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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창작시

이현령비현령(耳懸鈴鼻懸鈴) 이현령비현령(耳懸鈴鼻懸鈴) 모두가 소중한 오늘이었을 텐데 이제는 남의 이야기처럼 기억조차 어려운 과거로 만들어 필요에 따라 골라놓고 흔들어 재해석하여 이용하면서 아무렇지도 않게 생색을 내는 뻔뻔한 얼굴을 하니 나의 옷처럼 드나들며 살던 생각들마저 다시 한 번 찾아갈 엄두를 못낸 채 버려진 휴지처럼 나뒹굴 거야 바르게 사는 것이 무엇인가를 먼저 살던 조상들이 가슴에 담아주던 애착을 가진 귀한 행적(行跡)이었는데 더보기
끊어진 사유회로(思惟回路) 끊어진 사유회로(思惟回路) 내 곁에 다가오는 것들을 하나씩 가지런하게 줄 세웠던 내 머릿속은 질서가 있었다 그러던 내가 어느 날부터 줄이 뒤죽박죽 엉켜버렸다 순서도 없이 감추기와 새치기가 연달아서 이 생각 저 생각이 서로 부딪혀 합선이 되고 빨갛게 불꽃이 튀었다 반복되는 현상에 그슬린 연기를 창문을 열어 환기를 시켜 봐도 혼탁한 머릿속은 회로가 끊어져 꼼짝을 하지 않고 하얗게 지워졌다 더보기
덩굴장미 덩굴장미 윤 제 철 사랑은 빨간 꽃 이파리 아름다운 얼굴도 향긋한 향기도 겹겹이 포개어 감추어버렸네 마음속에 뜨거운 열기가 바라만 보아도 부글부글 끓어올라 사방팔방으로 튈 것만 같아 피해버렸네 사랑은 축축하게 내민 입술 꾸밈도 없이 그대로 보여주고 받아주는 최고의 선물이라네 아무리 주어도 아깝지 않고 받을수록 즐겁게 익어가는 그런 추억이 많이 열리는 인생살이를 행복이라고 합창을 하라네 * 위 시는 계간 문예운동 2020 가을호 권두시로 게재되었습니다. 더보기
새로 쓰는 역사 새로 쓰는 역사 윤 제 철 세상은 아무렇지도 않게 있는 그대로 인데 사람들은 가던 곳을 가지 못하고 멀쩡하게 놓인 길을 끊었다 보이지 않게 생존의 기반들이 여기저기 삭아서 균열이 가고 무언의 전쟁터에서 발생되는 부상자들이 속출하였다 자연의 순리를 거스르지 않고도 아무 생각.. 더보기
팥빙수 팥빙수 윤제철 그릇에 수북이 담겨진 얼음 위에 팥과 잘게 썬 인절미 제대로 섞지 않아 여럿으로 나누다가 나중에 남은 걸 보니 얼음만 남아 스푼이 하얗게 부끄러워졌다 마음은 갑자기 달아올라 아직도 덜 녹은 팥빙수 외로워지며 벌겋게 물들었다. 더보기
거리두기 거리두기 윤 제 철 아무리 가까운 사이라도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를 모른다 마음에 있는 내 이야기 하나 들으면 아무데나 던져버려 날 곤란에 빠트리는 걸 막을 수가 없다 할 말 못할 말 가려서 벽의 높이를 조정해보고 선글라스로 가리거나 마스크로 막을 수도 있지만 손에 묻어오는 .. 더보기
백목련 백목련 - 코로나 19 동란기動亂記 윤 제 철 기술로 넘볼 수 없는 보드라운 꽃 이파리 겨울 내내 간직하다 한 가지에 하얗게 묶어서 부끄러운 고백을 꺼내 봄 앞에 걸었건만 못 버티고 끈이 풀려 보기도 전에 떨어트렸네 사람들은 외면한 채 몸을 감춰 두문불출 하고 더보기
자가격리(自家隔離) 자가격리(自家隔離) - 코로나 19를 피하면서 윤 제 철 내의사와 관계없이 보이지 않는 자의 스토킹이 두려워 가고 싶은 곳에 나가지 못한다 혹여 묻은 지도 모르고 다니는 사람과 접촉하지나 않을까 혹여 물이라도 들으면 악마의 환영을 뒤집어쓰는 낭패의 벼랑에 떨어질까 봐 공연히 남..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