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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집해설

신영철 시집「그리움이 아프다」서평

신영철 시집그리움이 아프다서평

 

시인의 자아성찰(自我省察), 혹은 타협(妥協)

 

윤 제 철(시인, 문학평론가)

1.들어가는 글

 

   시인은 자신의 모든 이야기를 직접 하지 않는다. 하고 싶은 이야기를 사물 중에 하나를 매체로 삼아 대신 해주기를 바란다. 지금은 내 생각을 글로 표현하는데 몰두하지만 시를 쓰기 전에는 그 대상이 따로 있었다. 어떤 구조물을 만들기 위해 돌이나 벽돌 따위를 쌓는 일이었다. 그로 인해 튼튼한 벽을 세우는데 공헌한 끝에 기능장이 되었다. 기능장은 기능계 기술 자격 중 가장 높은 등급으로써 학문연구의 금자탑인 박사나 다름없다. 그야말로 예술의 경지에 다다른 공인이다. 다른 시인들이 오랜 기간을 습작으로 정신적 감각을 연마할 때 신영철 시인은 손으로 다듬는 기술로 자아성찰의 원숙한 인격도야의 경지에 도달했다.

   평소에 자신을 낮추고 상대의 의사를 존중했지만 세상은 모두가 그렇게만 받아들이지 못했다. 안타까운 마음으로 참고 견디며 삭이고 겉으로 내색하지 않았다. 슬픔과 괴로움을 모두 뱉거나 쏟아내기 위해 마음속에 응어리를 글로 토해내야 했다. 그로 승화된 시들은 아픔의 이미지로 한편 두 편으로 우리 가슴에 스며들었다.

   2014년 월간 문학세계로 시 부문을 등단하여 다섯 번째 시집을 내겠다며 원고를 보내왔다. 어느 시인보다 가깝게 지내던 터라 좋은 서평을 쓸 수 있겠다 싶어 반가웠다. 그리고 몇 편을 읽어보면서 지난번에 냈던 시집의 시들 보다 신선한 감각으로 필자를 끌어당기고 있었다. 자신에게 인정받는 시인이 되고 싶어 하는 신 시인의 마음에 흡족한 시가 되기까지는 아직도 갈 길이 멀다하겠으나 기대를 거는 눈빛이 반짝이고 있었다.

   신 시인의 제5시집그리움이 아프다는 제 1꽃새가 울었다, 2여인 같은 가을이다,3공간에 두고 가는 언어, 4오동잎 떨어지는 밤, 5낙엽처럼 날아가자로 구성되었다.

 

2.시인의 자아성찰(自我省察), 혹은 타협(妥協)

 

①「꽃새가 울었다에 담긴 타협과 후회

 

   맞서고 싶지 않다. 고집을 피워 이기면 무엇 하나, 타협을 하고 굴레를 벗어나고자 울면서 후회하며 한 마리 꽃새로 아름다움을 그린다.

 

여보게 친구야

오해 풀고 가자꾸나

이제 우리

그만둘 만큼 세월이 갔지 않는가

지지고 볶고 따진다고

더 사는 것도 아닌데

 

짧은 세월에 만난 인연

좋아도 나빠도

외로운 게 인생인데

세상을 그만두는 날까지

그냥저냥 삽시다

 

어디 그리

세상이 내 맘대로

살아지는 것도 아닌데

-그냥저냥 삽시다전문

 

   친구는 세상이다. 마음먹은 대로 살아지지 않는 세상살이다. 불편하고 고달픈 세상과 더 이상 맞서지 말고 갈등 속에서 벗어나고 싶다. 하나의 오해가 얽히고설키고 풀 수 있는 기회가 많이 있었건만 알량한 자존심 때문에 지고 싶지 않았다.

   이제는 더 이상 지지고 볶고 따지고 싶지 않다. 이래도 한세상 저래도 한세상 사는 건 마찬가진데, 이기면 어떻고 지면 어떨 건가, 아무 것도 아닌데 고집을 피울 이유가 무언인가. 이겨본들 상처만 남아 아픈 것을 차라리 지고 말 것을 어찌 그리 힘들단 말인가.

