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랜드 캐년
윤제철
경비행기를 타고 그 엄청난
그랜드 캐년 절벽과 절벽 사이에
한 마리 새로 날고 있는 나에게
빼곡히 벽면을 채우고 앉은
오케스트라 연주자들 손에 든
악기 소리가 일시에 날아올랐다
오랜 세월 동안 어울려온
그들만의 운명이 배어있는 교향곡을
어디에서 들어 본적이 없다
자연의 일부가 되어
함께 호흡하고 있는
이 순간을 자랑하고 싶다
도저히 흉내 낼 수 없는 걸작을
감상한 영예를 얻었다
가슴 한 곳에 고이 간직할
또 하나의 영역을 받았다
멈추지 않는 심장의 박동을
이어나갈 엔진을 달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