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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창작시

노각

노각

 

윤 제 철

 

 

제 때에 따지 않고 늙혀 크고 굵어진 몸

오래 놓아두면 쉽게 상할까봐

껍질을 벗겨내 해부하고 씨를 제거해서

섬유질로 제구실을 하는 노각

 

둥글게 굽은 살을 생선회를 치듯

가늘게 고른 크기로 쓸고 소금에 절여

쫀득한 식감을 위해 버무려져

살아서 보다 죽은 뒤에 세워지는 공

 

맛을 보며 위대한 희생의 가치를

무의식 속에 당연함으로 삼키면서

하나의 생애가 남기는 이름을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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