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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과산책-시

다랭이논

 

 

다랭이논

 

이 혜 숙

 

 

늦봄이면 산골에 구불구불

다랑논이 분주하다

늦은 모내기에 바쁘게 움직이는

아버지의 힘겨운 몸짓

 

자박자박 논물에 얼비치는

검게 그을린 당신의 얼굴

아픈 허리 억누르며

촘촘히 모를 심는 아버지

 

볼품없는 논은

아버지의 정성을 먹고

햇빛과 빗물을 마음껏 받아먹으며

가을을 기다린다

 

아버지의 고된 노동이

아프게 스며든 다랭이논

 

 

 

이제는 농사짓는 일손이 많이 모자란다. 그나마 젊은이는 거의 떠나고 노인들이 많다. 요즘은 그런 불편을 덜기 위해 이랑기라는 모내기 기계를 사용하지만 좁은 다랭이논에서는 불가능하다. 다랭이논에서 늦은 모내기에 분주한 아버지의 몸짓, 촘촘히 모를 심는 아버지, 아버지의 정성을 먹고 가을을 기다리는 볼품없는 논, 고된 아버지 노동이 아프게 스며든다.

세상에 모든 일은 그냥 되는 것이 없다. 우리들 자식을 키우실 때도 마찬가지였으리라. 어려운 가정형편에도 어렵다는 말 하지 목하고 견뎌내셨던 아버지를 생각한다. 아버지는 늘 크고 강하고 모든 것을 이기고 해내는 이미지였다. 이제 나이 드셔 쉬셔야할 시기에 마다않고 나서시는 아버지가 눈앞에 선하게 다가와 가슴을 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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