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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문학관

나의 문학관 - 윤제철

나의 문학관(文學觀)



윤택한 삶과 맑은 영혼을 위한 비유의 세계






윤제철




  문학관이란 문학의 의의, 목적, 가치, 방법 등에 대한 견해나 입장을 말한다. 창작활동에 참여하는 많은 문인들 중에 문학관은 겹치는 부분도 있겠지만 모두가 다르다. 남의 것은 봐왔지만 새삼 내 자신의 문학관이 무엇인가를 쓰려하니 쉽지 않았다.

  문학에 입문해서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 걸어온 발자취를 뒤돌아보며 중간 점검을 해보는 것으로 초점을 맞추고 변화된 모습과 보완해야할 문제점을 찾아 발전의 계기로 삼고자 펜을 들었다. 주신 기회를 고맙게 생각하며 솔직한 문학관을 피력하려 한다.



1.윤제철 시인의 연보



대전출생,「시와시론」천료등단, 청소년교양지 월간「주변인의 길」자문위원, 법무부 갱생보호위원, 격월간「삶터문학」편집장, 계간「교단문학」주간, 월간「문학세계」, 계간「시세계」편집주간 역임, (사)세계문인협회 부이사장, 한국문인협회 남북교류위원 역임, 국제펜클럽한국본부 회원, 한국현대시인협회 이사, 서울교원문학회 자문위원, 광화문사랑방시낭송회 부회장, 동작문인협회 부회장, 정문문학회,「시심」,「호서문학」, 세목문학회 회원, 관악문화원 문학반 강사역임, 성동구 구민대학 시창작반 강사, 상도3동 인문학강의 강사.

시집 :「고향생각 한 잎」,「꼭 끼는 삶의 껍질」,「나를 앉힐 공간 하나」,「가려지지 않는 흠집」등.



2.창작동기가 된 시동인지「詩魂」


  시가 뭔지 모르고 지내던 어느 날, 대전고등학교 2학년 담임이셨던 고 安明鎬 선생님의 공주사대 국문과 시동인지인「詩魂」을 받고 선생님의 작품을 보며 시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몇 편을 보여드리고 시를 써도 괜찮겠다는 평을 받고 골몰했으나 모방에 지나지 않았다. 그야말로 내 생각을 글로 표현하는 정도에 지나지 않았다.

  일반 대중 잡지를 통해 애독자문예란에 투고하며 유명문인의 평을 받는 즐거움으로 시 창작은 생활의 일부가 되었다. 대학교 4학년 졸업을 앞두고 월간「詩文學」의 전국대학생 작품모집에 입상하여 바로 전국규모의 통신동인 이었던「시인의 집」활동을 시작하였다.

  직장을 서울로 옮기면서 시동인「創造文藝」모임에서 작품에 대한 혹평을 받고 김현 평론가의 시론집「想像力과 人間」을 읽고 본격적인 창작에 입문하게 되었다. 존경 받는 시인들의 작품까지 난도질 된 것을 보며 모방에서 창작으로 분발의 디딤돌이 되었고, 다시「五季文學」동인 활동에서 동인활동으로 문단활동 하려던 생각을 접고 계간「시와 시론」으로 추천완료 등단하였다. 그 후 대전 시동인「詩圖」,「詩心」과「湖西文學會」에 적을 두고 고향에 대한 끈을 놓지 않고 있다.


3,감각을 예민하게 하는 관찰(觀察)과 상상(想像)의 필요성


  일상에서 벌어지는 많은 일들과 마주하며 관찰에 부지런한 것이 대상 사물에 대한 비유로 영상과 대화를 나눌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된다. 그런 과정이 반복되어 쌓이면서 감각은 예민해져 대상을 바꾼다 하더라도 깊이 있는 관찰로 상상력을 높여 빠른 시간 안에 상을 떠올릴 수 있는 능력이 생겨나게 된다.

  관찰과 상상은 뗄래야 뗄 수 없는 사이가 되어야 한다. 시간이 있으면 쓰고 시간이 없으면 쓰지 않는 그야말로 여가선용 차원의 취미로 생각한다면 감각이 녹슬어 관찰뿐만 아니라 시상은 떠올릴 수 없어 작품을 쓰고 싶어도 못 쓰는 장식문인이 되고 말 것이다.

  항상 상을 얻었을 때는 메모를 하는 습관을 갖고 다시 상을 떠올려서 다듬을 수 있는 시간의 틈을 만들어야 한다. 시간이란 있는 것이 아니라 만드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생활 주변의 많은 일들이 겹쳐있을 때, 우선순위로 무엇을 놓느냐가 중요하다. 관심이 없으면 언제나 뒤 순서로 밀려나고 결국은 멀리하거나 포기하고 만다.


