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창작시

슬로베니아 포스트니아 동굴

윤제철 2011. 9. 9. 09:29

슬로베니아 포스트니아 동굴


 

더운 날 옷을 끼어 입고

열차로 달려온 동굴

거대한 공간들이 시선을 압도하는

종유석과 석순의 도시 안에는

수많은 군상들이 모여 무엇을 하는지

함께 끼어주지 않는다

아주 오래 동안 자라난 그들을 지나치면

알아듣지 못하는 소리가 들릴 뿐

어떤 말도 들으려 하지 않는다

여러 모양을 하고 서있거나 매달려 있는 그들이

자리에서 일어나 기지개를 켜면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놀라고 있다

동굴 밖 세상과 쌓은 벽으로 굴레를 벗지 못한 채

아직도 추위와 어둠 속에서 오금을 펴지 못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