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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창작시

후회 1 후회 1 어려운 일에 갇힐 때 마다남무관세음보살 마음속으로 붙잡고 괴로움에서 벗어나게 해달라다가 조금 살만하면 깨끗이 잊어버리고 다시 반복되는 매달리기만 하는 버릇이 오래도록 습관이 되었다 아무렇지도 않은 듯 빙긋이 웃으시며 받은 것만큼 베푸는 마음으로 남의 어려움을 .. 더보기
눈칫밥 눈칫밥 윤제철 벚꽃이 내 마음 언저리를 채울 때까지 찬바람은 차곡차곡 쌓였다 며칠 내내 늦었다는 눈총만 맞다가 땅바닥에 나동그라져 밟혀도 녹지 않는 눈발은 힘없이 떨어지는 봄이다 어느새 하늘도 철없이 우리네 두꺼운 겉옷을 벗기고 얼굴 한 번 못 내민 계절은 간판을 내렸다 겨.. 더보기
어느 개나리꽃 어느 개나리꽃 세상의 의혹과 지탄에 묻힌 욕심의 회오리에 휩싸여 새 주인이 누구인지 가리지 못해 아무도 돌봐 주지 않는 길가 풍화된 주택 기왓장이나 서가래, 창틀마저 헤진 몸을 주체하느라 멋적은 얼굴로 서있다. 울타리에 기대어 해마다 핀 개나리 누가 지켜보지 않아도 가지마다.. 더보기
응봉산 개나리 축제 응봉산 개나리 축제 윤제철 개나리가 노랗게 뒤덮은 산봉우리에 팔각정 주변을 아이들이 둘러싸고 있다. 쌀쌀하고 추운 날씨 가리지 않고 사생대회에서 그림 그리느라 보이는 것마다 밑그림으로 옮겨 이루고 싶은 꿈의 색깔로 도화지 위에 펑펑 쏟아 칠한다 한 가닥이라도 잘못 될세라 .. 더보기
그 후, 내 봄 그 후, 내 봄 윤제철 해마다 3월이면 마중 나가 봄을 만났지만 올해는 봄이 오지 않았다. 겨울을 보내면서 오랜 시간 함께 한 일자리를 기억 속에 담아 모두 버렸다. 새로 태어난 나의 봄은 어떤 모습으로 올까 기다렸지만 더 이상 다가오지 않았다. 높지 않고 나지막한 곳이라도 그늘지지 .. 더보기
이사하는 날 이사하는 날 윤제철 참 오래 산 집이다 아침밥만 먹으면 자동으로 찾아간 그 집 가족보다도 동기간보다도 오랜 시간을 함께 산 사람들과 젊음을 불사른 곳 사람 만드는 일에 몰두하느라 온 정성을 다 쏟으며 살았는데 어느 날인가, 살던 집에서 누가 나가라고 하지 않았어도 제 발로 다른.. 더보기
퇴임(退任)의 변(辨) 퇴임(退任)의 변(辨) 윤제철 세상 어느 일보다 소중한 사람 만드는 일에 온갖 정성 다 받혀 반짝이는 눈동자를 마주하며 영혼의 몸짓으로 교단에 서서 37년을 품고 지낸 염려의 시간 이해타산이 서로 간에 폭력이 되어 입건된 아이를 책임지고 가르치겠다는 약속을 하고 데리고 나왔던 어.. 더보기
상(賞) 상(賞) 같은 일을 하는 사람들끼리 경쟁을 치러 잘하는 사람이 받는 건 두고두고 남들에게 본이 될 만한 해 귀감을 보이려 칭찬하며 주던 것. 어느샌가 퇴색되어, 점수를 따는 수단으로 너무 많아지고 흔해져 경쟁 없이 순위가 정해지고 만다면 가치가 없어지고 덧없는 일. 그럴싸하게 보..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