4.시를 쓰는 목적은 기쁨의 연장과 슬픔의 단축


  시를 쓰는 목적이 기쁨과 슬픔의 처리 수단이라면 이해하기 어려울지 모른다. 기쁨은 생기면 대체로 짧은 순간에 존재하기 때문에 잠시 시간이 지나면 잊혀지고, 슬픔은 잊으려 해도 쉽게 잊혀 지지 않고 오래도록 괴롭힌다.

  기쁜 일은 글로 써서 표현해 놓으면 다음에 읽는다 해도 그 기쁨을 다시 찾아낼 수 있다. 또한 슬픈 일이나 스트레스를 받는 일이 생기면 그 또한 글로 써서 있는 그대로 뽑아내듯 표현해내면 남에게 이야기라도 해서 풀어내 속이 시원해진 것처럼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얻기 어려운 시상을 만들어주는 그 대상에 대해 고마운 마음이 드는 것은 당연하다. 심지어 스트레스를 주는 것조차 고마울 수도 있다는 역설이 성립되기도 한다. 그냥 단순히 쓰여지는 산문이 아닌 시로써 액기스를 만드는 일은 더욱 그 효과가 클 수밖에 없다.

  따라서 인생에 있어 그리 많은 시간을 가지지 못하는 기쁨의 순간을 늘릴 수 있고 슬픔의 시간까지도 줄일 수 있다는 엄청난 기적을 만날 수 있는 것이 시의 창작이다. 뿐만 아니라 나이가 들어갈수록 외로워지는 곤욕에서 탈피할 수 있다. 다시 말하면 혼자서도 잘 놀 수 있다는 것이다. 한 가지 시상을 얻어 다듬다 보면 시간 가는 줄 모르는 속성 때문이다.


5.시 창작에 의존하는 나의 생활

 

 외롭던 어린 시절, 기댈 수 있던 유일한 통로는 시를 쓰는 것이었다. 좋은 시라고 볼 수는 없어도 투고하여 실린 대중잡지의 내 글을 읽는 재미는 기대 이상이었다. 움츠리고 있던 어께와 가슴이 탁 트이곤 했다. 응모한다고 모두 실리는 것은 아니었지만 실리면 그 달 잡지를 그냥 주는 횡재를 얻었다.

  어려운 난관이 생기면 오래 고민하려 하지 않았다. 어차피 엎지른 물을 쓸어 담을 수는 없다 여기고 잊으려 애쓰며 시를 써야했다. 보통사람들은 술을 마시거나 남에게 떠들어서 풀어버린다지만 원고지와 볼펜이 나에게 남겨진 도구였다.

  문형(文兄) 정건섭 소설가는 다른 재주가 없이 다만 글 쓰는 재주로 이 세상에 태어나 남기고 갈 수 있는 것은 책 밖에 없어 글을 쓴다고 노래처럼 이야기 했다. 그렇다고 필자가 글 쓰는 재주가 있다고 여기지는 않는다.

  남들이 종교로 믿고 사는 일에 몰두하듯 고통과 신음을 잊기 위해 시에 매달리는 것이 종교처럼 여겨질 뿐이다. 하나의 상을 얻는 일은 로또복권 일등짜리 보다 큰 가치를 인식하고 그 걸 한 편의 시로 탈고 되었을 때의 성취감이란 행복을 만나는 것과 같다고 여긴다.


6.비유로 만든 시의 영상


  시상은 일상에서 일어나는 사건이나 관찰하는 사물을 상대로 생겨난다. 구체적으로 구분을 한다면 세 가지로 나눌 수 있다. 나의 내면, 내 주변, 여행이다. 내가 있으므로 존재하는 세상을 보고 느껴야 하기 때문이다.

  나의 내면이란 사고의 깊이와 넓이를 말한다. 내 주변이란 나와 얽혀있는 사건과 사물 그리고 인과관계를 말한다. 여행은 집을 나와 지인들과의 교류로 인한 움직임이다. 여행은 국내와 해외로 나눌 수 있다. 내 자신을 제 3자 입장에서 바라볼 수 있는 기회로 삼아왔다. 해외여행은 외국에 나가서 내 나라를 바라보는 시선으로 진정한 이미지를 찾아낼 수 있다. 시의 소재가 잘 떠오르지 않으면 여행으로 충전하게 된다.

