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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창작시

계곡풍경 계곡풍경 윤제철 너무 뜨겁게 달궈진 대지를 나무라듯 간밤에 내린 폭우는 계곡을 채웠다. 위에서 아래로 내려가는 물줄기와 자리를 지키느라 움직일 수없는 바위는 서로 힘을 겨루다 못해 바위를 타고 넘어가야 하는 물줄기는 아래에서 위로 치솟아 본분을 어기며 탄식을 한다. 엄청난 힘으로 밀어보.. 더보기
팬션의 아침 팬션의 아침 윤제철 비가 내린다. 세상의 모든 것을 두드리며 살아 있는 것들의 발을 묶는다. 이유 없이 화를 내고 숲속의 새벽을 삼킨다. 굴뚝에 피어나던 연기마저 고개를 못 내밀고 어쩔 줄 모른다. 하려던 일정들이 일어나려다 주저앉은 눈으로 빗발을 바라본다. 어제 밤부터 까만 구름으로 에워싼 .. 더보기
기적(奇蹟) 기적(奇蹟) 윤제철 지붕 없는 장미원은 비가 쏟아져 내려 시낭송회를 이곳에서 못할까봐 상한 마음을 태우며 그치기를 외웠다. 무모하다고 생각할 만큼 시간이 지나 고개를 들어 위로 바라보니 바램이 그 곳에 닿았을까, 가렸던 구름이 엷어지고 바람에 밀려 파란 하늘이 열렸다. 비를 맞고 수그렸던 .. 더보기
사진 2 사진 2 윤제철 해 뜨는 아침 사진을 찍겠다고 해변에 모인 사진작가들이 자리를 잡느라 분주하였다. 서있던 자리에서 보이는 해를 그냥 찍지 않고 해의 자리가 마음에 들 때까지 찾았다. 해는 가만 놓아두고 자신이 움직이면서 곁에 앉아있던 바위 위에 올라가는 해가 보였다. 만들고자하는 그림이 보.. 더보기
사진 1 사진 1 윤제철 나무를 찍고 있었다. 사진기 안에는 나무의 그림자만 가득 찍어 놓았다. 나뭇가지와 이파리가 얽히어 피어오른 그림자는 그늘이 아니었다. 그들만의 왈츠가 있었다. 그리고 이야기와 노래가 울려 퍼져 보는 사람들의 가슴에 박혔다. 사진에는 사람을 대신하는 것들이 자리를 차지하고 .. 더보기
어느 일출 어느 일출 해가 건너편 아파트 옥상에 있는 힘을 다하여 기어오르듯 뜨는 아침 바다 수평선 위에나 큰 산 위에서 붉은 빛깔로 크고 기세당당하던 모습은 사라지고 애써서 턱걸이나 하는 존재로 몰락한 풍경. 과학이 깨버린 신앙 때문일까, 절대적인 힘이 쓰러져버린 평준화 때문일까, 어떤 부문을 가.. 더보기
석모도 아침 석모도 아침 윤제철 새벽 찬 공기를 짊어지고 해변으로 나왔다. 바닷물은 어디로 놀러나갔는지 갯벌은 속살을 드러낸 채 놀라서 몸을 움츠렸고, 이름 모를 바위들은 나이테처럼 띠를 두른 채 지난 세월을 이야기하고 있었다. 같은 직장에서 여러 해 지내왔더라도 생각하는 길이 서로 다른 사람들이 마.. 더보기
에버그린 49 아파트 사람들 - 카페 개설 5주년에 부친다 에버그린 49 아파트 사람들 - 카페 개설 5주년에 부친다 윤제철 아파트 앞집에 누가 사는지 잠겨진 그 안에 무슨 일이 생기는지 알지 못하고 산지 벌써 16년인데, 에버그린 49 아파트 사람들은 그 많은 방에 주인이 따로 없이 너나하고 열린 그 안에 들어있는 보물을 구경하고 그냥 나오기도 하지만 또 다..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