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2020창작시

문(門) 문(門) 윤제철 어렵고 힘들었을지라도 보내는 한 해를 큰 문(門)을 열고 편히 가게 하여라 더 큰 희망을 맞이하고 갖고 있던 근심 걱정들이 갇혀서 머물지 않게 한해의 끝날과 첫날의 사이 닫혀있는 문(門) 하나 보내고 맞이하는 역할에 충실하여라 기억하고 싶지 않은 난관 잘 열고 닫아 다시 돌아오지 않도록 더보기
길 윤 제 철 모르는 사람에겐 보이지 않지만 아는 사람을 따라가면 없던 것도 생긴다 세상에 많은 길이 처음부터 있던 게 아닌 것처럼 찾아보고 생각하고 방향이나 분야, 그리고 방법을 알아내려 걷고 또 걸어 만들어 놓으면 낯설고 새로워 놀란다 더보기
화친(和親) 화친(和親) 윤제철 한 해의 문을 열고 거치적거리는 존재를 따돌리느라 세상이 봄인지 여름인지 구분하지 않았다 내안의 나를 믿고 보내야했던 희망의 터널을 파헤쳐나가 무슨 말을 하는지 들어주고 타협하는 또 한해를 만나야한다 보이지도 않는 미래가 두렵지만은 않은 것처럼 퇴로를 열어주고 밀어내는 처방을 기다리고 있다 높이 싼 벽을 허물어내고 쫓아내기보다 손을 잡아주면 우리 앞에 또 다른 얼굴로 다가와 담판의 장을 준비한다 더보기
교정(校正) 교정(校正) 윤 제 철 워드 작업한 출력물 원고를 읽는다 책을 읽듯 훑는 그런 눈으론 안 된다 예고 없이 어느 곳에서 튀어나올지 모르는 오탈자와 맞춤법 어긴 구절이 눈을 속이고 달아날지 모르니까 세상이라는 사막을 걸어가면서 간절히 바라는 일들이 마음먹은 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애를 먹일 때 신기루가 현혹시키는 것처럼 없는 글자도 있는 것 마냥 눈을 홀린다 보고 또 봐도 보이지 않던 것들이 남이 보면 톡톡 튀어나오는 사태가 우둔의 불랙홀에 빠지게 한다 왜 나는 볼 수 없는 걸까, 그래서 남들이 2교 3교에서 이 잡듯이 뒤지나보다 끝내 잡아내지 못하고 미궁에 빠지면 엉뚱한 의미를 지니고 말도 안 되는 불구로 남아 바로잡을 수 없다 오래 두고 독자들에게 부실한 저자라는 누명을 벗지 못한 채 오금을 못 쓴다 더보기
가을 듀오 콘서트 - 소프라노 고선영과 소프라노 고유영의 얼굴과 이름 ㄱ 가을 듀오 콘서트 - 소프라노 고선영과 소프라노 고유영의 얼굴과 이름 윤 제 철 감춰놓고 남모르게 갈고닦은 노래 하나. 가려진 커튼을 열고 무대 위에 얼굴을 올린다 고선영과 고유영 듀오 콘서트는 갈라지지 않게 소리를 모우거나 가진 것 모두 꺼내 터트리는 서로 다른 색깔의 소원을 피아노 건반이 추는 춤에 따라 객석으로 날려 보내는 연기다 온갖 노력을 다 바친 지성으로 세상에 걸어놓은 이름 코로나19 동란의 그늘을 걷어내고 탄탄한 반석 위에 빛난다 더보기
스러져가는 존재에 대하여 스러져가는 존재에 대하여 - 코로나동란기 윤제철 높은 자리에 앉은 사람만이 세상을 바꾸지는 않는다 하찮은 바이러스가 우리의 문화를 바꿔가고 있다 그들의 진로를 막기 위한 몸부림을 지켜보노라니 갑갑하고 우울하다 못해 어처구니없이 무력한 존재였음을 반성하고 또 스러져가는 나를 부축하느라 정신이 없다 먹고 마시는 동안 열리는 마스크라는 방패가 부질없이 무너지는 순간마다 함몰되는 나약한 방어진 신무기는 우리 애를 태우고 불리한 전세는 안개속이다 더보기
떨어져 있다는 것 떨어져 있다는 것 윤 제 철 같이 지내온 오랜 시간 이직(移職)으로 떨어진다면 병이 난 몸으로 보내는 것 보다 이 몸에 남은 짐이 이토록 무겁지는 않았을 걸 무리하는 줄 알면서도 꿈을 쫓아가는 몸짓 말리지 못하고 함께 지른 불장난이었단 말인가 떨어져가는 맥박을 추슬러 달라 울부짖으며 뜯어내는 가슴 이다지도 아픈 걸까 바람 부는 외딴 벌판으로 혼자 보내고 멀리서 바라다보는 작아져가는 모습이 너무나도 냉정한 눈에 밟힌다 몸에 든 멍 자국 아침 세수하듯 말끔히 씻어내고 본래 얼굴로 돌아오라 용감한 벗이여 다감한 아우여 더보기
갈라지는 생각들 갈라지는 생각들 하루를 열고나서 설레는 희망의 길이 자꾸만 조급해진다 하나만 생각하고 앞을 똑바로 보아야 할 텐데 초점 흐린 눈으로 서너 가지를 한꺼번에 몰고 가는 버릇이 생겼다 갈라지는 생각들이 뭐가 그리 바빠 설까 붙였다가 떼었다가 기억의 접착력도 시원찮은데 본래 것을 잃어버리고 정신 나간 짓을 안한다고 이를 깨물다가 이젠 당연시 한다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