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산 둘레길을 다녀와서
윤제철
1.
2011년 3월 26일은 세계문인협회 산악분과에서 시행하는 북한산 둘레길을 산행하는 날이었다. 여러 번을 참석을 하지 못하고 피일차일 미루었던 터라 꼭 참석하기로 마음먹고 있던 차에 늘 자리를 함께 했던 윤지훈 사무총장님이 다른 공무가 겹쳐 참석하기 어려워져 진행을 도와야다는 생각이 앞섰다.
화창한 봄날이 연초록 색깔로 올라오는 나뭇가지를 반갑게 맞이해주었다. 많은 등산객들이 3호선 경북궁역 1번 출구에 몰려있었다. 조금 일찍 나간 필자는 박찬용 총무를 거들어 프랜카드를 걸어 집합장소를 알려주었다. 일반회원들의 세계문인협회에 대한 관심이 많아 질문사항에 대한 답변을 주고 받아야했다. 참석하신 분들은 모두 열일곱 분이었다.
문영호 위원장님의 자상한 안내로 가능하면 안전한 코스로 산행을 즐길 수 있었다. 나이 드신 회원님들을 위한 배려가 보기에 좋았다. 이름카드를 앞에 걸고 질서 있게 걸어 올라가다가 일행들은 서시정(序詩亭)에 멈추었다.
2.
서시정(序詩亭)은 윤동주 시인의 서시를 주변에 비로 세우고 이름을 붙인 정자다. 각각 준비한 간식을 꺼내 나누어 먹으면서 윤동주 시인의 삶과 집안 내력, 그리고 작품에 대한 이 얘기 저 얘기를 잔디에 둘러 앉아 부담 없이 나누었다. 처음 참석하여 낯선 분들까지 어울릴 수 있었다. 인근 청와대가 이웃 집 처럼 내려다 보였고 날씨는 따뜻하다 못해 더운 기운을 뿜고 있었다.
자리를 옮겨 그 곳을 조금 내려가 시비를 보았다. 서시(序詩)란 시집을 낼 때 책머리에 저자의 말을 대신하여 넣는 시로, 시집 안에 있는 시를 대표하거나 저자의 생활이 담겨 있어 고귀한 맛을 낼 수 있다.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이 없기를,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나는 괴로워했다.
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
모든 죽어가는 것을 사랑해야지
그리고 나한테 주어진 길을
걸어가야겠다.
오늘 밤에도 별이 바람에 스치운다
- 윤동주의「서시(序詩)」전문
3.
자하문(紫霞門) 으로 내려가다가 여러 정황을 받아드려 출발한 곳으로 되돌아가기로 하였다. 경사가 가파른 성곽길로 오르다 보면 2시간이상 걸리는데 12시가 다 되고 보니 점심식사시간에 걸려 취해진 조치였다. 사직공원에 내려와 예약되어 있는 식당을 찾았다.
건배를 하고 식사가 나오기 전에 앉아 있는 순서대로 자기소개 시간을 가졌다. 처음 보는 분들이 여럿 되어 서먹서먹한 분위기를 풀어야 했기 때문이다. 필자는 사단법인 세계문인협회에 궁금하게 여기는 부분에 대한 설명을 먼저 하고 시낭송을 세분이 먼저 할 수 있었다. 처음 참석하신 분들은 타지 출신이면서 다른 단체에서 활동하시다가 이번에 추천을 받아 보낸 안내장을 받고 참석하게 되었다며 의욕이 대단하였다.
식사가 거의 끝나갈 무렵 다시 이어서 낭송을 진행하였다. 한 분 한 분의 시낭송을 감상 하고나서 짧게 멘트를 집어넣어 이해를 도와주었다. 다음에도 이 같은 낭송이 이어져야한다면서 참석을 다짐하는 모습들이었다. 특히 문영호 위원장님과「천자문」시 발간을 하셨던 최천옥 시인의 여러 배려가 편한 자리를 만드는 데 힘이 되었다. 나름대로 뿌듯한 보람을 안고 집으로 향하였다. 충주에서 오신 김영희님은 다음에도 참석하겠다고 귀뜸해주었다. 산 속에 쭉쭉 뻗은 나누 가지에서 봄이 오는 소리가 들려오는 일요일 오후였다.
'문학기행'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내나라 여행 - 동부 권 - 첫째 날 (0) | 2011.05.27 |
---|---|
「히든밸리」팬션을 다녀와서 (0) | 2011.05.11 |
명성황후 생가를 다녀와서 (0) | 2011.03.04 |
사진미술관「전몽각 그리고 윤미네 집」을 보고 (0) | 2011.01.19 |
상해(상하이)에서 남경(난징)까지 - 2 (0) | 2011.01.1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