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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과산첵-수필

늘 커피 같은 당신 수필 늘 커피 같은 당신 최문구(수필가) 커피를 좋아해서 아침마다 드립커피를 내려 보온병에 담아 차 앞 유리 바로 밑 잔 받침에 올려놓고 한 모금씩 삼키면서 출근한다. 온 몸에 커피가 퍼지면 몸도 맘도 상쾌하다. 늘 피곤한 몸 때문에 아침이 두렵지만, 커피 한잔은 두 눈에 총기를 더해주며 안전한 출근을 도와준다. 이 커피를 29년째 아니, 정확하게 27년째 아침마다 내게 전해주는 사람. 아내와 내가 함께 산다. 입대해서 바로 결혼한 후 군 생활 2년간은 떨어져 지내며 주말에 한번 씩 오가며 부부의 정을 쌓았지만, 늘 갈급한 맘으로 같이 먹던 음식도, 커피도 기억나지 않을 만큼 그립고 아프고 서글펐던 것 같다. 군대를 제대하고 지금의 직장 생활 27년째. 아침마다 식사는 걸러도 커피는 거르는 일이 없다. .. 더보기
충무김밥 아지매 수필 충무김밥 아지매 김미옥(수필가) 시장 입구 미용실 옆에 ‘충무김밥’ 간판이 새로 달렸다. 문득 옛 친구를 만났을 때처럼 반가웠다. 내게 충무김밥은 비릿한 바다 냄새와 여객선의 기름 냄새 그리고 충무김밥 아지매들의 억척스런 삶이 함께 떠오르는 추억의 음식이다. 중·고등학교 시절 여름방학이면 으레 부산으로 갔다. 화덕 앞에서 땀을 흘리며 밥하기도 쇠꼴 베기도, 엄마를 따라 김매러 가기도 싫어 방학이 시작되면 이내 언니네로 달아나곤 했다. 갈 때는 저녁 배를 타지만 돌아올 때는 언제나 아침 배를 탔다. 부산항에서 아홉 시 무렵 출항한 배가 중간지점 충무항에 닿을 때쯤 점심시간이었다. 배가 들어올 시간이면 부두에는 양동이를 인 충무김밥 아줌마들이 전투태세를 갖춘 전사처럼 대기하고 있었다. 예닐곱 명의 아줌.. 더보기
자기만의 스타일로 살아가기 수필 자기만의 스타일로 살아가기 조 태 현(수필가) 최근 싸이의 ‘오빤 강남스타일’이라는 노래가 미국의 빌보드지 메인차트인 '핫 100'에 5주 연속 2위에 올라 정상등극을 눈앞에 두고 있다는 소식이다. 또한 싸이는 다음 달 11월초 발행되는 미국의 대표적 음악전문지 ‘빌보드’의 최신호에도 말춤을 추는 표지모델과 함께 커버스토리도 실린다고 한다. 박재상이 본명인 가수 싸이는 무려 5억 명이 넘는 세계인을 말춤과 노래로 열광시키는 쾌거를 이뤄 일약 성공한 세계적인 월드스타로 떠올랐다. 그러면 무엇이 그를 그렇게까지 세계적으로 유명하게 성공으로 이끈 것일까. 사회 각 분야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는 100명의 전문가들과 함께 공저자로 참여하여 ‘꿈과 도전’을 주제로 삼아 ‘성공하려면 비워라 즐겨라 미쳐라’라는 다.. 더보기
남편의 의자 수필 남편의 의자 서 동 애(수필가) 온라인으로 수강하는 한 매체에서 참 의미 있는 글 한 편을 읽었다. ‘남편의 의자’란 제목의 글 내용을 옮기자면 이렇다. 아이들이 초등학교 다닐 때였다. 남편은 늘 귀가가 늦었으며, 어쩌다 집에 있을 때도 식탁이나 소파에 앉아서 텔레비전을 보거나 신문을 읽었다. 아이들은 자기 방으로 들어가서 공부하거나 놀 수 있었지만, 남편은 느긋하게 한자리에 앉아 있지 못하고 서성거렸다. 간혹 아이들 방을 기웃거리다 잔소리도 하고 , 별일 아닌 일에 성질을 부렸다. 그러는 남편이 너무 못마땅해서 제발 가만히 좀 있으라면서 짜증을 냈다. 아내가 그러자 아이들도 아빠에게 대꾸하고 함부로 대하는 것 같았다. 어떻게 하면 남편을 바꿀 수 있을까 싶어 부탁도 하고, 잔소리했지만 아무 소용이.. 더보기
