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창작시
수박
윤제철
2013. 7. 11. 10:38
수박
윤제철
한 통 알맹이를
칼로 썰어내고 난 껍질을
쓰레기통에 버리려고 들고 나서다가
사올 때와 별 차이가 없는 무게를 느낀다.
그릇이 모자랄 정도로 담아 냉장고에 넣었는데
붉은 살과 검은 씨가 꽉 찼던 속이었는데
무게가 그렇게나 가벼운 걸까,
두고두고 더울 때마다
입과 가슴을 시원하게 꺼내 먹는
청량음료 물바가지.
크기나 무게로 가늠하기보다
쓸모만큼 인기가 있는 세상.
억지로 모양을 고쳐 관심을 끌려 말고
줄무늬 얼굴로도 가치를 높이는 노력으로
인정받고 사는 너에게 얼굴 뜨겁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