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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창작시

컵 안에 갈증(渴症) 컵 안에 갈증(渴症) 아직 멀쩡한 컵 안에 볼펜이며 만년필 그리고 사인펜까지 숨을 헐떡이고 있다 가늘고 기다란 파이프나 녹 슬은 촉에 말라가는 수분이 바닥을 드러내면서 목이 말라 탄다고 나를 바라보며 손짓한다 오래도록 기다렸지만 가까이 지닌 재롱만 눈에 띄어 보이지 않는 그늘이 되고 있어도 없는 듯 세월을 죽이고 있다 더보기
노각 노각 윤 제 철 제 때에 따지 않고 늙혀 크고 굵어진 몸 오래 놓아두면 쉽게 상할까봐 껍질을 벗겨내 해부하고 씨를 제거해서 섬유질로 제구실을 하는 노각 둥글게 굽은 살을 생선회를 치듯 가늘게 고른 크기로 쓸고 소금에 절여 쫀득한 식감을 위해 버무려져 살아서 보다 죽은 뒤에 세워지는 공 맛을 보며 위대한 희생의 가치를 무의식 속에 당연함으로 삼키면서 하나의 생애가 남기는 이름을 찾았다 더보기
시인 김건일 시인 김건일 윤 제 철 아름다운 세상을 꿈꾸며 일구던 詩농사 풍작을 거두자고 언제나 소년처럼 세상 모두를 가진 혈기 불꽃으로 피어났다 더보기
고장난 몸 - 치매(癡呆) 치매(癡呆) 이제는 살아있으되 허울뿐 누군지 존재조차 몰라 몰락을 대수롭지 않게 반기며 욕심을 부려 만든 행적들을 망가트리는 생명 하나, 고철로 남았다 수명을 다하는 기계처럼 졸라매던 올가미로 부터 해방되고 아무런 가치도 없이 폭락한 주식이지만 인연의 끈을 맨 빚쟁이들만 곁을 지켰다 무서워 말자, 누구든 고장이 나면 온전하지 않은 건 마찬가지다 모두가 그렇게 아는 세상을 만들자 그동안 공로를 보호받아야할 권리가 있다 더보기
컵을 올려보며 컵을 올려보며 컵을 올려놓고 보자 늘 아래로 내려보며 담긴 것을 음미하느니 무언지 모르고 우러르며 풍겨오는 향내를 맡자 상상 속에 오늘을 만나 확인하며 살듯이 더보기
과거(過去) 과거(過去) 모두가 소중한 오늘이었다 이제는 남의 이야기처럼 기억조차 어렵게 버렸다 궁금해 하기보다 사실이 아닌 걸 아무렇지도 않게 미화하는 뻔뻔한 얼굴이 보기 싫다 나의 옷처럼 드나들며 살던 그 시간마저 찾으려 하지 않으니 버리고도 버려진 줄 모른다 언제나 오늘을 후회 없이 살자고 몇 번씩 다짐하면 무얼 하나 쓰고 나면 소용없는 폐품인 것을 더보기
희망을 보며 희망을 보며 매사를 어두운 그늘에 두던 아이가 늦잠을 자다 깨어나 꺼주한 마음을 빨아 입고 우리에게 다가왔다 두 물 머리가 하나로 흐르는 얼굴빛을 띄워 손을 내밀고 높이 쌓았던 벽을 허물었다 주변 가까이에 만 두던 시야가 넓어져 많은 것을 욕심내어 보고 어떤 보물이라도 찾았나 포기했던 관심을 높였다 더보기
현문우답(賢問愚答) 현문우답(賢問愚答) 아무런 마음의 준비도 없는 나에게 남들의 이야기를 타고 오시는 어머니 이해를 구하지 못한 젊은 날의 섭섭함과 내편이 안 되어주신 안타까움 어디에 계시다 오셨는지 늘 지난 시절만 갖다놓고 금세 떠나셨다 아직도 가슴 한 켠을 비우지 못했다 이렇게만 다녀가셔야만 하는지 혼잣말로 보내는 현문우답(賢問愚答)이다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