   어차피 외로운 인생 그냥저냥 살자고 한다. 특별한 일 없이 되는대로 살자고 타협을 짓고자한다. 상대와 지지 않고 서로 이기면 좋으련만 지기를 싫어하는 자존심 때문에 굴레 속에 빠져 사는 생태를 준엄하게 꾸짖고 있다. 그러나 내 맘대로 살아지지 않는 세상을 화자도 그 안에 일원으로 어쩌지 못하고 아픔을 짊어지고 외롭게 살고 있다.

 

인생은

가난할 때 아름다운 것을

모르면서 술만 마셨다

 

비 오는 날에는

시간을 붙들고 목로주점

대폿잔에 푸념을 타서 마시면

넋두리가 취해서

허무가 비틀거리며

흥얼흥얼 발걸음이

아리랑 고개를 절로 넘었다

 

취한 술에 근심 걱정 해탈하고

돈짝만 한 하늘을 뱅뱅 돌리며

길이 좁도록 가는 세상길은

아름다운 꽃새가 울었다

 

늙도록 살아온 노동판에

아름다운 꽃새가 울었다

 

세상이 착각한 시인이 울었다

-꽃새가 울었다전문

 

   인생은 누구든 처음 살아본다. 경험도 없고 살면서 알아왔다. 가난한 게 아름답다지만 아직도 다 알지 못한다. 비오는 날은 슬픈 날이다. 슬픔을 이겨내려 술의 힘을 빌렸다. 그 길이 아리랑고갯길이다. 취해서 모든 것을 지워버리고 새로 시작하였다.

   넓기만 한 세상은 술로 가려서 돈짝만 하게 만들어 내 맘대로 주무르다보면 온 세상은 아름답게 보이지만 가슴은 꽃새로 울고 있었다. 그러다 다시 돌아와 다시 시작하고를 반복하면서 늙도록 노동판에 몸을 굴리고 울어야했다. 울고 또 울던 꽃새를 세상은 자신도 모르게 시를 써야만 살아남을 수 있는 시인으로 만들어버렸다.

   살아가면서 얻은 손가락만한 경험을 가지고 산다. 수많은 경우의 일을 만나면서 제대로 상대하지 못하고 속상해서 울면서 후회하고 산다. 그러면서도 잘되기를 바라며 마음을 채근하고 화자는 한 마리 꽃새로 아름다움을 그려가며 살고 있다.

 

②「여인 같은 가을이다에서 본 아픔과 익음

 

   가을은 좋아하는 것과 함께 하지 못해 애태웠던 것에 비해 너무 쉽게 잊혀 지지만 이제 떠나갈 줄 알고 많은 것을 내려놓고 익어간다.

 

1.

꽃 한 송이

꽃 한 송이 피어

첫사랑처럼 웃고 있다

 

그리움이 아프다

 

2.

연잎 위에 개구리

연잎 위에

개구리 한 마리

연꽃을 노려보다가

연꽃 향기를 낼름대고 있다

-그리움이 아프다전문

 

   꽃을 피운다는 것은 어떤 꿈을 이룬 하나의 쾌거다. 그 한 송이를 피우기 위하여 애를 쓰며 기다렸던 것을 돌이켜보면 그립기 짝이 없다. 혹여 꽃을 피우지 못할 수도 있을까 노심초사하여 애간장이 타고 재가 되었다. 그리움을 안고 지낸 삶의 뒤안길에서 피워놓은 꽃향기를 개구리 한 마리가 통째로 너무 쉽게 삼키려 한다.

   1시의 1연을 3행으로 꽃 한 송이를 반복하고 첫사랑처럼 웃는 것은 화자의 한 평생 같은 긴 시간이다. 그리고 2연으로 한 행을 호흡하지만 1연의 3행 보다 훨씬 무거운 넓이와 깊이 그리고 무게가 실려 있다. 2시의 한연 5행은 짧은 순간이다.

   어떤 대상을 좋아하거나 곁에 두고 싶어 하지만 그럴 수 없어서 애타는 마음을 오래 간직한다는 것은 쉽지 않다. 그 꿈을 이뤘을 때 첫사랑을 만난 것 이상으로 반갑기 그지없어도 너무나 아픈 것은 다른 방법도 있으련만 화자가 선택한 어려웠던 길이 너무 후회스러웠다.

