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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과산책-시

마법의 눈

 

 

마법의 눈

 

박 숙 자(시인)

 

 

아침에 눈을 뜨니

창밖엔 소나무, 산수유

하얀 옷을 입고 웃는다

 

세상은 온통 순백으로

마술에 걸려 있다

눈이 부시도록 아름다운 세상

 

눈 꽃밭에서 마음껏 뒤놀며

천사처럼 곱디곱게 살고픈 데

마법에 걸린 세상은 잠시였다

 

오염되고 칙칙한

까아만 세상이

또 고개를 내민다.

 

 

 

세상은 대기오염으로 까맣게 뒤집어쓰고 있다. 그 맑던 공기마저 미세먼지가 가득하다. 그야말로 사면초가에 놓였다. 그나마 잠깐이지만 하얗게 까만 세상을 가려서 뽀얗게 만들어 주는 눈이 있어 다행이다. 깨끗하게 청소하면 좋으련만 그러하지는 못해도 안 보이는 동안 마술을 부린 것처럼 마음이 편할 수 있어 좋다.

순간을 맞이하면서 지나간 시절의 추억을 떠올리는 즐거움 또한 적지 않다. 동심의 세계로 우리를 몰고 가서 눈을 뭉쳐 눈사람도 만들고 눈싸움도 하던 이야기를 하거나 간직했던 기억을 떠올려 마음속에서 뒤적거려볼 수 있어 아름다운 동화 안으로 다녀올 기회가 온다.

모두가 눈이 주는 마력이다. 신데렐라가 그렇듯이 유리 구두 하나 남기고 다시 원상태로 돌아가야만 했다. 눈이 녹아 보기 싫은 모습을 다시 드러내야하기 때문이다. 근본적인 해결이 없이 반복되는 증세는 더욱 더 심해져 가고 있다. 그래도 눈이 존재하는 동안은 마력의 효과가 남아있어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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