  시상은 움직임 가운데 생성되는 부산물이다. 움직여 일어나는 일들에 대한 직관적 이미지를 메모로 잡아야 한다. 그러지 않고는 순간의 느낌이 사라지고 나서 기억으로는 떠올릴 수가 없게 된다.

  그러므로 일이나면 바로 느껴지는 것들과 상대하여 내면의식 속에 나와 대화를 나누어야 한다. 대화가 충분히 나누어졌을 때 시로 자연스럽게 표현될 수 있다. 대화가 나누어 지지 않은 주제로 꾸며 만든다면 어색하거나 엉켜서 제대로 쓸 수가 없다.


7.화자의 주장이 담긴 시


  문인은 글을 쓰는 목적을 가져야 하고 주장이 있어야 한다. 거슬러 올라가면 선비의 역할을 본받아야 한다. 목에 칼이 들어와도 할 말을 다했던 그 근성을 지녀야 한다. 임금의 잘못된 처사를 바로잡기 위한 석고대죄를 나선 유생들의 강직한 성품을 떠올려야 한다. 생활주변의 사물이나 사건을 대상으로 아름다움을 표현한다 하더라도 해야 할 말이 담겨있어야 한다.

  특히 국가기강을 흔드는 사건이나 사물에 대하여 신문이나 텔레비전 등 언론 매체에서 기사보도를 하거나 야당에서 의견을 내세울 뿐이다. 회원들의 회비와 국가예산에서 쥐꼬리만큼 지원을 받아 운영되는 문인단체 마저 눈치만 보기 바쁘다. 차라리 안 받고 할 이야기를 해야 문인들의 위상은 설 수 있을 것이다.

  위상이란 스스로 지켜야 한다. 무엇인가 성깔이 있어야 존재를 인식하게 된다. 사사건건 물고 늘어지면 그 말을 한 사람한테 어떤 말을 들을 것인가에 대한 대비라도 하지만 이래도 저래도 본척만척하면 있으나 마나한 존재가 되고 만다. 그렇다고 예전의 참여시를 말하자는 것은 아니다. 옳고 그른 것을 가리자는 것이다. 

   

8.작품으로 승부를 내려면 피해야할 다작


  시상이 떠올랐다 하더라도 내면의 나와 대화를 나누면서 시가 되겠다는 어떤 스토리가 형성되어야 비로소 시로 다듬어질 수 있다. 시상이라도 모두가 시가 되는 것은 아니다. 모두를 시로 다듬다 보면 덜 익거나 어설프게 마무리되기 쉽다.

  시는 시를 쓴 사람을 대신하여 독자들에게 다가가서 이미지를 전달해야 한다. 독자들은 그 시를 읽고 누가 썼는지를 확인한다. 뿐만 아니라 어느 문예지를 통해서 등단한 시인인가를 확인한다. 자신 혼자만 무시를 받는 걸로 끝나지 않고 모지를 망신시키는 결과를 초래한다.

  청탁을 받았을 때 늘 작품이 있어 골라서 보낼 수만 있으면 좋으련만 그렇지 않을 시엔 짧은 시일 안에 써야 하기 때문에 무리를 한다. 원고제출 마감일은 정해져 있으니 실리고 싶은 심정은 모르는 바 아니지만 독자들은 작품만 가지고 평가를 할 수 밖에 없다. 기간 안에 좋은 시가 써지지 않으면 기간이 지나더라도 제구실을 할만 할 때 까지 다듬어서 제출되어야 할 것이다.

  작품이 많이 있어도 어디에 내놓으려면 쓸모 있는 것이 없어 고민이 될 때도 있다. 말하고자하는 과작은 내놓을만한 작품의 수를 말한다. 써놓은 시가 모두 쓸모 있는 게 아니라는 말도 된다. 왜냐하면 시인은 좋은 시를 쓰는 것으로 승부를 내야하기 때문이다.



9.나의 시세계


  나의 시는 가정에서 함께 사는 가족을 비롯해서 사회생활을 일깨워주는 지방이나 국가의 안녕과 질서를 바라보기를 게을리 하지 않았다. 뿐만 아니라 자연에 묻혀 떠내려가는 순수한 호흡과 질서가 가슴을 떠난 적이 없다.

  보다 행복하고 아름다운 가정과 사회, 그리고 직장의 임무에 최선을 다하고 어쭙잖은 시인으로 살아온 지 어느새 서른 해가 넘도록 기울었다. 어떤 일을 하더라도 10년이면 그 방면에서 도가 튼다던 말을 잊지 않고 시인이라는 이름이 부끄럽지 않도록 시어를 찾아내고 보다 높은 곳에서 넓은 시야로 바라보고 싶다.