 

아름다운 여인처럼

스쳐만 가는 가을바람에

 

여인에 내음처럼 풍겨오는

들국화 향기에

가을 나비 왔다 간 자리

 

낙엽 한 잎

눈부시게

화려한 여인의 몸짓처럼

살포시

꽃 위로 내려앉는 가을이다

-여인 같은 가을이다전문

 

   가을바람은 무엇에 쫓겨선지 부산하다. 주위에 어떤 것 보다 우월하여 주눅들 일 없는 기세로 머뭇거림 없이 스쳐지나가는 바람이며, 온갖 정성을 다하여 피워 올린 들국화 향기를 가을나비에게 아름다운 여인으로 알려 다녀가게 한 바람이다.

   낙엽은 나무나 꽃으로부터 이미 떨어진 잎이다. 한동안 맺은 인연을 겨울이 다가와 준비하느라 가지에게서 멀어지는 이별을 아쉬워한다. 가을바람은 낙엽이 떨어지는 그 자태마저 화려한 여인의 몸짓처럼 살포시 내려앉는 가을을 만든다.

   화자는 가을이다. 일 년 사계절은 보내고 나면 다시 내년이 오지만 인생에 있어서 사계절은 보내면 다시 오지 않는다. 지나간 일에 순응하며 다가올 미래를 두려워하지 말고 오늘을 겸손하게 받아들일 줄 아는 가을이다. 불어오는 가을바람을 거부하지 않는다. 손에 쥐고 있었던 많은 것들을 놓으며 익어가는 가을이다.

 

③「공간에 두고 가는 언어에서 만난 동심과 자아성찰

 

   건강을 지키는 요소라며 동심을 지키라 한다. 정신세계의 소중함은 몸의 알맹이를 싱싱하게 보관하는데 있다. 자아성찰을 주제로 거짓 없이 솔직해야만 그 생명력을 발휘하고 이 세상에 살다간 흔적으로 남길 수 있다.

 

친구야

너를 처음 만났을 때 나이

 

지금 만났을 때 나이

처음 만났을 때 나이만큼

세상이 남았을까

 

초등학교 때

꽤나 똘똘하게 생긴 너

말이 없던 아이

너의 인상에 끌려

학교에서 만나면 괜스레

그렇게 좋기만 하던 너

 

만나면 무슨 얘기할 수 있을까

그때 마음 그대로인데

아침노을에 만나서

저녁노을이 슬피 진다

 

친구야 지금도 아침노을은 뜬다

 

그때 흘린 동심을 주우러

덕암학교로 퍼뜩 가보자

-동창생전문

 

   동창생은 같은 학교를 졸업한 사람이다. 어렸을 때 다니던 학창시절이 떠오른다. 그때 나이가 앞으로 남은 햇수만큼이나 될까, 똘똘하게 생긴 너 좋기만 하던 너 그때 모습 그대로인데 저녁노을이 슬피 진다. 어렸을 때 동심을 주우러 그때 학교로 얼른 가보자 한다.

   좋아하던 친구가 달라진 게 없이 지금도 좋아 보이지만 오늘이 가면 내일 아침노을이 뜰까 걱정을 한다. 화자는 동심을 잃어서 그럴까 걱정을 하며 그리워한다. 오히려 마음은 그대로인데 몸이 허술해 져서일 것이다. 일반적으로 마음은 청춘인데 몸이 따르지 않는다는 표현을 뒤집어 몸은 그대로 인데 마음이 따르지 않는다는 역설적 표현전략이다.

   사물이나 사건보다는 사람에게만 비유할 수 있는 정신세계를 내실 있는 구조의 알맹이로 규정하고 그중 동심을 중요시 여기고 있다. 동심을 잃지 않으면 건강을 지킬 수 있다는 믿음으로 화자는 모교에 흘린 동심을 찾기를 권유하고 있다.

 

사람들이

살아온 삶이

하루의 저녁노을이라면

얼마나 많은 아쉬움을

노을처럼 아름답게 두고 갔을까

 

그 아름다움이 시라면

저녁노을은 미완성이지만

무한히 아름답지 않은가

 

그 아름다운 언어 예술의

창작을 세상과 공유하며

잘 쓰고 못 쓰고 가 문제가 아니라

내가 이 세상 왔다가

공간에 두고 가는 영혼의 언어가 아닌가

 

나는 그 언어를 지워지지 않게

다른 영혼이 공유할 수 있도록

책 공간에 두고 가는 시인이다

-공간에 두고 가는 언어전문

 

   하루의 저녁노을로만 사람들이 살다간 흔적이라면 아쉬움이 너무 많다. 이 세상에 두고 가는 영혼의 언어, 그 아름다움을 시로 남겨 나 혼자만 볼 것이 아니라 다른 영혼들에게도 공감할 수 있도록 공간에 써두고 간다면 얼마나 좋을까?

