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창작시
팬션의 아침
윤제철
2010. 8. 20. 07:59
팬션의 아침
윤제철
비가 내린다. 세상의 모든 것을 두드리며
살아 있는 것들의 발을 묶는다.
이유 없이 화를 내고 숲속의 새벽을 삼킨다.
굴뚝에 피어나던 연기마저
고개를 못 내밀고 어쩔 줄 모른다.
하려던 일정들이 일어나려다
주저앉은 눈으로 빗발을 바라본다.
어제 밤부터 까만 구름으로 에워싼
하늘호숫가 헤던 별을 조이더니
이제는 난리를 치고 있다.
테라스에 둘러 앉아 고기를 구워 먹던 기억이나
술 먹은 음성으로 읽어 내리던
시 구절이 사라진 공간에
비 그치기를 바라는 기도만 쌓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