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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창작시

오늘을 보내고 오늘을 보내고 - 경자년(庚子年)을 맞으며 윤 제 철 기도하는 마음으로 오늘을 보내고 지금까지 살아온 한 장의 딱지 얇게 접어 보내는 시간 내일 앞에 깔아놓고 또 다른 한 해 아직 가보지 않아 낯설게 만나 얼마 남지 않은 오늘 잘 보냈다는 인사와 잘 부탁한다는 속마음 보여주고 싶다 .. 더보기
달력 달력 윤 제 철 한 장 남은 달력으로 한 해가 매달려 있다 색 바랜 희로애락 함께하다 떨고 있다 힘이 빠져 떨어진들 새싹 돋아나듯 파릇파릇 열두 이파리 달고 다시 매달아줄 경자년이 피어난다 이제는 다르게 살아야 한다 조각배 타듯 얹혀서 남들이 해주는 대로 살지 말고 내가 앞장서서.. 더보기
내가 주인공인 세상 만들기 내가 주인공인 세상 만들기 2019년 대전고 49회 송년회에 부쳐 윤 제 철 한해를 잘살아 보자고 각오한지 벌써 일 년 나뭇가지에 남은 잎 새 마냥 벽에 걸린 마지막 달력 한 장 세파에 흔들리며 매달려 있다 우리는 오늘 새 힘을 얻겠다는 일념 하나로 여기에 나와 고등학교 학창시절 소년을 .. 더보기
텅 빈 식품 병 텅 빈 식품 병 윤 제 철 아버지가 사 오신 노인건강식품 병 두 개 먹어보니 좋다며 주시던 모습이 떠올라 먹다가 두 병이 다 비었다 그 알약 같은 식품에서 아버지 말씀을 다정하게 들었고 약속을 지킨다는 착한 생각을 먹었다 말 잘 듣는 아이처럼 멀리 고향에 계신 아버지에게 기대고 있.. 더보기
잠 윤 제 철 침대 위에 누워 눈을 감으면 출발할 준비가 된다 시동이 걸리기 전까지도 목적지를 알 수 없다 열차나 고속버스도 아닌 어떤 교통편도 없이 엘리베이터나 에스컬레이터 같은 승차감도 느낄 수 없다 어항 속에 던져지는 금붕어가 지느러미 움직이듯 시를 찾아 사물의 말에 귀 .. 더보기
나를 좋아하는 사람 나를 좋아하는 사람 윤 제 철 나의 삶은 내가 좋아하는 사람 말고도 나를 좋아하는 사람들까지 함께 어우러져 만들어지고 있다 내가 아는 반만 갖고 나의 삶을 이야기하지 말자 밝은 곳에서 뿐만 아니라 어두운 곳에서도 역사는 이루어졌고 나를 좋아하는 사람은 나의 그림자마저 밟지 않.. 더보기
고장 난 에스컬레이터 고장 난 에스컬레이터 윤 제 철 고장 난 7호선 높은 에스컬레이터 걸어 올라야 하는 계단 나의 삶을 짊어지고 올랐던 길보다 지게에 나를 짊어지고 오르는 것 마냥 나의 무게는 훨씬 더 무거웠다 여태 살아온 사람들 하고 오늘까지 버틸 수 있었다는 걸 몰랐다 도움 받지 않고 혼자 올라와 .. 더보기
사죄(謝罪) 사죄(謝罪) 윤 제 철 허리 통증을 앓아도 안간 힘을 써가며 남부럽지 않게 살아온 임을 이제는 볼 면목이 없다 아프지 않게 잘 해준다는 말에 이웃의 손가락질을 받으며 어리석은 짓을 하는 걸 보면서도 혹여 다칠까봐 남의 일처럼 외면하고 말리지 못한 비겁한 나를 꾸짖은들 할 말이 없..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