   사람은 모두가 상상을 한다. 화자가 보는 사물은 어떤 것이라도 관찰을 통해 대화의 상대가 된다. 아름다운 자연의 섭리를 사물의 입에 귀를 기우리고 공유하는 데 몰두하여 대화를 충분히 나누고 화자가 하고 싶은 말을 사물로 하여금 말을 하도록 만든다.

   시인은 상상력을 동원한 비유의 세계에서 자아성찰을 주제로 한 자문자답으로 사물과 대화가 전개될 수 있다. 시인 자신의 인격을 도야를 생활화하여 수도하는 결과물로 시를 생성한다. 창작은 느끼는 대로 거짓 없이 솔직하게 표현하는데 그 생명력을 발휘한다. 단 한 편의 시라도 이 세상에 살다가는 표적으로 공간에 두고 가기를 소망한다.

 

④「오동잎 떨어지는 밤에서 찾은 설렘과 슬픔

 

   나뭇가지를 떠나는 이별을 보면서 욕심을 내려놓는다는 것이 마음을 편하게 하고 설렘과 희망을 갖게 하지만, 부산하고 고즈넉한 늦가을의 정취가 가슴을 적시고 자연 속에 잠든 밤은 이미지가 쓸쓸하고 으스스하기만 하다.

 

이 나무 저 나무에서

시든 낙엽이

가을로 떨어지고

잎이 떨어질 때마다

늙은 소년은 추억한다

 

나뭇가지는

빈손 들고 눈 내일

하늘을 올려다보며

겨울 걱정하더니

 

하늘에는 겨울밤 달이 뜨고

별들이 눈송이처럼

대머리 이마에 내리면

 

옛 사랑방 이야기책 소리

눈 감고 귀 막아도

늙은 소년은 들린다

-빈손전문

 

   시든 낙엽이 떨어질 때마다 나이는 들었어도 지나간 세월을 소년으로 떠올리고 있다. 빈 가지로 눈 맞을 겨울 걱정하다가 별들이 이마에 눈처럼 내리는 밤이라도 지난 시절의 소리가 눈과 귀를 감고 가려도 잘 들린다고 했다.

   모든 것을 내려놓고 빈손이 되어버린 화자는 낙엽 진 나뭇가지로 느껴진다. 눈보라에 시달릴 겨울을 걱정하는 현실이지만 한창시절 왕성했던 자신을 잊지 못한다. 그러나 밝은 달빛을 받는 고요 속에 책 읽는 소리가 또렷하다.

   나뭇가지를 떠나는 이별을 보면서 슬픔에 젖어 불안과 실망을 벗어나기 어려운 상황일지라도 욕심을 내려놓는다는 것이 모든 것을 잃어버리기 보다는 마음을 얼마나 편하게 하는지 기억력이나 시력과 청력을 불러일으켜준다. 나이에 어울리지 않는 설렘과 희망을 갖게 하는 마력을 얻는 반전에 성공하고 있다.

 

밤마실 갔다 오는 밤

구름 속에 숨었다가

빼꼼히 얼굴 내민 달빛이

내 기억을 찾아내면

 

좀생이별을 보고

어림짐작으로

으슥한 밤을 알아낸 소년이

밤새 우는소리에도 소름 돋는 밤

 

달빛 밟고

기적소리가 개울 건너왔다가

징검다리 건너가는

고즈넉이 공허한 밤

 

오동잎 떨어지는 소리

외로움과 동행을 하면

부엉이 소리

머리끝 쭈뼛쭈뼛 소름 돋우고

귀뚜리 소리도 꼭꼭 숨는 밤

 

호젓한 바람에

발걸음 빨라지는 밤

-오동잎 떨어지는 밤전문

 

   감춰둔 기억을 어둔 달빛에서 찾는 일은 어려운 일이다. 어림짐작으로 알아내도 소름이 끼친다. 기적소리가 징검다리 건너는 그 밤에, 외로움과 오동잎 떨어지는 소리가 같이 오면 귀뚜리도 숨고, 호젓한 바람이 불어도 발걸음 빨라진다.

