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과산책-시
가을 풍경
윤제철
2020. 7. 19. 11:34
가을 풍경
이선희(시인)
가을의 손짓은 내게도 함성이다
청자 빛 깊은 하늘 조각구름 빚어내고
나무마다 채색 옷 가득 널어놓고
향기 익은 꽃술에 취하듯 입 맞추는
넘실대는 들판 황혼녘
열매마다 얘깃거리 솔솔 단내 나고
어느 품에 안겨갈까 선잠 깨어있다
두 팔 크게 벌린 이 산과 저산 사이
바람이고 붉은 메아리 소리
노란 은행잎 색 빛바랜 코트에
가을 한 장 붙이고 걸어가면
길마다 바람이 낙엽들과 수다하고
주머니 속 추억들이 가을은 참 예쁘다는
수채화를 던지며 같이 걸어간다
가을이다. 다른 계절은 다가가서 부르고 싶지만 가을은 먼저 불러준다. 그냥 살그머니 속삭이듯 부르지 않고 함성을 지르듯 우리를 부른다. 하늘부터 들판의 나무, 꽃, 열매가 부른가 하면 이산과 저산까지 더 큰 몸짓으로 불러댄다.
노란 은행잎 색깔 가을 한 장이 온갖 낙엽과 추억들과 어우러져 그려보는 수채화는 마음 벅차다. 잠깐 동안 있다가 달아나면서도 많은 것을 남기는 계절의 매력은 어느 계절 못지않다. 봄여름이 가을을 위해 있는 것처럼 정성을 다하여 정열을 다 받히는 것이다. 그리고는 모든 걸 내려놓고 겨울준비를 서두는 것이다.
한 해를 보내고 나서 이야기 거리를 많이 만든 이들이 성공한 것처럼 보이게 하는 우리들의 한 해가 가을에 걸려있다. 다른 것 보다 먼저 가슴에 가을 풍경 하나 담는다. 하나의 목표가 일단락되는 순간인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