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기행

하코다테에서 만난 고향

윤제철 2010. 5. 10. 22:24

 

 

 

 

 

 

여행일지

 

하코다테에서 만난 고향

 

작은 국제공항은 마치 시골 기차역처럼 다정하게 일행을 맞아주었다. 스물여덟 명으로 이뤄진 팀은 가족단위와 부부 그리고 이웃사촌으로 구성되었다. 일찍이 짐을 찾은 아내와 나는 공항 밖으로 미리 나와 기다리는 버스에 올라 앞자리를 잡았다. 기사 아저씨가 짐을 싣고서도 한참을 아무도 오지 않았다. 화장실도 들르고 짐을 바로 찾지 못하여 서로들 기다리다가 늦어진 것으로 추측되었다.

북해도 개발 당시 제일 먼저 발판으로 구축한 곳이며 인구가 십팔만 명 정도 되는 작은 도시지만 이 나라에서는 이곳에서만 살 수 있는 지역특산물로 빛나고 있다는 것을 가이드의 안내로 알 수 있었다. 차량들의 운전석이 우측에 있어 우회전이나 좌회전이 우리와 달라 어리둥절하였다. 도로도 넓은 간선도로 보다는 거의 편도 2차선이었다. 공장 보다는 게나 다시마가 주종을 이루는 가공품들이 주를 이룬다고 했다.

바닷가에 위치한 이곳의 산이나 들이 별로 높지 않고 벚꽃 봉오리가 만개할 준비를 하는 3월말의 우리나라로 비유되었다. 마치 오랜만에 찾아온 고향 길을 밟는 느낌이었다.

 

트라피스치누 수도원

 

최초 여자 수도원이라는 소개로 서방문화교류를 받아들이기 시작한 게기가 된 곳일 거라는 느낌을 받았다. 프랑스식 건축양식을 갖추고 있는 고풍스런 모습이 나의 마음을 끌어당기고 있었다. 신앙도 신앙이지만 들떠 있던 정서를 차분하게 가라 앉혀주었고 순간 나 자신의 존재가 작게 느껴지는 것이었다.

나올 때 발견한 관광객들을 위한 작은 예배 공간이 마련되어있었다. 믿음이란 약한 인간이 어려움을 겪을 때 매달리고 싶은 끈이 아닐까 생각되었다. 잘 가꾸어진 정원수처럼 잘 가꾸어나갈 나 자신에 대한 모자람을 느껴야했다. 이곳을 찾는 사람들이 문화를 다져준 터전으로 여기며 오래도록 의지하는 언덕으로 여기리라 믿어 의심치 않았다.

일행과 현지인들은 속삭이듯 조용조용 말이나 행동을 하였으나 중국인들이 나타나면 여럿이 몰려온 이유도 있겠으나 말에 악센트가 강하여 무척 시끄러웠다. 경제발전에 비례하여 날로 늘어나는 관광객들이 가능하면 분위기에 맞는 눈치라도 가졌으면 하는 민망함으로 바라다보며 옷깃을 바로 잡아보는 계기로 삼아야했다.

 

고료카쿠 공원의 벚꽃나무숲과 물 맑은 호수

 

고료카쿠 공원은 주위를 별의 모양으로 운하처럼 파서 호수로 이어놓은 모습이었다. 그러나 실감은 할 수 없었다. 이 나라의 황금연휴를 즐기기 위해 벚꽃나무 아래는 이미 회사사람들이나 가족끼리 자리를 깔고 앉아 즐기고 있었다. 물에서는 배를 저어가며 시간을 보내는 사람들도 있었다.

휴지나 오물 하나 발견할 수 없는 공원 안쪽에 소나무 숲과 단단한 건물양식에서 오래된 문화의 냄새가 풍겨 나왔다. 교통체증으로 혼잡한 대도시의 풍경에 익숙한 일행은 한산한 모습에 긴장을 풀고 편하게 서로를 바라보고 낯을 익히고 있었다.

 고료카쿠공원을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는 고료카쿠 전망대 관광을 위해 아내와 함께 서둘러 먼저 돌고 전망대에 올라가 이 공원을 내려다보기로 했다. 말은 자신이 없어도 어설픈 영어나 손짓으로 의사소통이 되어 길게 선 줄을 걱정하였으나 생각 보다 바로 올라갈 수 있어서 내려다 볼 수 있었다. 파란 호수와 녹색의 숲, 그리고 만개를 앞둔 분홍색 벚꽃, 별 모양의 공원은 영롱한 빛을 내며 한눈에 모두 다 들어왔다. 마치 우리만 보고 온 듯 가슴이 뿌듯하였다.

 일본최초 프랑스 건축방식을 도입하여 1864년에 완성된 에도 말기의 성곽으로 별모양을 이루고 있는 것이 특징이었다. 신선조와 유신군간의 하코다테전쟁에서 유신군이 승리, 메이지유신이 성립되어 일본의 근대화가 시작되는 역사적인 장소였다.