   다른 낙엽 보다 넓고 무겁게 떨어져 내려앉는 오동잎은 스산한 가을밤을 더욱 적막하게 만든다. 귀뚜리야 싫다고 울지 말고 네 생각이 무언지 말로 해보라 탄식을 한다. 오동나무는 가야금 우는 소리나 혼수품 가구를 만들어 시집을 보내야하는 이별의 슬픔을 안고 있다.

   연말연시를 앞두고 부산하고 고즈넉한 늦가을의 분위기를 자아내는 어느 밤의 정취가 가슴을 적신다. 달빛이 징검다리 건너가는 고즈넉이 공허한 밤, 머리끝 쭈뼛쭈뼛 소름 돋우고, 귀뚜리 소리도 호젓한 바람에 발걸음 쫓기는 밤이다. 자연 속에 잠든 밤은 함께 어우러진 사물과 오버랩 되는 이미지가 쓸쓸하고 으스스하기만 하다.

 

⑤「낙엽처럼 날아가자에서 느낀 존재와 율동

 

   세월이 제멋대로 흘러가도 무언가 하고 싶은 대로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누구라도 내편이 되어주길 간절히 바란다. 가장 나답게 사는 것이 무엇인가, 보이지 않는 몸부림이 눈에 보인다. 이파리는 매달려 있기 보다는 날아다니고 싶은 것이다.

 

꽃은 아무리 봐도

예쁘고 예뻐서

나를 나를 미치게 만드는 유혹이다

 

예쁜 사랑아

네 유혹에 미치게 빠져도 좋다

 

마음에 꼭 드는

5월의 바람같이

왔다 가지 말고

너는 거기 남아

 

세월이 강물처럼 구름처럼

흘러가도

거기 남아

 

내 눈에 안기어 그대로 있어라

내 서정이 무딜 때까지

-그대로 있어라전문

 

   꽃은 젊고 아름다운 여자를 이르거나 아름답고 화려한 시절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다. 모두가 예뻐서 유혹에 빠지게 한다. 5월의 바람같이 달아만 나려 하지 말고 그대로 있어주기를 바라고 있다. 아직은 서정이 살아 내 눈에 너를 안을 수 있으니 말이다. 힘이 있을 때는 달아나더라도 뒤를 쫓아가서 붙잡고 싶지만 마음만 앞서니 가장 쉬운 방법은 그 자리에 있어 주는 것이다. 포기하지 않고 의사를 밝혀 연민의 정을 전한다는 용기가 있다. 살아있음의 존재의식은 속된 현실 사회에서 벗어나 홀로 깨끗하고 우뚝하다.

   세월이 제멋대로 흘러가도 줏대 없이 따라만 가지 말고 무언가 하고 싶은 대로 할 수 있도록 해주었으면 좋겠다. 힘이 없고 소외되고 있는 것이 싫다. 누구라도 내편이 되어주길 간절히 바란다. 황혼의 향기가 펄펄 나는 가을밤의 독백이 귀를 울리고 살아있음의 아름다움이 질기게 날개를 펴고 있다. .

 

내 안의 나를 찾아

내가 나로 살자

아집에 구속되지 말고

주인 없는 파란 하늘에

자유를 욕심껏 끌어안고

철철이 바뀌는

세상 풍경 바라보며

세월이 가자는 대로

철철이 바뀌는 계절처럼 살자

 

비바람 폭풍으로 가다가

시린 눈보라에 휘날리다가

봄꽃 흔드는

꽃바람이었다가

가을바람에 낙엽처럼

파란 하늘로 마음껏 날아가자

-낙엽처럼 날아가자전문

 

   내 안에 내가 없이 살고 있다. 한동안 있다가 행방불명이 되어 찾아 나서기 일 수다. 내가 있어도 아집과 고집을 끌어안고 세상 풍경과 세월을 끌어안거나 바라보지 않으면 아무 소용이 없다. 철철이 바뀌는 계절처럼 가을바람에 낙엽처럼 마음껏 날아가자고 한다.

