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정(校正)
윤 제 철
워드 작업한 출력물 원고를 읽는다
책을 읽듯 훑는 그런 눈으론 안 된다
예고 없이 어느 곳에서 튀어나올지 모르는
오탈자와 맞춤법 어긴 구절이
눈을 속이고 달아날지 모르니까
세상이라는 사막을 걸어가면서
간절히 바라는 일들이 마음먹은 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애를 먹일 때
신기루가 현혹시키는 것처럼
없는 글자도 있는 것 마냥 눈을 홀린다
보고 또 봐도 보이지 않던 것들이
남이 보면 톡톡 튀어나오는 사태가
우둔의 불랙홀에 빠지게 한다
왜 나는 볼 수 없는 걸까, 그래서 남들이
2교 3교에서 이 잡듯이 뒤지나보다
끝내 잡아내지 못하고 미궁에 빠지면
엉뚱한 의미를 지니고 말도 안 되는
불구로 남아 바로잡을 수 없다
오래 두고 독자들에게 부실한 저자라는
누명을 벗지 못한 채 오금을 못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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