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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창작시

아침안개 아침안개 밤을 새우고 잠이 든 가로등에 기대어 서있는 은행나무 앙상한 가지마다 자욱한 안개가 내려앉고 허공을 가로지르는 태양은 눈이 멀어 낮달인양 말을 잃고 아득히 떠있다. 불투명한 미래를 따라 허우적거리는 행인들이 쫓아 가보지만 뒷걸음질로 성큼성큼 물러서는 태양을 따라잡을 수 없.. 더보기
이파리 꽃 이파리 꽃 윤제철 매화꽃이나 산수유 피는 걸 보고 덩달아 뛰어나가 봄소식 전하려 서성이다 너무나 일러 이파리도 없이 떨었다. 엉겹결에 서둘러 피워놓고 정성을 들이지 못해 못마땅한 꽃송이 떨어뜨리고 나서 가지와 이파리만 흔들었다. 꽃 피우려 남들이 애쓰는 동안 바라보기 멋 적어 뒷걸음질만.. 더보기
소년으로 가는 길- 대전고 49회 졸업 40주년 행사에 부쳐 소년으로 가는 길 - 대전고 49회 졸업 40주년 행사에 부쳐 윤제철 세월이 지났어도 눈앞에 맴돌고 귀에 들리는 엊그제 고등학교 시절 친구들의 짓궂은 장난 선생님의 가르침 변하지 않고 가슴에 살아남아 40년을 이어온 어제와 오늘이 여기 모였다 오늘을 보내면 다시 만나는 오늘을 보고 살아온 날들은 .. 더보기
환갑여행 환갑여행 윤제철 오래 살아 온 것이 고맙고 앞으로도 오래도록 살아달라고 자식들이 모셨던 날이지만 이제는 오래 살았다고 보지 않는 나이 고맙고 기념이 될 만한 가치가 없어 내놓지 못하고 슬그머니 여행을 가는 날로 퇴색되어 잔치는 어디로 갔는지 모른다 같은 중학교를 다니던 친구들이 틈을 .. 더보기
음악회에서 음악회에서 윤제철 조명등이 밝은 천정 위에서부터 폭이 좁고 결이 얇은 소리 한 겹 두 겹 해금에서 나와 달라붙고, 낮은 바닥 아래에서부터 폭이 넓고 결이 두꺼운 소리 첼로에서 나와 쌓여 높아지면서, 음악회 무대 위에는 많은 소리들이 모아지고 있었다. 건반을 두드리는 연주자의 손으로 잡아당기.. 더보기
홍천 일기 2 홍천 일기 2 윤제철 추운 밖 군불까에, 거실에, 옆 노래방에 위층 거실까지 한 집 안에서 서른이 넘는 손님을 치르느라 눈 코 뜰 새 없던 주인내외에게 미안했던 그날의 기억들이, 다시 찾은 그 자리에 흔적조차 간데없어도 하나 같이 그대로 어디에 숨었다가 나왔는지, 모습이 눈앞에 아른거리더니 소.. 더보기
홍천 일기 1 홍천 일기 1 윤제철 넝쿨에서 바로 딴 노란 참외를 찬물로 씻어 내미는 싱싱하고 달콤한 인정에 어릴 적 외가 원두막을 지키던 추억을 추스르고 폭우에 웃자라 넘어진 풀꽃을 일으켜 세우며, 오뚝이 마냥 일궈낸 삶의 결실을 나누고자 만나고 싶은 시심을 찾는다. 주고받는 막걸리 잔에 푹 익힌 실한 암.. 더보기
산책 산책 - 관동대학교 주변마을 윤제철 잠 못 자고 밤을 지킨 외등, 돌 위에 턱을 고이고 널브러진 중장비, 밖에서 자고 돌아오다가 눈 맞추는 검은 고양이가 머리 긁으며 하품을 한다. 알이 박힌 옥수수 붉은 수염을 날리며 일렬로 손을 내밀어 아는 척하고, 원룸임대, 원룸하숙 전화번호 알리며 적적한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