   나뭇가지에 달린 이파리는 흔들릴 뿐이지 나르지는 못한다. 낙엽은 나무나 꽃으로부터 이미 떨어진 잎이다. 자의에 의한 움직임이 아니고 바람과 중력에 따라 움직이지만 살아있는 하나의 개체로 의미를 부여하고자 이파리는 매달려 있기 보다는 날아다니고 싶은 것이다.

   자신이 낙엽이 되기 전에 희망을 가지고 더 많은 접촉과 동행으로 실현시키고 싶은 희망이나 이상(理想). 그 꿈을 이루려 한다. 화자는 예전 보다 시야가 넓어졌다. 남은 시간의 소중함을 인식하고 억매이기 보다는 하고 싶은 대로 풀어서 자유롭고 싶다. 가장 나답게 사는 것이 무엇인가를 알고 싶어 하는 보이지 않는 몸부림이 눈에 보인다.

 

3.나가는 글

 

   신영철 시인의 창작은 언제나 배우는 자세로 듣고 남들이 갖고 있는 지식과 체험을 받아드려 마음의 양식으로 쌓았다. 학력이나 사회적인 지위가 아무런 영향을 끼치지 않는다는 신념을 바탕으로, 일상에서 만나는 사물과 사건을 관찰하고 감각을 동원하여 얻어지는 시상을 놓치지 않고 메모하여 틈틈이 다듬어 생활의 모든 것이 그대로 배어나게 한다.

   연마된 예민한 감각은 오래 걸리지 않는 시간을 통하여 대화를 나누는 작업을 생활화하며 즐기는 모습을 떠올리게 한다. 혼자만의 공허한 시간을 낭비하지 않으려고 고귀하게 쓰다 보니 세상에 모든 대상은 그의 소중한 말 상대가 되었다

   이번에 상재하는 제 5시집그리움이 아프다에 담은 시편들은 ①「꽃새가 울었다에 담긴 타협과 후회 ②「여인 같은 가을이다에서 본 아픔과 익음 ③「공간에 두고 가는 언어에서 만난 동심과 자아성찰 ④「오동잎 떨어지는 밤에서 찾은 설렘과 슬픔 ⑤「낙엽처럼 날아가자에서 느낀 존재와 율동으로 요약할 수 있다.

   신 시인의 창작영역이 훨씬 넓고 깊어짐을 쉽게 알 수 있다. 문학에 대한 열정이 남다른 그는 아산시에 거주하면서도 먼 거리 서울에 크고 작은 문학행사에 만사를 제처 놓고 참여하는 것은 살아있는 창작의 이론과 실제를 접하는 기회로 삼기 위해서다. 많은 시인들과 교류하면서 신인의 자세에서 초심을 잃지 않는 각오가 새롭게 피어나는 것이다.

   신영철 시인의 시를 읽다보면 자연 속에 펼쳐져 있는 꽃이나 계절, 낙엽, 그리고 친구를 주제로 한 시들이 많다. 이들을 현실을 살면서 겪고 있는 그리움을 은유하여 아픔으로 이미지화하고 있다.그냥저냥 삽시다라든지그리움이 아프다,낙엽처럼 날아가자, 그대로 있어라등의 시 제목을 통해서도 시린 일상을 엿볼 수 있어 가슴이 먹먹해진다.

   더 이상의 맞서는 일을 피하고 싶어 타협을 간절히 원하거나 모든 것을 내려놓고 어떤 욕심도 털어 편해지길 바란다. 아니면 더도 말고 지금 이 대로였으면 좋겠다는 결연한 마음가짐이 눈가에 맴돈다. 그리움은 어떤 대상을 좋아하거나 곁에 두고 싶어 하지만 그럴 수 없어서 애타는 마음이다. 거듭 반복하다 보니 아픔을 견딜 수가 없다. 불투명한 현실을 탈피하고자 하는 현대인의 고달픈 삶을 대변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오늘도 삶의 현장에서 사물의 입에 귀를 기우리고 있을 신 시인의 모습을 그려본다. 그리고 이 땅에 많은 시인들이 나누지 못한 소중하고 아름다운 이야기가 다듬어져 만들어질 다음 시집에 대한 기대에 가슴이 설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