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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창작시

교정(校正)

교정(校正)

 

윤 제 철

 

 

워드 작업한 출력물 원고를 읽는다

책을 읽듯 훑는 그런 눈으론 안 된다

예고 없이 어느 곳에서 튀어나올지 모르는

오탈자와 맞춤법 어긴 구절이

눈을 속이고 달아날지 모르니까

 

세상이라는 사막을 걸어가면서

간절히 바라는 일들이 마음먹은 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애를 먹일 때

신기루가 현혹시키는 것처럼

없는 글자도 있는 것 마냥 눈을 홀린다

 

보고 또 봐도 보이지 않던 것들이

남이 보면 톡톡 튀어나오는 사태가

우둔의 불랙홀에 빠지게 한다

왜 나는 볼 수 없는 걸까, 그래서 남들이

2교 3교에서 이 잡듯이 뒤지나보다

 

끝내 잡아내지 못하고 미궁에 빠지면

엉뚱한 의미를 지니고 말도 안 되는

불구로 남아 바로잡을 수 없다

오래 두고 독자들에게 부실한 저자라는

누명을 벗지 못한 채 오금을 못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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