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문학칼럼

문인이란 어떤 사람인가

문인이란 어떤 사람인가

 

윤제철

 

 「월간 문학세계 지령 300호를 발간하는 동안 때로는 울고 웃으며 함성을 지르고 행복했던 일들이 주마등처럼 스쳐지나간다. 한 편의 영화 같은 장면들이 흐르는 강물처럼 펼쳐지고 포기하고 싶은 유혹도 많았지만 단 한 번도 후회하고 물러서본 적도 없었다. 내 사전에도 불가능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발행인 김천우 ()세계문인협회 이사장은 인사말 도중 30년을 회고하면서 눈시울을 적셔 참석자들의 뜨거운 박수를 받았다.

  어려운 여건을 극복하고 오늘에 이르도록 몸과 마음 그리고 경제적 희생을 아끼지 않으며 언제나 발간 일을 맞추기 위해 몇 달을 앞당겨 살아야했고 편집을 마치고 책이 나올 때까지, 이 책이 세상에 나와 제구실을 할 수 있기를 바라며 자식을 낳는 부모의 심정으로 마음 조리던 지난 30년을 생각하게 했다.

  시, 소설, 희곡, 수필, 평론 따위의 문예 작품이나 관련 기사를 주내용으로 하여 정기적으로 간행되는 잡지에 글을 써 청탁에 응해 주는 문인이란 어떤 사람인가? 문예에 종사하는 사람이라고 사전은 설명하고 있다. 글을 쓸 줄만 알면 모두 문인이란 말인가, 만족할 수 없는 말이다. 문인이 아니더라도 단순한 말과 행동이 일치하지 않으면 품격을 지닌 사람이라 할 수 없다. 하물며 문인으로써 언행이 일치하지 않으면 아무리 좋은 글을 쓴들 그의 글 내용을 믿으려 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어쩌랴, 세상에 많은 문인들이 배출되어 나오지만 진정한 문인이 얼마나 될지 심히 의심스럽다. 그렇다고 신인상 응모작을 심사하는 과정에 일정한 방법이 있는 것도 아니다. 특히 사람 됨됨이를 따져보는 부분은 그 어느 곳에도 없다. 그저 작품이 어느 정도 선에 오르면 당선작으로 선정하기에 급급하지 않았나싶다.

  문학은 글 쓰는 재주만 갖고는 해낼 수 없는 작업이다. 몸과 마음을 수련하여 우러나는 향기가 배어 있어야 한다. 바른 생활에 익숙한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이 바라보는 같은 사물과 사건의 모습이 다른 것처럼 어떤 사실에 대한 지식을 알고 시험 문제는 잘 푸는데 실제 생활에서 실천하지 못하는 것과 무엇이 다르겠냐는 것이다.

  너도 나도 하고 싶다고 해서 마구 덤벼들어 끼일 수 있는 자리가 아니다. 인격적 완성을 위해 끊임없이 학문과 덕성을 키우며, 세속적 이익보다 대의와 의리를 위해 목숨까지도 버리는 선비정신의 소유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간이 있으면 글을 쓰고 시간이 없으면 글을 쓰지 않는 장식문인으로 머물려면 문인이 될 생각을 말아야 한다. 하물며 신분을 속여 문인이라는 옷을 입고 감췄던 흉악한 모습을 드러내 질서를 문란하게 함은 물론 주변을 공포에 몰아넣는 존재도 아예 문단에 발을 딛지 못하도록 몰아내야 한다.

  문인은 기존에 있는 글을 답습해 쓰는 사람이 아니다. 남들이 쓰지 않은 글로 세상을 놀라게 하는 독창적인 예술작품을 짓거나 표현하는 사람들이다. 그 작품으로 인하여 정신적인 영역에서 보통 사람들 보다 앞서가는 의식수준을 유지하여야 하고 멀리 내다보는 안목을 제시하여 앞날을 안내하는 선구자적 위치에 있는 사람이다.



 위 글은 월간 문학세계 2019년 8월호에 게재된 권두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