고
추위가 오고 눈이 쌓여
밖에 못나갔던 불편도 아닌
허공을 떠도는 공포는
긴 시간을 접지 않고
사계절이 다가도록
혀를 날름거리고 있다
발걸음들이 얼어붙어
집에 갇혀 녹을 줄 모르고
의지하고 살던 호흡들이
보이지 않게 허물어지고
불투명한 그들의 거동을
알 수 없는 가운데
만만한 아스트라제네카에게
구호의 손길을 내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