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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창작시

억새 억새 윤제철 여느 풀 모양 땅에 서서 갈대가 올 때를 기다리며 줄 잎 끝을 뾰족이 간다. 여러 해를 살아봐도 가을만 되면 날개 휘저어 날아갈 듯 춤만 춘다. 줄기 꼭대기 작은 이삭을 빽빽이 달아놓고 습지나 갯가 속이 빈 풀 바라보고 소리 내어 운다. 더보기
봄이 오는 소리 봄이 오는 소리 살집 하나 없이 앙상한 그 가지 안에 잎이 나오고 꽃을 피우고 열매 맺을 거리가 어디에 둘 데가 있어 잔뜩 넣어두었는지, 순식간에 삐져나올 듯 초록보라의 전율이 주변을 달아오르게 하고, 계절의 문을 열어젖히면 여기 저기 뻥뻥 세상을 놀라게 터져버릴 봄의 포성이 들려올 시간. .. 더보기
마사지 여인 마사지 여인 - 중국 상해에서 외국 사람들과 마주하고 손짓 발짓으로 알아듣지 못하여 그냥 웃음으로 때우다가 말이 통하지 않는 사람들 간에 살아간다는 것이 얼마나 답답한 일인가 의미를 알지 못하고 당황스러워도 그 얼굴에는 거짓이 없다. 마음속에 있는 것을 꺼내 온갖 신경을 다 써서 보여주려.. 더보기
겨울나무 가지 겨울나무 가지 말을 하지 않고 잎사귀로 가려 볼 수 없었던 가지가 가을 보낸 산등성이를 지키며 앙상하게 드러낸 속살을 겨울이 차갑게 후려치는 바람에 견디지 못해 신음을 한다. 힘을 모아 막아보려 애쓰다 더 많은 가지를 위로 내밀어 높이 치솟아 하늘을 바라보고 도와 달라 하소연하였다. 모두.. 더보기
사진·3 사진·3 -<전몽각 그리고 윤미네 집> 사진전을 보고 윤제철 컴퓨터 바탕화면 아이콘을 클릭하면 저장된 자료가 나오지만 색이 변한 오래된 사진에선 그 시절을 살던 사람들은 샘솟듯 살아나오는 온갖 기억속에 빠져 세상을 놓고 취해버렸다. 딸을 낳아 길러 시집 보낼 때까지 자라는 모습을 카메.. 더보기
지하철 안에서 지하철 안에서 전철 안에 많은 사람들이 거의 대부분 아무 말도 없이 타고 달리는 동안 눈을 감고 있거나 눈앞에 시선을 고정시켜 가는 길을 재촉하고 있다. 머릿속에서 제각기 다른 생각들에 잠겨 몸은 한곳에 있지만 어디를 돌아다니고 있는지 모른다. 자신의 신분이나 역량에 대하여 알려줄 필요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