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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창작시

빈방 빈방 윤 제 철 아무렇지도 않게 보내주려 했던 각오가 여지없이 무너졌다 남이 쓰던 물건에 관심 없던 내가 딸이 쓰다 남긴 빈방에 뒹굴고 있는 것들이 눈에 들어와 울컥 바람을 일으킨다 내가 챙기지 못하던 것까지 추슬러주던 딸아이를 시집보내고 몸통 한 부분이 떨어져나간 듯 스산한.. 더보기
시간 살리기 시간 살리기 윤 제 철 앉아 있는 전철 벤치 전철이 왔다가 서고 섰다가 간다 온 사람 간 사람이 붐비는 곳 앉은 채로 시간을 타고 간다 약속시간이 남아 메모지를 들고 죽어가는 시간을 살리려 있는 그대로를 흔적으로 뿌려놓는다 다음에 되살아난 이 시간을 그려내기 위해서다 더보기
빛과 그림자 빛과 그림자 윤 제 철 나를 믿게 하는 그 말이 진심인지 아부인지 나중에 보면 알 일이지만 돌이킬 수 없는 상황에 놓이면 어쩌랴 어리석은 것은 눈과 귀를 가린 채 판단하는 것일 뿐 얼마 전 흉악한 일을 주변에서 저지른 그림자 하나 내 앞에 서면 언제나 착하고 밝은 빛이었다 더보기
부용리 주말농장 부용리 주말농장 윤제철 생업을 닫고 하던 일 흉내라도 내고 싶어 경쟁을 치러 감추어 놓은 부용리 주말농장 도회지를 콘크리트, 아스팔트로 가로막아 맡을 수 없는 흙냄새 코앞에 풀풀 터져 나와 취하고 마는 오래된 고향 맛은 꿈에 나타나던 어느 동내 텃밭이더냐 손위 어른 따라나서 .. 더보기
남사스럽다는 것 남사스럽다는 것 윤 제 철 출판기념식장에서 의자 밑에 떨어트린 볼펜뚜껑을 찾지 못해 애쓰던 눈으로 식당에 가서 화장실 가느라 출구 안 바닥에 놓고나갔다 옮겨온 자리만 뒤지다가 수선을 떠는 나를 보고 제자리에서 주인을 기다리다 지쳐 울부짖는 책을 겨우 발견하여 좁디좁은 시야.. 더보기
고향 고향 윤 제 철 높고 멀리 보이던 어릴 적 산 이제 보니 낮고 가까워진 언덕 살던 집마저 헐어버려 나도 잘 알지 못하고 헤매지만 고향도 나를 못 알아봐 섭섭하다 지금 사는 곳에 와 지내다보면 마음속에 다시 들어와 시치미 떼고 앉은 모습 색 바랜 사진처럼 꺼내본다 더보기
비바람 비바람 윤 제 철 비가 온다 바람이 분다 약 하디 약하던 것들이 힘이 붙어 제멋대로 꼴사납게 뒤흔든다 옳고 그른 것조차 기준 잣대 하나 없이 무엇이든 걸어서 쓰러트리면 마음대로 되는 줄 알고 세상을 뒤흔든다 우리를 괴롭히는 미세먼지만 씻어주면 될 것을 그 빌미로 무얼 더 짓누르.. 더보기
소년시대 화원 소년시대 화원 - 대전고 49회 동기 카페 창립 14주년 기념에 부쳐 윤 제 철 이제는 개나리. 벚꽃 피는 소년시대 화원에 드나드는 일이 능숙하다 얼마나 즐겁고 행복했던가 벌써 14년이나 지냈으니 수시로 꺼냈다 펼쳐보는 추억의 마당이 사진처럼 다가온다 이 세상은 돈도 명예도 귀하지 않..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