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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창작시

제자 제자 제자도 없고 스승도 없고 다만 학생과 교사만 있다는 세상에 오래 전에 학교를 마치고 나간 졸업생을 접하고 나서 얼마나 부끄러웠는지 모른다 대수롭게 해준 일도 없는 유독 해준 일이 작아 보이는 그에게 받는 보답이 너무 커서 가슴에서 우러나오는 보람이 너무 커서 계면쩍은 시간을 맞이할 .. 더보기
동방녹주(東方錄舟) 동방녹주(東方錄舟) 거대한 대륙의 역사를 만들어낸 인물들을 동상으로 만들어 인류에게 불을 밝힌 인물들과 어깨를 나란히 세워놓았다 중국을 빛낸 것은 세상을 연 것과 같이 생각하는 그들의 자부심이 소리를 내며 내 귀를 울린다. 그럴만한 존재로 여겨지는 한국인이 한 사람도 보이지 않는 것은 .. 더보기
짝퉁시장 짝퉁시장 가지지 못한 자들의 대리만족을 위해 겉으로 보아선 어느 곳 하나 진품과 달라 보이는 곳 없게 만들었지만 생김새나 쓰임새가 모자람이 없는지 요리보고 조리보고 필요로 하는 사람들이 가격을 제각각 흥정을 한다 짝퉁을 사려고 와서 짝퉁이란 걸 잊어버리고 진품가격 보다 싸게 사면 고만.. 더보기
알뜰한 여생(餘生) 알뜰한 여생(餘生) 윤제철 말로는 지난 세월을 틈이 나면 자주 꺼내 까발리면서 살아갈 앞날만 눈에 보이는 벅찬 가슴이 두근두근 뛰고 있다 남은 시간 하루가 아까운 금 조각들인데 물 쓰듯 마구 버리지 말고 이승에서 해야 할 일 실속 있게 챙겨 당장 오늘 내가 숨 쉬고 살날을 보내더라도 빚을 지고 .. 더보기
동백섬 동백섬 그 많던 동백은 어디다가 숨겨버리고 소나무가 무성한 한 바퀴 도는 길 따라 섬 안팍 펼쳐진 풍경을 보며 닦여진 누리마루APEC 하우스를 보는 눈길마다 시야를 넓고 깊게 늘려 둥실 떠오른다. 바다로 둘러 싸여 섬은 섬인데 육지와 너무 가까이 붙어 섬이 아니랄까봐 해운대 백사장과 연결되어.. 더보기
신선대 신선대 바위로 쌓아놓은 쉼터, 장판마냥 넓은 바닥에 앉아 끝도 없이 멀리 바라다보니 이렇게 편할 수가 있나, 한 단씩 오르내리던 계단들이 발길을 안내하듯 널려진 곳, 먹고살기 힘든 판에 자신을 돌아 볼 여유로운 눈길을 제 발로 찾아와 두고 갈 사람이라면 옛날이 아니더라도 신선이 따로 있나, .. 더보기
바람의 언덕 바람의 언덕 속을 드러내놓고 보여주는 바다를 내려다보며 조용히 앉아있던 바람 솔직하지 못한 사람들이 언덕에 발을 디딜 때마다 안절부절 마음을 놓을 수가 없다. 마음을 닦고 올라선 관광객이라도 거짓을 찾아내면 거칠게 몰아붙이는 바람 드라마 속에 까지 날아가서 춤을 추고 돌아와 마음 상하.. 더보기
내가 주인인 세상 내가 주인인 세상 윤 제 철 어두운 길을 부모 손을 잡고 어린 나를 밝혀주는 작은 불빛을 따라 넘어지지 않고 뒤처지지 않으려고 힘쓰던 그날부터, 내가 잘하는 일이나 내가 좋아하는 일을 알지 못하고 남이 시키는 대로 빈틈없이 잘해주거나 남이 원하는 게 무언지 알아차리기에 몰두한 것이 잘 사는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