 

 이국적인 하코다테 모토마치 산책코스


모토마치 산책코스는 항구가 한 눈에 들어오는 언덕에 위치한 곳에 세워진 서양건축양식의 건물들이 모여 있어 그 향기가 섞인 분위기를 자아내는 명소가 되었다. 

① 하치만자카 : 하코다테 항구가 한눈에 들어오는 아름다운 언덕에서 멋진 추억의 사진을 남겨볼 수 있는 곳이다.

② 하코다테 하리스토 정교회 : 1916년에 지어진 비잔틴 양식의 러시아 정교회 교회로 이국적인 하코다테 거리에서도 한눈에 들어올 정도로 아름다운 건물이다.

③ 모토마치 교회 : 고딕양식의 하얀 건물의 교회가 항구도시 하코다테와 잘 어울fut다.

④ 구 하코다테 공회당 : 1907년 발생한 하코다테 대화재로 전소된 뒤 1910년 당시 거액을 들여 지어진 미국 콜로니얼 양식의 건축물로 역사적인 가치를 지닌 하코다테의 대표 명소라고 할 수 있다.

⑤ 하코다테 요하네 교회 : 상공에서 내려다본 모습이 십자가 모양을 하고 있는 지붕의 모습이 특징인 명소이다.

 

야경에 뛰어들다

 

해가 떨어지기 전부터 카운트를 세듯 로프웨이를 타고 올라가 기다려야했다. 저녁식사를 마치고도 일몰 시간에 못 미쳐 쌀쌀한 바람이 일고 있는 산 위로 올라가야 했다. 시내 주택이나 상가 그 밖의 건물들이 밀집된 지역은 양면을 바다로 접하고 있어 모세의 기적을 보 듯 신기함에 빠졌다.

해가 떨어진 6시 40분이되기 까지는 30분 이상을 바람도 잠잠하고 앉을만한 의자가 있는 곳에서 기다렸다가 시간이 다 되면 올라가기로 했다. 사람들은 끊이지 않고 올라왔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올라왔는가를 실감한 것은 어둑어둑할 무렵 꼭대기로 자리를 옮기면서였다. 젊은이나 노인을 가리지 않고 빌 디딜 틈이 없이 눈에 불을 켜고 내려다보고 있었었다.

하나 둘 켜지던 불빛은 가로등이 일시에 켜지면서 은하수로 빛났다. 어느 샌가 하트모양으로 둘러선 별들이 강강수월래를 노래하며 빙빙 돌고 있었다. 하코다테 야경은 세계3대 야경중의 하나로 꼽히며, 높이 335m의 하코다테산 정상에서 일몰 후 서서히 드러나는 야경은 '백만불야경' 이라 불리는 곳으로 하코다테 관광의 하이라이트라고 할 수 있다.

사랑을 영원히 이어가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나 가족의 화목이 돈독해지길 바라는 순박한 사람들의 행렬이었다. 사진으로 담기엔 불빛이 멀고 사람들로 가려져 완전하게 담기엔 역부족이었으나 가슴속에 아로새기는 정성으로 바라다보아야했다.

 또한 하코다테 베이에리어(야경 차장 밖 관광)은 과거 번성했던 항구도시 하코다테의 향수를 느낄 수 있는 곳으로 당시 창고로 사용했으나 현재는 멋진 샵으로 개조한 카네모리 아카렝가 창고가 있는 거리 등이 유명하다. 특히 저녁이 되면 거리에 등불을 밝혀 낭만적인 분위기를 연출하여 하코다테 정상에서 보는 야경과는 또 다른 매력을 담고 있다.

 

피로를 씻어내는 온천

 

숙소를 향해 달리는 버스 안에서 호텔 방의 번호를 가이드는 가족의 구성을 고려하여 불러주었다. 그동안 여행을 다니면서 이런 경우는 처음이었고 기다리지 않았다. 뿐만 아니라 버스에 앉는 좌석배정도 먼저 나왔다고 항상 앞자리에 앉는 것은 공평하지 않다면서 앞자리에 앉은 사람은 뒤로 보내 고른 기회를 준다는 것이었다. 그러면서도 뒤 좌석에 앉기를 바라는 몇 분들은 고정을 시켜주었다.

방으로 들어가 짐을 정리해놓고 호텔 온천으로 가기 위해 현지인들이 입는 옷을 갈아입고 내려가야 했다. 처음에는 억지로 입힌다 생각했는데 편리하여 불만이 없어졌다. 물이 좋은 건지 비누를 칠한 것처럼 미끈미끈하였다. 노천탕이라 하여 나갔다가 작은 탕에 뜨거운 물이 담겨있었고 밖을 내다 볼 수 있을 정도였다.

뜨거운 물에 몸을 담그고 앉아 있다가 숙소로 돌아와 훈훈하여 덥지 않고 그냥 누었다. 난방이 더울 지경이었다. 피로를 씻어낸 것처럼 시원한 마음으로 여행 첫날을 마감할 수 있었다. 일출이 빨라 두터운 커튼을 치고 자야했다. 너무 일찍 일어나는 것을 막기 위해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