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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과산책-시

혁대의 무늬 - 허성열 혁대의 무늬 허성열(시인) 한 발 나아갈 때 두 발 물러설 때 허리를 잡아주는 단단한 버팀목 더 단단한 혁대를 갖기 위해 뒤꿈치에 물집이 생겼다 하루에도 수없이 오르내리는 구멍과 구멍사이 하얀 실밥이 돋고 검은 반점이 생긴다 아버지는 위로 밀어라 하셨고 어머니는 지나치지 말라 .. 더보기
내가 시를 쓰는 이유 - 김정자 내가 시를 쓰는 이유 김 정 자(시인) 들숨 날숨 숨을 쉬 듯 마음의 호흡을 해야겠기에 시를 쓴다 타의든 자의든 세상의 일들을 들숨으로 받아들이고 날숨으로 흘려보내야 하는 그 호흡이 시가 되기에 나는 사를 쓴다. 육신이 호흡을 해야 살 수 있는 것처럼 마음도 호흡을 해야 살 수 있다. .. 더보기
담벼락 - 이오례 담벼락 이 오 례(시인) 일상에서 만나는 우리 마을 담벼락이 있다 주제 담벼락과 자유 담벼락이다 주제 담벼락엔 사랑이 주제인 듯 하트 그림이 담벼락에 둥둥 떠다녔다 웃음이 자꾸만 하트 그림으로 향했다 자유 담벼락엔 장난기 가득한 낙서들이 서로 부딪치며 행간을 무시하고 있었다 .. 더보기
사월 사이 - 전용숙 사월 사이 전 용 숙(시인) 내가 준 건 시간 이었다 꽃 피워 손등 위에 한 잎 떨어질 바람 불어 먼 곳 소식 가슴에 담길 구부정한 정신 바로 세워 새 길 바라 볼 사월과 나 사이에 진득한 기다림이 없었다면 봄이라 느끼지 못 할 날 바람도 그저 성가신 것 뿐 저 나무 사이를 돌아온 듯 곁에 선.. 더보기
봄비 - 김복희 봄비 김복희(시인) 그대가 오시네 지친 몸 적시며 사뿐사뿐 내게로 오시네. 그대는 내가 간절히 기다리고 있다는 걸 언제나 아시나봐 그대를 만나면 아지랑이 속에 꿈꾸는 소녀가 되어 분홍빛 얼굴로 활짝 웃을 것을 진정 아시나봐 그대가 오시네 봄바람을 몰고 다가와 혹독한 추위를 견.. 더보기
원시인에게 - 임문혁 원시인에게 임문혁(1983.한국일보 신춘문예 당선, 시인) 어느 날 부턴가 가까운 것이 잘 보이지 않는다 신문에 까만 벌레들이 가물가물 기어간다 팔을 뻗-어 멀-리 놓고 보아야 더 잘 보인다 축하합니다, 노안老眼이십니다 입때껏 작은 것, 쓸데없는 것, 못된 것 차마 눈 뜨고는 볼 수 없는 .. 더보기
새로운 길 - 朴水鎭 새로운 길 朴水鎭(시인, 동요작사가) 엎드려 복을 간구하기보다는 말과 몸으로 하여 복을 짓게 하고 가볍지만 뚜렷한 발자국 남기며 한 걸음씩 걸어 나아가 위대한 업을 이룰 새해입니다. 가다가 때로는 흘리게 될 눈물까지도 소중한 생명의 은총으로 받으며 삼백예순다섯 날 그 모든 하.. 더보기
나의 꽃 - 윤제철 나의 꽃 윤제철(시인) 12월은 한 해의 꽃이 지는 달이다 꽃이 크거나 적거나 모두 진다 새해가 오면 다시 꽃을 피워야 한다 나만의 꽃을 피우려고 몸부림쳐야 한다 무조건 크게만 피우려고 했던 욕심을 버리고 싶다 비록 꽃은 작게 피더라도 멀리까지 향기를 내 품는 그런 나의 꽃을 피우고..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