  막연한 꿈을 그리기 보다는 생활인으로 살면서 그 안에서 얻은 체험을 바탕으로 떠오르는 시상을 다듬고 또 다듬는 작업을 거쳐 완성에 가까운 시를 쓰고자 한다. 소시민적인 안목을 탄탄하게 시작해서 보다 넓게 확장하여 정신적 선구자 입장에 서는 시인 본연의 자세를 지켜나가고자 한다.

  그리고 시의 전도사로서 이 세상 어떤 곳에 살더라도 시를 이야기하는 많은 사람들과 함께 하기를 가장 아름다운 일로 손꼽고 싶다. 표현의 욕구를 충족시키고자 시를 붙들고 애원하듯 살아가는 이들에게 가슴 시원하게 물꼬를 터주는 역할을 힘이 닿는 그날까지 잊지 않고 살아갈 것이다.

  내 곁에 사랑하는 가족이 있고 시인이 있어 행복하였노라고 후회 없이 인생을 살았노라고 자부할 수 있는 시인으로 남기 위한 시 창작활동에 중단 없는 전진이 있을 뿐이다. 말과 행동이 일치하는 시를 쓰는 것만이 앞으로 취해야할 기본자세일 것이다. 

   


10.주요작품



커피 한 잔 ㆍ1



커피 한 잔에서 나오는

따뜻한 김이 엮어내는 공간으로

나의 기다림이 들어앉아 있다

시간이 흐를수록 낮아지는

그 공간이 비좁아질 때

나의 체온은 식고 있었다

마주하고자 했던 상대가 없어

한 자리를 지키면서

얼마나 참을성 있게 지내온 건지

얼마나 아량 있게 대해온 건지

혼자 만지작거리며 측정해보는

내 마음의 깊이가

이렇게 얕았던가 보다

내 삶의 테두리가

이렇게 좁았던가 보다

쓰디쓴 커피는 식어서

나를 앉힐 공간 하나 없이

나의 등을 떠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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흠집을 들추고


 

말 못할 흠집을 감추고 살다가

남에게 다 들어 내놓으면

홀가분하게 해결될 줄 알고

가까운 사람들에게 들추어

보여주고 털어냈지만 속이 시원치 않았다.

뾰족한 수가 나는 것도 아니어서

공연히 흠만 드러낸 것이 아닌가,

이제까지 살아온 이미지만 구겨버리고

얻어지는 것 하나 없이 상처만 긁어

부스럼 만든 것은 아닌가,

어떻게 하는 게 잘하는 건지 모르겠다.

이럴 줄 알았으면 그냥 참고 견딜 걸

이제까지도 말 안하고 숨겼는데

무거운 짐 하나 더 짊어지고

더 숨기고자하는 흠집은 곪아터져

지탱하기조차 힘든 일상을

벗지 못하고 웅크린 채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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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엽



고향은 언제부턴가

색이 바래 시들고

기억의 갈피마다

뒤엉켜

말라비틀어지는 활자들

손톱이 까진 오늘은

덕지덕지 누런 상처

외로움으로 돋는 계절

시멘트 바닥에 뿌려진

귀두라미 소리 쫓아

구르는 눈물

힘이 빠져 떨어지는

고향 생각

한 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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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ㆍ1



버스를 타는 그 앞에서

매일

낯선 팔을 끼고

끌고 당기는

한 가닥 남은 희망의 줄기를

가냘픈 웃음을 깔고

분홍빛 형광등 조명 아래

갉아 먹으며

아저씨라 부르는

아가씨 하나,

마음의 문을

열 열쇠를 잃어버리고

스스로 잠그고 갇혀버린

꼭 끼는 삶의 껍질을

벗으려는 몸부림에 지쳐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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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회에서



조명등이 밝은 천정 위에서부터

폭이 좁고 결이 얇은 소리 한 겹 두 겹

해금에서 나와 달라붙고,

낮은 바닥 아래에서부터

폭이 넓고 결이 두꺼운 소리

첼로에서 나와 쌓여 높아지면서,

음악회 무대 위에는

많은 소리들이 모아지고 있었다.

건반을 두드리는 연주자의 손으로

잡아당기는 소리에 매달은 줄은

자리 잡고 앉으려는 소리들을

잡아당기거나 놓아버리는 바람에

허물어져서 나동그라지고

관객석으로 굴러 떨어져버려

서로를 구분할 수 없도록 뒤섞어져

색다른 소리로 입을 맞추고 있었다.



월간 <문학세계> 2015년 3월 호

<나의 문학관> 에 게재된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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