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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과산책-시

연가(戀歌)

 

연가(戀歌)

 

박 근 원(시인)

 

 

어쩌다 생각나는

그 사람 생각에

아침이슬 마를 때가지 하느작거릴 줄이야

 

첫사랑이란

나뭇가지에 돋아났던 연둣빛 숨결

 

초록 이파리에 서리가 내릴 때까지

못 잊을 사람이었다면

들판에 뿌리박은 억새풀처럼

개울 물돌에 붙어사는 다슬기처럼

붙들고

보내지 말았어야지

 

-

먼데로 떠나버린

한겨울 입김처럼 살다 떠난

그 사람을

 

 

 

생각이 나면 아침이슬이 마를 때까지 느리고 가볍게 자꾸 흔들리게 하는 사람이 있다. 봄날 연둣빛 숨결처럼 다가왔던 첫사랑을 추억의 갈피에서 꺼내 들여다보듯 하는 첫사랑이다. 경험도 없고 그저 처음 만났던 그 사람을 보냈다. 이제 와서 그리워한들 무슨 소용인가, 먼데로 떠나버린 것을, 어디에서 사는 지도 모를 그 사람이다.

다시 겨울을 보내고 봄이 온다. 그 사람만은 못하겠지만 다시 올 그 사람 같은 봄을 그냥 섣불리 보내지 말아야지. 단단히 붙잡고 보내지 말 작정이다. 보내놓고 여러 가지 보내는 일에 능숙해졌지만 보내는 것 보다 붙잡는 일에 능숙한 것이 훨씬 나을 것 같아서다. 옛날 모습을 지니지 않고 있을 나이든 그 사람을 만난다는 일도 부질없다. 오래도록 간직한 추억의 주인공을 그대로 두는 것 보다 못하다는 생각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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