옹알이 수필 옹알이 정 영 애(수필가) 봄날, 참 눈부시다. 올해 90세 되신 친정아버지의 생신을 축하드리기 위해 친정으로 향하는 길이다. 노들강변을 지나는 차창 밖은 연둣빛 버드나무가 부드러운 바람을 타고 산들거린다. 내 마음처럼 온갖 꽃들이 깨어나 생의 환희를 합창하는 듯하다. 참 좋은 계절에 태어나 한껏 꿈을 성취하기 위해 달려오신 아버지셨다. 여유롭게 봄 향기를 즐기면서 얼마쯤 갔을까, 차들이 밀리기 시작했다. 꼼짝도 할 수 없는 차 안에서 옆을 보니, 점점 교차로 근처로 다가가는 차들 옆으로 또 끼어든다. 벌 떼들이 한 곳으로 모여들어 웅웅대 듯 길은 아예 없어져서 모두 속수무책으로 멈춰서 있어야 했다. 금새, 여유로운 마음이 사라지고 속에서 천불이 일었다. 남의 길을 막아서서 먼저 가려는 운전자들을 .. 더보기
화유중개일(花有重開日) 인무갱소년(人無更少年) 수필 화유중개일(花有重開日) 인무갱소년(人無更少年) 이휴재(수필가) 꽃은 거듭 피는 날이 있으나 사람에게는 다시 소년이 오지 않는다고 옛 시인은 노래하였다. 젊었던 시절에는 별 무관심했던 말이었지만, 나이 들어가면서 깊이 느껴지는 교훈으로 받아들여진다.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빠른 때라고도 한다. 나이 들었다고 시간을 허송할 수는 없다. 마음만 먹고 실천하지 못했던 것들을 정리하고 계획을 세워 하나씩 실행에 옮겨야겠다. 경치 좋은 산수 간에 집을 짓고 사는 사람은 스스로를 강산풍월주인(江山風月主人)이라고 자부한다. 나는 그곳에서는 살지 못하고, 지금 사는 곳이 인구 천만이 넘는 서울의 성냥갑 같은 아파트 단지이지만, 비교적 조경이 잘된 아파트로 이사와 산지도 십 년이 넘었다. 사시절(四時節) 아파트의.. 더보기
부처의 미소 수필 부처의 미소 박 희 동(수필가) 미소는 인간이 표현할 수 있는 가장 큰 행복입니다. 미소는 돈으로 살 수도 없고 강요 할 수도 없습니다. 미소는 세상 어려움을 풀어주는 보약입니다, 미소는 순간적으로 일어나지만 미소에 대 한 기억은 때때로 영원히 지속됩니다. 사람들에게 좋은 느낌을 전달하고 안정감을 주며 나아가 따뜻함을 느끼게 합니다. 매우 신비한 것이라서 생활의 소용돌이에서 벗어나게 해주고 사람과 사람관계에서 성공의 문을 열어주는 열쇠입니다. 언어 장벽을 극복하는 훌륭한 수단일 뿐 아니라, 인간이 행복할 때 외적표현 입니다. 산사에서 만나는 하얀 목련의 밝은 모습은 마치 온화한 부처의 미소 같기도 합니다. 부처의 미소는 불교에 귀의한 그리스인이 처음 만들었다 합니다. 그리스의 미소의 조각상이 동서 .. 더보기
엄홍도와 나 - 채수원 엄홍도와 나 숸 채수원(시인, 수필가) 단종의 시신이 강가에 버려졌다. 이를 거두면 삼족을 멸한다는 세조의 어명을 거역할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어린 조카 단종의 왕위를 찬탈한 세조는 형제 친인척 등 피붙이들까지도 피로 물들인 무자비한 숙청을 하였다. 단종도 예외는 아니었다.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